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모르는 돈 입금? '핑돈 사기' 통장묶기 주의보
2024년 2,500건 신고·15억 피해… 보이스피싱법 악용한 계좌 동결 범죄 총정리
통장에 '모르는 돈' 입금됐다면… '핑돈 사기' 주의보
2024년 2,500건 신고·15억원 피해… 보이스피싱법 악용한 신종 범죄 기승
출처 모를 소액 입금, 계좌 동결의 전조
어느 날 갑자기 통장에 20만원이 입금됐다. 송금인 이름은 낯설고, 입금 이유도 알 수 없다. "누가 실수로 보냈나?" 싶어 무심코 넘기기 쉽지만, 이는 '핑돈 사기'의 시작일 수 있다.
핑돈 사기는 보이스피싱 피해금(핑돈)을 무작위 계좌에 소액 입금한 뒤 허위 피해 신고로 해당 계좌를 동결시키는 '통장묶기' 범죄다.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환급법(통사피법)의 지급정지 제도를 악용해 무고한 시민의 모든 은행 계좌를 2~3개월간 사용 불가 상태로 만든다.

텔레그램 '핑돈업자' 성행… 건당 30만원에 거래
중앙일보 취재 결과, 텔레그램에서 활동하는 '핑돈업자'는 건당 비트코인 30만원을 받고 타인 계좌 동결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뢰 목적은 사적 복수, 업무 방해, 심지어 장난까지 다양하다.
사기범 A씨는 인터뷰에서 "보이스피싱 돈세탁보다 이득이 크다. 위험도 적다"고 밝혔다.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조차 사채 원한으로 이 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정도다.
피해 사례 속출… 자영업자·직장인 생활 마비
2024년 자영업자 김모씨(42)는 통장에 입금된 30만원 때문에 계좌가 동결돼 대금 정산이 불가능해졌다. 2개월간 사업이 중단됐고, 신용도 하락으로 대출까지 어려워졌다.
직장인 이모씨(35)는 20만원 입금 후 급여 계좌를 포함한 모든 계좌가 묶이면서 월세와 공과금 납부가 불가능해졌다. "월급날인데 돈을 못 쓴다"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더 악질적인 것은 추가 협박이다. 사기범은 "돈을 보내면 계좌를 풀어주겠다"며 2차 피해를 유도한다. 중국 조직과 연계된 C씨는 도박사이트 이용자를 협박해 12억원을 갈취했다.
금융당국·경찰 대응 나섰지만 근본 해결 어려워
금융감독원은 "통사피법상 지급정지는 피해자 보호가 목적이지만, 이를 악용한 범죄가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케이뱅크는 피해자 소명 절차를 간소화한 '즉시 해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정상 거래 증명 시 24시간 내 해제가 가능하다. 다른 은행들도 유사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허위 신고자 추적에 나섰지만, 텔레그램의 익명성과 비트코인 거래 추적의 어려움으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처법: 은행·경찰 즉시 신고, 협박 무시
전문가들은 모르는 입금이 확인되면 즉시 다음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
첫째, 은행 중재센터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송금인과의 합의를 요청한다.
둘째, 경찰(112)에 신고해 사건을 기록으로 남긴다.
셋째, 사기범의 협박 문자나 연락을 무시한다. 절대 돈을 보내선 안 된다.
넷째,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계좌번호 노출을 최소화한다.
통사피법 개정 추진… 정상 거래 보호 강화
국회에서는 통사피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정상적인 거래까지 막히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신고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피해자 소명 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보안원 관계자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범죄인 만큼 법 개정과 기술적 보완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4년 기준 핑돈 사기 신고는 2,500건을 넘어섰고, 피해액은 15억원을 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식과 경각심만이 이 악랄한 범죄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