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본래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외교부의 문제점에 대해 수없이 보고 겪었으며 그 행태들을 책 두 권을 써도 모자랄 정도로 잘 안다. 한국 외교부의 문제는 비단 해외에 나와 있는 재외국민들에게 비협조적인 부분만이 문제가 아니다. 외교전문가가 대사나 영사로 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정권에 줄대서 정치 한 번 해볼까하는 자들이 낙하산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재외국민이나 여행자들의 안전보다 국내의 정치에 더 관심을 갖고 있고 재외국민들의 행사, 특히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되거나 돈이 되는 행사에는 즉각 참석한다. 이같은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자신의 경력에 어필하고 이를 토대로 정계에 진출하거나 자칭 외교전문가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정식으로 외무고시를 보고 당당히 입사한 전문가들도 있지만 이 전문가들조차도 모르고 외면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어느 나라건 그 나라에 갔으면 그 나라의 문화와 예절을 지켜줘야 하고 그 나라의 역사와 사회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학습은 높은 자들에 대한 영접이나 어울리는 교육이 아니라 가장 낮은 자리에서 낮은 사람들부터 만나는 것이 원칙인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에서는 외교관들을 파견하기 전, 여행자의 신분으로 3~6개월간 배낭여행을 하여 각 나라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문화와 사회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권장하고 있다. 고위 공무원들이 아니라 일반 국외 여행자들이 되어 현지인을 만나고 그 사회와 문화를 이해시키는 목적에서 그와 같은 프로그램을 권장하는 것이다.
가령 중동의 전문가이고 중동에 파견되고 싶다면 중동을 돌아다니며 일반 현지인들과 그들의 사회, 문화, 해당국가의 현실성 등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외교부는 그런 외교관의 기본소양이 전혀 안 되어 있다. 대한민국 헌법 2조 2항에 의하면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라고 되어 있다. 어느나라든 위급상황이 생기면 외교를 관장하는 부서가 자국민들을 도와주게 되어 있다. 보호할 수 있는 대상은 교민 및 단기간 머물러 있는 해외여행자, 비즈니스맨, 연구자들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들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들이나 우리의 세금으로 재외국민을 보호하는 것에 운영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한민국 국민을 어떻게든 보호하라고 쓰는게 세금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우크라이나에서 봉쇄되어 오데사와 키예프에 있었다. 그 때도 우크라이나 대사관의 행태에 학을 뗀 바 있다. 오데사에서 키예프까지 475km나 되는 거리를, 대사관에서 오데사에 봉쇄되어 있는 국민에게 알아서 택시타고 키예프로 오라는 황당한 행태를 겪은 바 있다. 그걸 항의하니 대사관에서 댓글 알바를 풀어 항의하는 국민을 오히려 비난했던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현지에 대한 소식 및 정보에 대한 업데이트도 전혀 안하고 있는 곳도 많다. 그리고 교민 및 돈 좀 있는 사업가들과 골프나 치러 다니고, 앞서 첫 줄에 언급한 것처럼 비전문가인 낙하산을 대사로 앉히는 경우도 꽤 많이 봤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제 외교관 중 대사 24명, 총영사 17명이 각 국가들에 공석으로 남아 있다는데 어차피 외교나 교민 문제에 대해 일을 잘 안하는 사람도 많은데 있으나 마나 수준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언론에서 이를 비난한다는 것은 낙하산이라도 앉히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알아야 하고 그 나라의 역사와 사회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그 나라의 정치와 경제가 돌아가는 것도 알아 놓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나라의 언어까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소위 "전문가"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 나라의 전문가가 대사로 부임하는 경우가 몇이나 될까? 대사와 영사가 부임하지 않아 재외국민 보호의 공백이 생기고 있다며 외교부와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재외국민(우리나라 국적을 갖고 해외에 체류 중인 사람) 보호'는 헌법이 정한 국가의 책무이지만 재외공관에 재외국민 보호를 강제할 관련 법률이 없기에 법적인 근거가 없다. 영사 업무에 관한 지침만이 존재할 뿐이다.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업무 지침인 "외교통상부 훈령 제110호"가 존재한다. '훈령'은 행정기관의 내부적인 명령이나 규칙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적 강제성이 없다.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재외공관에 있음을 법으로 명시하고, 그 범위와 한계, 이에 따른 징계와 처벌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한 시행 법안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것이 현실이니 외국에 대사나 영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재외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인 강제성이 없고 재외교민 보호의 의무라는 제 기능을 하지 않는데 대사, 영사가 공석인 51곳이 현재 작동하지 않는다고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