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1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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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 서아프리카의 또 다른 국가 카메룬에서 대선이 있었다. 이 대선에서 지난 11대 대통령이었던 폴 비야(Paul Biya)가 다시 한 번 당선에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무려 8선이나 대통령을 해먹었고, 현 나이 92세로 세계 최고령 현직 대통령으로 세계 기록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카메룬의 대통령 임기는 7년이다. 게다가 대통령 후보 등록 제한 규정이 없어 무제한으로 후보 등록이 가능한 셈이다. 총리 재임 중이던 1982년 폴 비야는 대통령의 사임으로 직을 물려받은 이후, 43년째 집권 중이다. 이미 7년 전, 직전 선거에서도 71% 득표율로 압승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는 야권 후보가 11명이나 난립했다. 그나마 가장 유력한 야권 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 등록을 거부하고 헌법위원회가 이를 인정하는 바람에 출마가 무산됐다. 사실상 폴 비야에게 대항할 의미 있는 경쟁자가 없어진 셈이다. 폴 비야는 고령의 나이를 이유로 선거 유세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에 또 다시 당선되고 난 후, 1933년 2월 생인 그가 사실상 100세까지 현직 대통령 직위를 보장 받게 된 셈이다. 이 같은 사태는 어느 누구라도 사실 이해받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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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President of Cameroon Paul Biya with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not pictured) attend a signing ceremony at The Great Hall Of The People in Beijing, China March 22, 2018. 출처 : Reuters / File Photo Purchase Licensing Rights

 

서아프리카의 카메룬은 지리적으로 사막과 밀림, 고원, 대서양 연안의 해안 지대끼지 다양한 기후 지역을 품고 있다. 그러니까 한 국가 안에 열대지방, 온대지방, 해양성기후에 아열대 기후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국가다. 그와 더불어 국민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250여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어 아프리카 대륙의 축소판이라 불리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러한 카메룬에서 100세까지 임기를 거칠 대통령이 출현하는 희대의 기록을 써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현 선거 결과 폴 비야 대통령은 승리했고, 내년 2026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임기가 시작된다. 폴 비야는 1982년 11월 4일에 첫 대통령인 아마두 바바투라 아히조(Ahmadou Babatoura Ahidjo, 1924~1989)가 건강상의 이유로 갑자기 사의를 발표했기 때문에 총리였던 폴 비야가 1982년 11월 6일에 대통령에 등극했다. 이후 아히조는 1983년 4월에 프랑스로 망명하면서 그의 정치 생명은 끝이 났다. 카메룬은 아프리카 내에서 군사쿠데타로 정권이 교체되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다. 이는 아히조와 비야가 현재까지 카메룬의 국권을 지키며 내실을 든든히 다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판단된다. 


1984년 1월 14일에 비야는 대통령 선거에 단독 후보로 출마해서 99.98%라는 경이적인 득표수를 얻으며 당선되었다. 이는 북한에서 있을 법한 엄청난 득표율이다. 당연히 부정선거는 물론이고, 정상적으로 민주적인 선거기 치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사실상 이 때부터 폴 비야가 대놓고 권력투쟁에서 아히조를 압살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프랑스와 영국, 독일로부터 나라를 독립시키고, 카메룬을 통일시킨 공로를 가진 아히조에 비해 폴 비야는 파리정치대학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며 카메룬의 독립에 기여헸단 인물이었다. 어느 정도 폴 비야의 세력이 강해지자 아히조는 위기에 몰려 결국 병을 핑계로 사임했던 것으로 보여 진다. 이는 1983년에 군부 쿠데타 미수 사건이 벌어졌는데 여기에 아히조가 관여했을 것이라는 죄목을 씌워 궐석재판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이후 비야는 아히조의 형을 종신형으로 감형했고, 결국 아히조는 1989년에 세네갈 다카르에서 객사한 이후 현재까지도 고국인 카메룬에 돌아오지 못한 채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 묻혀 있다. 이후, 1984년 아히조 대통령의 복귀를 노린 쿠데타가 있었으나 진압되었고, 이후 1988년 4월 24일에 카메룬 대통령으로 재선되었다.


1982년에 집권한 이래, 1990년에 소련이 붕괴되자 폴 비야는 다당제와 서구식 선거제도 등 민주주의를 도입하려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러다가 이를 이용해 부정선거를 저질러 계속 대통령에 재선해 독재자로 변모했고, 2008년에는 연임 제한 규정을 철폐하며 영구 집권을 하게되었다. 이후 나이가 고령에 접어들면서 통치 능력에서 문제가 있다는 논란과 경제난 속에 각계에서 사임 요구들이 지속되었지만, 비야는 이를 일축하면 독재를 계속했다. 지난 12일에 치뤄진 카메룬 대선은 왕정을 능가하는 절대 권력자들이 집중되어 몰려 있는 말 그대로 고인 물의 아프리카 정치 상황을 압축시켜 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에서 30년 이상 집권 중인 현직 대통령의 7명 중 5명이 아프리카에 존재하고 있다.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Teodoro Obiang Nguema Mbasogo) 대통령은 현재 나이로 83세로 계속 집권 중이고, 1979년 쿠데타로 당시 대통령이던 숙부를 몰아내고 집권한 뒤 46년 동안 권좌를 수성하고 있으며, 아들을 부통령으로 앉히기도 했다. 그리고 콩고 공화국의 드니 사수응게소(Denis Sassou Nguesso) 대통령은 1979년 쿠데타로 집권한 뒤 1992년 선거에서 패배해 물러났지만, 반군을 이끌고 내전을 일으켜 1997년 다시 정권을 잡았으며 현 나이 81세다. 


