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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2025.10.28.] “열흘 굶었다”… 편의점 식료품 훔친 50대, 경찰은 ‘죽’과 수액으로 응답했다

충북 청주시에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50대 남성이 편의점에서 식료품을 훔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이후 경찰은 단순한 체포에 그치지 않고 인도적인 조치를 통해 피의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복지 제도 연계에 나섰다.

사건은 2025년 10월 22일 새벽 2시30분,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발생했다. 50대 남성 A씨는 냉동 만두, 김밥, 피자, 바나나우유 등 약 5만원 상당의 식료품을 들고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그는 계산대 앞에서 “배가 고프다. 내일 계산하면 안 되겠냐”고 직원에게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품 안에 숨겨둔 과도를 보여주며 위협한 뒤 달아났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사건 발생 3일 뒤인 10월 25일 오전 9시 35분, 인근 원룸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당시 A씨는 극도로 야윈 상태였고 침대에 누운 채로 제대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쇠약해 있었다.

 

청주청원경찰서 형사과 소속 경찰관들은 A씨에게 죽을 사 먹인 뒤 인근 병원으로 데려가 사비로 4만 2천원 상당의 영양 수액을 맞게 했다. 이후 A씨가 당뇨 등 건강 문제로 일용직 노동을 그만둔 후 장기간 소득이 없어 통장 압류 상태에 빠졌음을 확인했다. 그는 복지 제도에 대한 정보조차 몰라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혜택을 신청하지 못한 상태였다.

경찰은 A씨를 가족에게 인계하려 했으나, 가정을 꾸리지 못한 그는 오랜 기간 가족과도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이에 경찰은 마트에서 달걀, 즉석밥, 라면 등 기본 식자재를 구입해 A씨에게 전달하고 귀가를 도왔다. 이후 오창읍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절차를 밟도록 지원했다. 심사 기간인 3개월 동안 매달 76만원의 임시 생계비가 지원될 예정이다.

당초 경찰은 흉기를 사용한 준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검토했지만, 전과가 없고 명백한 생계형 범죄로 판단해 불구속 수사로 전환했다. 또한 청주시는 A씨의 향후 구직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을 먼저 살려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범행에 이른 만큼 사회적 보호망과 연결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의 실상을 드러내며, 공권력이 인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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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굶은 편의점 강도, 경찰은 죽과 수액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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