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핵 추진 순항 미사일인 ‘부레베스트니크’를 시험 발사했다. 러시아 측 발표에 따르면 이 핵 추진 순항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사실상 무제한이고, 핵탄두를 탑재하고, 세계 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시험 발사에서 보면 이 순항 미사일은 약 15시간을 장기간 비행하면서 최소 14,000킬로미터를 비행했다. 이것은 순항 미사일이 핵 추진체를 동력으로 삼고 있으므로 공중에서 장시간 저공으로 비행하면서 현존하는 서방의 방어 시스템을 대부분 회피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순항 미사일은 우선 미사일에 날개가 달려 있어서 비행기처럼 비행항로를 바꿀 수 있고 요격기로 공격할 경우 회피 기동도 할 수 있다. 둘째, 순항 미사일은 저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지상 레이더로 탐지하기가 어렵고, 대공 미사일로 요격하기가 어렵다. 셋째, 순항 미사일은 정밀도가 높아서, 적의 전력 시설, 탄도 미사일 발대, 공군 비행장 등을 타격할 수 있다. 그런데 순항 미사일이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도 있다. 순항 미사일의 단점은 첫째, 순항 미사일이 표적까지 비행하기 위해서는 GPS 위성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것이 없다면 순항 미사일은 속도가 빠르지 않아 무용지물로 될 수 있다. 둘째, 순항 미사일은 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제외하고 마하 1 정도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비행기처럼 날다가 자폭하는 방식으로 타격하는 미사일이기 때문에 화력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순항 미사일인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1,200킬로미터∼2,700킬로미터이며 재래식으로도 사용하고,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전천후 장거리 타격용 아음속 순항 미사일이다. 특히 토마호크 미사일은 걸프전, 코소보 전쟁,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위력을 발휘한 바가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지원받으려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젤렌스키의 생각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어리석은 행위라 하겠다. 키예프에서부터 모스크바까지 직선거리로 약 770킬로미터인데, 토마호크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된다면, 러시아로서는 토마호크 미사일의 사정거리에 모스크바가 들어오게 되므로 실로 위협적이라고 하겠다. 물론 토마호크 미사일이 러시아의 방공 시스템인 S-300, 혹은 S-400(이후 S-500로 강화될 것임)로 요격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리 방공망이 가동되더라도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문제다.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토마호크 미사일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실전 배치하고 당장 사용이 가능할까? 없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구축함에서 발사하는 함대지 미사일,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크루즈 미사일이 있으며, 지상 공격 미사일이 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수직발사시스템형(수상함용), 어뢰관형(일반 잠수함), 캡슐 발사 시스템형(핵 잠수함용)의 종류가 있는데, 우크라이나는 이에 합당한 해군 함정이 없다. 그렇다면 지상 공격 발사일은 가능할까? 이것도 미군이 지상 발사대와 이른바 타이폰 시스템으로 일부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실제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도 불투명하다.
러시아가 우려하는 부분은 토마호크가 우크라이나에 배치도 문제이지만, 예를 들어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었을 때 핵탄두 탑재 여부가 탐지되지 못할 경우 – 실제로 탑재되었다면 – 방사능 낙진에 따른 피해도 우려할 수밖에 없다. 토마호크의 우크라이나 배치는 푸틴으로서는 그러면 서방과 러시아가 핵 전쟁하자는 것이냐고 반발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트럼프와 푸틴의 정상 회담이 연기되고, 트럼프가 젤렌스키와 회담에서 이미 충분히 피 흘렸다는 말로 토마호크 미사일 배치에 신중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토마호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는 문제는 일단 유보되었다. 푸틴은 이번 트럼프와의 정상 회담이 불발되자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신형 핵 추진 미사일 실전 배치를 시사함으로써 다시 한번 유럽 국가들을 긴장시켰다. 유럽 국가들은 토마호크의 유럽 배치를 기대하고 있지만, 문제는 현재 토마호크 미사일의 재고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토마호크 미사일에 관해 일본이 상당히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10척의 구축함에 400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도입해 실전 배치하려고 한다. 이것은 실로 중국과 북한에 위협이 되기도 하는데 향후 동북아에도 이를 둘러싸고 군비 경쟁이 가속화될 수 있겠다. 필자는 오래전에 이미 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중국을 겨냥해서 실전 배치하는 것에 관해 상당히 우려해 왔다. 당시에 필자는 서서히 중국이 부상하면서 향후 국제 정세가 미국과 중국으로 바뀌게 되면 이 토마호크 미사일로 인해 동북아에서 때아닌 군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제 바로 그것이 현실이 되고 보니 격세지감이 절로 느껴진다.
토마호크 미사일 배치 문제가 나오자마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도가 되긴 했지만, 결국 트럼프의 배치 유보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토마호크 없이 전쟁이 끝나기를 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면 속내는 알 수 없지만, 해프닝인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가 워낙 변통이 심해 언제 태도를 바꿀지는 알 수 없다. 젤렌스키가 장거리 미사일을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았어도 결정적으로 ‘게임 체인저’가 되지 못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어서 이를 배치하려는 것은 실로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서방에 기대면서 그 비싼 토마호크 미사일을 운운하다니, 도대체 젤렌스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할지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현재 수준에서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휴전도 종전도 합의가 실질적으로 되지 못함으로써 소모전만 지속되고 있다. 푸틴은 승기를 잡았는데, 굳이 여기에서 물러날 명분이 없다. 반대로 젤렌스키는 빼앗긴 우크라이나 영토를 되찾으려는 생각밖에 없다. 트럼프는 전후 우크라이나의 광물자원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서로 각자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고 있을 뿐이어서 협상이 쉽지 않아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관건은 젤렌스키가 이 전쟁을 계속할 수도 없고, 이 전쟁을 끝낼 수도 없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더 이상 젤렌스키에게 희망을 주지 않고 그의 파멸을 재촉할 뿐이다. 안타깝지만 상황이 그렇다!
젤렌스키에게는 왜 이 전쟁을 하고 있는지가 근본적인 물음이 따라다닌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채로 젤레스키가 러시아를 상대로 무모한 전쟁을 하고 있는지는 정치적인 것 이외에 달리 없다. 굳이 러시아와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는데도 이를 거절하고 협상보다 전쟁을 선택한 까닭도 달리 설명될 수 없다. 더 나아가 전쟁 중에도 여러 차례 러시아 쪽에서 전쟁을 이 정도에서 멈추자고 했지만 이를 거절한 것도 젤렌스키였다. 서방의 자원으로 잠시 승리에 도취된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리석었다. 정치 지도자라면 때론 과감하게 냉정한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국가를 위한 길이라면 기꺼이 자신이 희생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은 정당하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젤렌스키는 지도자로서 부적합하다. 기껏해야 토마호크 미사일이라도 배치해서 뭔가 ‘게임 체인저’를 노린다는 것도 앞에서 기술된 것처럼 매우 부적절하다. 이것은 오히려 지금까지 그래도 일부나마 논의된 모든 협상의 성과들을 모조리 폐기해 버리는 것이다.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돕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 상황으로 보면 뭘 실질적으로 돕겠다는 것도 매우 불투명하다. 과거같이 유럽의 목소리가 그래도 있었던 것은 탁월한 정치적 감각을 지니는 유능한 정치 지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유럽은 오랫동안 평화를 그래도 유지할 수 있었는데 그 핵심은 러시아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달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러시아 문제를 실질적으로 다룰 유럽의 지도자는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첩경을 벗어나 멀고 험난한 길로만 가고 있고, 유럽의 안보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으니 언제 종전이 될지 불투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