1986년 집권한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Yoweri Museveni)  대통령은 두 차례 헌법을 수정하여 3선 제한과 75세 출마 금지 조항을 모두 삭제해 40년 집권 시대를 열었고 현재 나이 81세이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내년 1월의 열일 우간다의 대통령 선거에도 재출마를 선언했다. 에리트레아의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Isaias Afwerki) 대통령은 올해 나이 79세로 에리트레아는 1993년 에티오피아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선거도 치르지 않는 초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내일 언급할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인 알라산 와타라(Alassane Ouattara) 또한 앞서 언급한 대통령에 미치지 못하지만 15년을 독재했고, 곧 있을 25일 대선에도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돼, 장기집권을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와타라 대통령 또한 나이가 83세다. 이처럼 아프리카에서 유독 대통령의 장기 집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독특한 지정학적인 배경과 역사적인 배경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장기 집권자들은 비판 세력을 잔혹하게 탄압하면서도, 유력 인사들에게는 그만한 자리와 국가 이권 및 금전적 보상을 두둑히 쥐어주며 이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장기 집권 토대를 구축했다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들은 아프리카 특유의 부족적 혈연, 그리고 가족 중심의 씨족들과 향토 지역끼리 똘똘 뭉치는 연고주의 등을 이용해 가장 강력한 충성 엘리트 집단을 설계한다. 그러면서 언제든 자신을 배신하고 군사쿠데타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정규군과 별개로 자신에게 절대적인 충성심을 갖고 있는 친위 부대들을 운영해 이들로 하여금 장기 집권을 할 수 있는 기반을 확고히 한다.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상당수는 서구 열강의 식민지에서 독립했고 근대 국가 역사는 매우 짧아 완연한 안정세가 필요하다는 점도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한 배경으로 꼽힌다. 이처럼 권력을 장악한 지도자들은 자신을 서구 열강에서 조국을 독립으로 이끈 영웅이자 해방자 등으로 포장시켜 국민들에게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민중독재의 정당성을 심어주고 있다. 이는 북한과도 매우 비슷하다. 북한의 김일성도 자신을 독립투사 중 하나로 포장하여 영웅이자 해방자가 되었고, 그가 아니면 북한이라는 국가의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는 식으로 민중독재의 정당성을 삼았었다. 이런 것으로 보면 후진국과 후진국의 수장들이 독재를 일삼는 정치적 정당성은 거기서 거기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 2011년 장기 집권 권력자들을 연이어 축출되었던 ‘아랍의 봄’은 사하라 이남으로 번지지 않은 이유가 인종과 종교, 사회 구조들이 이슬람 중심의 북아프리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도 정치적 민주화가 어렵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다. 아랍의 봄이 본격화 되던 2011년 UN의 도움으로 수단에서 분리하여 독립한 남수단의 초대 지도자 살파 키르 마야르디트(Salva Kiir Mayardit) 대통령 또한 예정된 선거를 미루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는 전형적인 아프리카 독재자의 길을 따라가려 한다는 비판을 함께 받고 있다. 참고로 그 또한 올해 나이 74세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지켜본 결과, 장기 집권하고 있던 아프리카 권력자들이 간간히 축출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가봉에서는 56년 동안 이어졌던 봉고 부자 대통령 시대가 2023년에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완전히 종결되었다. 짐바브웨를 37년 동안 철권 통치한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 1924~2019)도 2017년 서방이 조작한 색깔혁명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된 반정부 시위로 축출되었고 수단을 30년 동안 장기 통치한 오마르 알 바시르(Omar al-Bashir)도 2019년 쿠데타로 추방되어야 했다.


게다가 다른 대륙에 비해 전체 인구 중 젊은 세대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보급이 확산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아프리카의 정치가 인터넷과 IT의 발달로 인해 선진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한다. 아프리카 각 국 국민들이 시위를 벌여 평화적으로 정권이 교체하거나 장기 집권이 저지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튜브나 틱톡 같은 영상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예전처럼 철권 통치는 불가능해 보인다. 특히 인도양의 섬나라인 세이셸은 지난 주에 벌어진 대선에서 야당 후보 패트릭 에르미니(Patrick Ermini)가 현직 와벨 람칼라완(Wavel Ramkalawan) 대통령을 누르고 평화적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서아프리카 세네갈에서는 2024년 마키 살(Macky Sall) 당시 대통령이 예정되어진 대선을 연기하고 장기 집권을 노리는 꼼수를 벌이다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는 바람에 포기한 사건이 있었다. 그에 비하면 아직 아프리카의 갈 길은 멀다. 카메룬의 폴 비야 대통령의 8선째 재선을 보며 카메룬의 미래가 암담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서 매우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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