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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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4일 양일에 걸친 체코 총선에서 ANO 2011과 당수인 안드레이 바비시가 승리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체코 이니셔티브"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체코 이니셔티브"는 2024년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페트르 파벨(Petr Pavel) 체코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는 80만 발 규모로 시작된 지원 계획이었는데 2024년 4월에 2025년 말까지 180만 발로 대폭 확대하겠다고까지 선언했다. 당시 체코의 야나 체르노초바(Jana Černochová) 국방장관은 2024년에만 다양한 구경의 포탄 150만 발을 공급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는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될 것임을 언급했다. 체코 정부는 2025년 가을까지 대(對) 우크라니아 지원을 지속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혀욌다. 특히 155mm 및 152mm 대구경 포탄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다. 이는 미국의 군사 원조가 지연된 바 있었던 2024년 초, 우크라이나가 겪었던 포탄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것에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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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포탄들, 출처 : armyinform.com.ua

 

체코 이니셔티브 발표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포탄 수의 격차가 축소되는 추세를 보였었다. 얀 리파브스키(Jan Lipavský) 체코 외교장관은 이와 같은 이니셔티브를 통해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간의 포탄 사용 비율이 1:10에서 1:2로 크게 개선되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전장 방어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페트로 피알라와 파벨 대통령이 주선한 성과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영토 방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의 80%를 방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포탄 공급은 전쟁의 향방을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체코 이니셔티브"의 추진 과정에서 엄청난 도전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러시아는 "체코 이니셔티브"로 인한 포탄 제공과 관련하여 많은 정보를 유포했는데 주로 러시아 측이 제기한 부분은 품질과 성능에 대한 의혹이다. 이에 체코와 네덜란드 등에 소재하고 있는 독립 조사 기관들이 공동으로 실시한 국제 조사에 의하면, 러시아가 체계적인 허위 정보 캠페인을 통해 "체코 이니셔티브"의 신뢰성을 훼손하려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4년 가을, 일부 언론들은 "체코 이니셔티브" 책임자들에게 전달된 다수의 서한을 입수하였는데, 이는 155mm 포탄의 신관 메커니즘 결함으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를 체코와 우크라이나 정부가 덮고 은폐했다는 주장과 내용이었다. 그러나 토마시 코페치니(Tomáš Kopečný) 체코 정부 대표는 이를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러시아의 조직적인 허위정보 유포 시도라고 일축했다. 그리고 실제 조사에서도 품질 관련 문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와 같은 상세한 조사 과정은 결국 공개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이어 중개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이 떨어지고 수수료를 횡령했다는 폭로를 하고 있다. 이는 "체코 이니셔티브"를 중개하는 기업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공개 입찰이나 투명한 선정 기준 없이 5개의 체코 기업 만을 선정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이는 EU 내에서도 몇 차례 지적되었던 부분이었다. 특히 일부 중개 기업들이 체코 정부 관료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은, 서로 양분하여 나눠 먹을 수 있는 방산 비리의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처럼 체코 현지 기업과 현지 정부 간의 이해 상충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프로젝트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동유럽 특유의 부패 관행은 EU와 영국, 미국조차도 감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체코의 공여 자금으로 포탄을 구매하여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는 중간 역할 수행하고 있기에 이러한 과정에서 수많은 비리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체코 중개기업들이 부과하는 최대 13%의 수수료 또한 의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수수료는 우크라이나의 국영 조달기관의 상한선인 3%의 4배 이상이다. 이에 마리나 베즈루코바(Марина Безрукова) 전 우크라이나 국방 조달청장은 유럽 공여국들의 자금이 직접 우크라이나로 이전되지 않는 현행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다만 체코 측은 이와 같은 수수료가 안전한 포탄 운송과 책임 보장을 위한 추가 비용을 포함한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그 사이 관계자들끼리 해먹을 것은 다 해먹고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있는 실정일 것으로 본다. 필자가 경험한 동유럽은 충분히 그와 같은 비리가 통용되고도 남을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체코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 지원이 널리 확대되었다. 캐나다, 노르웨이, 네덜란드, 덴마크 등 나토 회원국들이 자금을 지원했고, 체코가 포탄을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넘겨주고 있는 셈이다. 


2025년 4월을 기준으로 유럽 국가들은 "체코 이니셔티브"에 총 8억 3,100만 유로(약 9억 4,3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나토의 회원국인 캐나다, 노르웨이, 네덜란드, 덴마크 등은 더욱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면서, 안정적인 포탄 공급을 위해 재정적인 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었다. "체코 이니셔티브"는 EU가 100만 발 포탄을 조달할 계획과 다르게 EU 역내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 시장에서 포탄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개적인 지원을 꺼려하는 국가들로부터도 포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전제가 생긴다. 이에 EU의 계획보다 더 효과적인 공급망 구축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따라서 10월 체코 총선을 앞둔 2025년 9월까지 매월 정기적으로 포탄 공급이 보장되었다. 이에 얀 리파브스키 외교장관은 현재 확보된 자금으로 2025년 9월까지 매월 정기적인 포탄 공급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처럼 총 1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체코 이니셔티브"는 EU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 차원의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었고 이는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방위력 강화에 기여했지만 러시아군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체코 이니셔티브" 또한 그 효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편, ANO 2011을 중심으로 한 체코 야당은 2025년 10월 총선에서 승리했을 시, "체코 이니셔티브"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응하여 젤렌스키는 지난 5월 초, 체코를 방문했을 때, 야당 인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이니셔티브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정치적 합의 도출을 시도했다. 그리고 젤렌스키는 체코의 지속적인 지원이 우크라이나 방위에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제는 지난 총선에서 ANO 2011이 승리를 거둠에 따라 안드레이 바비시가 총리로 복귀한 즉시, "체코 이니셔티브"는 완전한 종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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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총선이 끝나면서 부각되고 있는 "체코 이니셔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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