[서울=2025.10.11.] 북한, 신형 ICBM ‘화성-20형’ 첫 공개…“미 본토 타격 능력” 핵무력 과시

북한이 지난 10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처음 공개했다. 이는 북한이 전략무기의 진화를 통해 국제사회에 핵전력의 위협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열병식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및 군사력 강화를 세계에 과시하는 대표적인 이벤트로, 이날 등장한 무기 체계들은 북한이 단순한 전시용 무기 과시를 넘어, 실전 배치를 염두에 둔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했다.

핵심 무기 ‘화성-20형’…사거리 확대·다탄두 가능성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1일 보도를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강의 핵전략무기체계인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20형’ 종대가 주로를 메우며 광장에 들어섰다. 관중들의 열광의 환호는 고조를 이루었다”고 전했다.

‘화성-20형’은 북한이 지난달 언급한 고체연료 기반 신형 대출력 엔진이 탑재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활용한 경량화 설계와 더불어 다탄두(MIRV) 탑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한국 군 당국과 정보기관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미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이 기존 ‘화성-17형’과 ‘화성-19형’보다 기술적으로 진보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사일의 사거리 연장과 정확도 개선, 발사 준비시간 단축이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극초음속·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첨단무기 대거 등장

이번 열병식은 단일 무기의 공개에 그치지 않았다. 북한은 화성-20형 외에도 다양한 첨단 전략무기를 선보이며 다층적인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열병식에는 극초음속활공미사일, 극초음속 중장거리전략미사일,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600㎜ 초대형 방사포, 천마-20형 전차, 155㎜ 자행평곡사포 등이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들 무기 체계를 “자위국방력의 정수를 이루는 절대적 힘의 실체”라고 표현했다.

특히, 극초음속미사일은 기존의 미사일 방어체계(MD)를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받아 전략적 위협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지난 몇 년간 해당 무기 개발에 집중해 왔으며, 실제 열병식에 전면 배치된 모습을 통해 실전 운용 가능성을 암시했다.

김정은 “우리 군대는 무적으로 진화해야”…한미 직접 비난은 자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군대는 적을 압도하는 정치 사상적, 군사 기술적 우세로써 방위권에 접근하는 일체의 위협들을 소멸하는 무적의 실체로 계속 진화되어야 한다”며 국방력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또 “오직 힘으로써만, 승리로써만 지켜지고 담보될 수 있는 우리 주권과 위업의 무궁함을 다시금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국방노선을 천명했다. 이어 “해외 전장에서 발휘한 영웅적 전투 정신과 승리는 우리 군대의 사상·정신적 완벽함을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러시아 쿠르스크에 파병된 부대도 직접 언급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 한국과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나 비난 메시지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최근 북·중·러 간 외교적 밀착과 국제 정세를 감안한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중·러 전략 연대 강조…중·러 고위급 외빈 참석

이번 열병식에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등 아시아 주요 국가 인사들이 주석단에 자리했다. 이들은 지난달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도 함께 모습을 보이며, 북·중·러 간 군사적·정치적 연대를 과시한 바 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단지 무기 성능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외교적 신호를 동시에 보냈다. 외신들은 “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 반미 성향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전략적 입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향후 전망…한국 군 당국, “실전배치 여부 분석 중”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화성-20형이 실제 전력화 단계에 들어섰는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며 “발사 시험이나 궤도 분석 등의 첩보가 확보되어야 실질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 역시 “북한의 열병식 무기 전시는 정치적 메시지와 심리전 요소가 강하나, 새로운 위협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북한이 향후 ‘화성-20형’의 시험발사를 감행할 경우, 동북아 정세는 급속도로 긴장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전면적 전략 변화 시사…군사·외교 양면 압박 강화

이번 열병식은 북한이 단순한 위협 수위를 넘어서 전략적 변화의 흐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고체연료 ICBM의 등장은 발사 징후 포착이 어려워지는 만큼, 선제 대응이 힘든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극초음속 무기와 초대형 방사포 등의 조합은 다양한 전방위 전장 대응 능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한국과 미국의 기존 MD 체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은 열병식을 통해 군사력뿐 아니라 외교적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중국·러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하며 새로운 질서 형성을 노리는 양상이다.

이번 ‘화성-20형’의 공개는 단순한 무기 전시를 넘어, 군사·외교 복합 전략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향후 동북아 안보지형은 더욱 복잡하고 불안정한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