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배우 틸리 노우드, 예술인가 위협인가?”… 인공지능이 연기하는 시대
창작자 데이터 무단사용 논란… 배우노조 강력 반발
[서울=2025.10.28.] AI 배우 ‘틸리 노우드’ 등장에… 예술의 진화인가 인간의 위기인가
2025년 9월, 스위스 취리히 영화제의 서밋 행사에서 공개된 AI 배우 ‘틸리 노우드’가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으로 설계된 이 디지털 아바타는 기술의 정점을 상징하듯 현실과의 경계를 허물며 등장했다. 그러나 그녀의 데뷔와 함께 터져 나온 논란은 단순한 신기술의 도입을 넘어, 창작의 윤리와 인간성의 본질을 다시 묻고 있다.
틸리 노우드는 네덜란드 AI 제작사 시코이아(Xicoia)가 수많은 여성 배우들의 이미지, 목소리, 연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한 AI 가상 배우다. ‘차세대 스칼렛 요한슨’, ‘디지털 나탈리 포트먼’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데뷔한 그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만 명을 모으며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데뷔작인 영화 ‘AI 커미셔너’는 시나리오, 편집, 연기 전 과정이 AI로 제작됐고, 제작진은 “촬영비를 최대 90% 절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화려한 등장 뒤엔 깊은 우려가 드리웠다. 미국 배우·방송인 조합(SAG-AFTRA)은 공식 성명을 통해 “AI 배우는 인간 배우의 데이터를 무단 학습한 산물이며, 이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에밀리 블런트, 멜리사 바레라, 마라 윌슨 등 유명 배우들도 “AI는 예술의 감성을 대체할 수 없다”, “끔찍하고 무섭다”며 우려를 표했다.
기술적 진보를 예술의 영역에 도입하는 것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AI 제작자인 엘리너 반 더 벨던은 “틸리는 인간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예술의 장르로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어린이 NIE 기사에서는 “사진이 등장했을 때 화가들이 위기감을 느꼈지만 결국 새로운 예술이 만들어졌다”며 AI도 예술적 실험으로 수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AI 배우에 대한 불편함은 단지 배우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선비즈는 AI 인물 광고에 대해 “소비자 역시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낀다”며, 뉴욕 지하철에 설치된 AI 광고판이 낙서와 훼손으로 가득 찼던 사례를 전했다. 45%의 글로벌 소비자가 AI 인플루언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마케터의 조사 결과도 AI 콘텐츠에 대한 경계심을 보여준다.
AI 배우가 인간 배우의 자리를 실제로 대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논의 중이다. 그러나 영상 제작 현장에선 이미 일부 표정과 액션 장면을 AI가 맡는 시도들이 늘고 있으며, AI 성우의 도입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김명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소장은 “기술이 앞서고 제도가 뒤따르지 못하면, 인권 경시와 윤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틸리 노우드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적 사건이 아니다. 이는 영화와 광고, 예술과 노동의 경계를 다시 설정하게 만드는 ‘AI 시대’의 서막이다. 이제 우리는 묻는다. 진짜 배우란 누구인가? 인간이 만든 감동은 어디까지 지켜질 수 있는가? 기술은 앞으로도 진보하겠지만, 그 속에서 인간의 자리를 어떻게 지킬지는 우리 사회가 함께 답을 찾아야 할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