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CBM '화성-20형' 전격 공개…고체연료·다탄두로 본토 위협 본격화
한미 확장억제 흔드는 북한의 전략적 메시지…미국의 대응은 왜 침묵하는가
칼럼 | 화성-20형의 등장, 북한의 전략과 미국의 계산
북한이 2025년 10월 10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위풍당당하게 등장한 다탄두 장착 가능성이 높은 이 무기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를 넘어서, 한반도는 물론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전략적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이번 열병식은 단순한 군사 퍼레이드가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군대는 무적으로 계속 진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열병식을 통해 전 세계를 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 칼럼은 북한이 왜 지금, 그리고 왜 ‘화성-20형’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는지를 분석하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미칠 함의를 짚어본다.
1. 북한의 전격 공개, 무엇을 노리는가?
북한은 정치적 위기와 전략적 고립이라는 이중의 압박 속에서 이번 공개를 단행했다. 외부적으로는 유엔 대북제재 장기화, 내부적으로는 식량난과 경제 불안, 그리고 외교적 고립이 겹친 상황이다. 특히 2024년 이후 미·중·러 삼각 대결이 심화되면서 북한은 선택지를 더욱 전략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런 점에서 ‘화성-20형’의 등장은 단순한 무기 시연이 아닌 정치적 선언이다. “우리는 여전히 핵보유국이며, 미국과의 전략적 대화를 원한다면, 이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는 일종의 ‘전략적 시위’인 셈이다.
이번 공개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의 정교화와 전략의 노골화 때문이다. 이전 ‘화성-17형’에 비해 ‘화성-20형’은 고체연료 엔진 적용 가능성이 높고, 발사 준비 시간이 단축되어 선제 타격이 더욱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다탄두(MIRV) 기술이 추가될 경우,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우회할 수 있어 실질적인 억지력 강화가 가능해진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미국과 한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략무기의 진화 자체가 메시지였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는 우리 생존의 핵심이며,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고 재확인한 셈이다.
2. 미국, 불편해도 외면할 수 없는 존재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화성-20형’ 공개에 대해 즉각적인 공식 반응은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 내부에서는 “전술적 위협이 전략적 위험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미 고체연료형 ICBM의 실전배치를 ‘레드라인’ 중 하나로 간주해왔다. 이는 탐지·요격이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열병식에는 중국 리창 총리, 러시아 메드베데프 안보부의장이 나란히 참석했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북·중·러 3각 연대의 군사적 공조 가능성까지 의심하게 만들 요소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압도적 군사 우위를 지속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북한의 이러한 ‘조용한 도발’은 그 전략의 허점을 건드린다. 특히 북한이 본격적으로 화성-20형을 시험발사할 경우, 미국은 대응의 명분과 부담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외교적 해법은 더욱 어려워졌다. 미국 내 강경파는 “지금이라도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인정의 시그널을 우려해 여전히 ‘조건 없는 대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북한은 조건 없이 나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3. 핵무기를 ‘협상 카드’에서 ‘체제의 본질’로
이번 열병식을 통해 북한은 핵무기를 단순한 협상의 도구가 아닌, 체제 그 자체의 일부로 재정의했다. 북한이 말하는 “혁명 무력”, “무적으로 진화하는 군대”는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핵전력을 통한 정치적 생존 전략의 핵심 선언이다.
김정은이 직접 “군대는 승리로써만 우리 위업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되돌릴 생각이 없다는 강경한 메시지로 읽힌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난 핵 억지력의 현실적 효용성은 김정은 정권에게 강력한 교훈이 되었을 것이다.
4. 한반도, 그리고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현재로선 한국과 미국의 군사 협력 강화를 통한 확장억제 강화가 가장 현실적인 대응으로 거론된다. 이미 미국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순환 배치, 한미일 연합 훈련, 사드 추가 배치 논의 등도 재점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북한은 이번에 ‘미사일은 날리지 않았지만, 전술적으로는 쐈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했다. 국제사회가 이에 무관심하거나 피상적으로 반응할 경우, 다음 수순은 화성-20형의 실제 시험발사, 혹은 제7차 핵실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공개는 단순한 쇼가 아니라, 다음 단계를 예고하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한다.
■ 결론: 우리는 이미 다음 단계를 보고 있다
북한의 화성-20형 공개는 새로운 도발이라기보다 예고된 수순의 공식화다. 김정은 정권은 국제사회의 침묵과 무관심, 그리고 미국의 전략적 인내를 계산에 넣고 움직이고 있다. 이제 공은 다시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한국의 전략적 결단으로 넘어왔다.
군사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외교적 해결은 현실적으로 더 어렵다. 이 모순 속에서 한반도는 다시 한 번 불안정한 평화의 경계 위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