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웬치’의 함정…한국인 납치·감금 실태 드러나
대학 선배에 유인, 몸값 요구 뒤 고문까지…국회 “군사작전” 언급도 ③
[서울=2025.10.13.] 한국 청년들, 캄보디아에서 '현대판 노예'로 전락… 최소 34건 실종 신고
2025년 들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납치 및 감금 사건이 급증하면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경찰과 외교 당국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확인된 피해 신고만 330건, 현재까지도 전국에서 최소 34건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상황이다.
사건의 시작은 올해 3월 전북에서 접수된 한 청년의 실종신고였다. 가족은 “손가락이 잘렸다”는 사진과 함께 몸값 2000만 원을 요구하는 협박 메시지를 받았고, 이후 피해자와의 연락이 두절됐다.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대부분 20~30대 청년들로, “수영 강사 모집” “해외 코인센터 아르바이트” 등의 고수익을 내세운 SNS 광고에 속아 출국했다. 현지 도착 후에는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긴 채, 중국계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이른바 **‘웬치(범죄단지)’**로 이송되어 협박과 고문,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특히, 지난 8월에는 대학 선배의 유인으로 캄보디아에 간 대학생 박모(22) 씨가 감금과 고문 끝에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었다. 박 씨는 조직의 보이스피싱 자금 세탁에 동원되었고,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자 보복성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범죄 구조의 이면에는 국내 모집책과 현지 중국계 조직의 ‘원·하청 범죄 구조’가 존재한다. 한국인 모집책이 SNS를 통해 피해자를 모집하면, 이들은 캄보디아로 송출되어 범죄 조직에 넘겨진다. 현지에서 운영되는 시설은 대부분 과거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로 건설된 카지노·호텔들이며, 코로나19 이후 유휴시설이 범죄 거점으로 전환되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여야는 “캄보디아가 4353억 원의 ODA 지원을 받고도 수사 협조에 비협조적”이라며, 군사작전까지 언급되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심지어 군사작전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과거 소말리아 인질 사태 때처럼 군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외교 전문가들은 군사 작전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현지 수사당국과의 공조 및 대사관 기능 강화, 피해자 구조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캄보디아 당국은 최근 범죄 단지 대대적 단속에 착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인 피의자 68명이 구금된 상태다. 이들은 대부분 조직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송환 대상에 올랐으며, 일부는 귀국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외교부는 현재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협력해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으며, SNS 기반의 해외 취업 사기 게시물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이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해도 “피해자 본인이 직접 신고하라”는 안내만 받는 현실은 제도적 보완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