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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2025.12.13.] “100만 달러를 내면 몇 주 안에 미국 영주권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고액 기부자를 대상으로 한 신속 영주권 프로그램 ‘트럼프 골드카드(Trump Gold Card)’ 신청 접수를 공식 개시했다. 반면 비자면제프로그램(ESTA)을 이용하는 일반 여행객에게는 소셜미디어·이메일 등 민감 정보를 대폭 추가로 요구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미국의 이민·출입국 정책이 ‘속도와 현금’ 중심의 양극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골드카드 개요

트럼프 행정부는 12월 10일(현지시간)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신속 영주권 프로그램 ‘트럼프 골드카드’를 공식 론칭했다. 개인 신청자는 우선 비환불성 행정 수수료 1만5000달러를 납부하고 국토안보부(DHS)의 신원·안보 심사를 통과한 뒤, 승인 시 100만 달러를 미국 정부에 ‘기여금’으로 납부하면 기존 EB-1 또는 EB-2 카테고리를 활용해 몇 주 안에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카드는 별도의 독립 비자 종류라기보다는, 기존 취업 기반 영주권(특히 EB-1A, EB‑2 NIW 등) 심사·발급 과정을 대폭 단축해 주는 ‘패스트트랙 통로’에 가깝다. 일반 취업·투자 이민의 경우 수년 단위 대기와 복잡한 서류·투자 요건을 요구하지만, 골드카드는 투자금이 아닌 ‘정부에 대한 직접 기부’와 고액 수수료를 핵심 조건으로 내세운다.


1 트럼프 골드 카드 2.png

EB-5 투자이민과의 차이·대체 효과

이번 제도는 사실상 기존 투자이민 비자(EB-5)와 비교해 “속도와 단순성”을 앞세운 대체 옵션으로 기능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EB-5는 통상 80만~105만 달러 이상을 민간 프로젝트나 지역센터에 투자하고, 최소 10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심사에만 수년이 걸리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또 EB-5는 투자금을 일정 기간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유지(sustainment)’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법적 분쟁까지 이어졌으나, 골드카드는 자금이 정부에 직접 기부되는 구조라 투자 위험·일자리 창출 요건이 사실상 사라진다. 그 대신 골드카드는 ‘돈을 많이 낼수록 더 빨리, 더 확실한 영주권 통로를 열어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기업 골드카드·플래티넘 카드와 세제 혜택

정책에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을 겨냥한 ‘기업 골드카드’도 포함됐다. 이 경우 기업은 직원 1인당 200만 달러를 미국 정부에 기여금으로 납부해 핵심 인력을 위한 신속 영주권을 확보할 수 있으며, 연간 1%의 유지 수수료와 임직원 명의 변경 시 5%의 추가 수수료가 부과되는 방식으로 설계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다국적 기업이 고급 인력을 미국에 상주시킬 수 있는 ‘프리미엄 이민상품’으로 해석되며, 실리콘밸리·금융업계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추가로 500만 달러를 납부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연간 최대 270일간 미국에 체류하면서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세금 면제를 받을 수 있는 ‘트럼프 플래티넘 카드’ 도입도 예고했다. 아직은 대기 신청 단계지만, 일부 조세피난처 성격의 ‘투자 시민권 프로그램’과 유사한 고액 자산가 대상 세제·체류 패키지로 분류되며 국제 조세 형평성과 조세 경쟁 심화 논란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메시지와 글로벌 ‘투자 시민권’ 흐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를 통해 “골드카드는 자격 있는 이들을 위한 시민권 직행 티켓”이라며, 관련 이미지와 신청 링크를 직접 게시했다. 트럼프는 “미국 기업들이 중요한 인재를 지켜낼 수 있게 됐다”며 고액 자산가·전문 인재 유치를 통해 경제 성장과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투자형 영주권·시민권’ 제도는 이미 카리브해·유럽 일부 국가 등에서 운영 중이며, 국제통화기금(IMF)·OECD 보고서에서도 고액 자산가 이동과 조세 정책의 주요 변수로 다뤄져 왔다. 다만 미국이 세계 최대 이민 목적지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골드카드는 글로벌 투자 이민 시장의 기준을 더 상향 조정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비판: ‘부자 특혜’와 이민의 가격 책정

영국 일간 가디언 등 해외 언론들은 반이민 색채가 강한 트럼프 행정부가 ‘부자 이민자에게는 문호를 활짝 여는 것’이라며 모순을 지적했다. 미국 민주당 인사들과 이민 인권단체들은 “자산 규모에 따라 입국 문턱을 다르게 설정하는 것은 이민을 일종의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공정성·형평성 측면에서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는 이미 수년간 가족 재결합·난민·난민 신청자들이 긴 대기열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고액 기부자는 몇 주 안에 영주권을 받을 수 있게 한 점이 ‘이민 제도의 근본적 신뢰’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지지 측에서는 복잡한 투자 프로젝트 대신 정부 직접 기부로 재정 수입을 늘리고, 고급 인재를 빠르게 유치해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ESTA 강화와 일반 여행객에 대한 규제

골드카드 정책이 시행된 같은 날, 미국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참여국 국민이 사용하는 ESTA 제도에 대해 심사 기준을 크게 강화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새 방안에 따르면 ESTA 신청 시 향후 5년간 사용한 소셜미디어 계정 정보, 지난 10년간 사용한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 가족 구성원 정보, 얼굴 사진 등 보다 광범위한 개인정보 제출이 요구될 수 있다.


현재 ESTA는 약 40여 개 국가 국민이 미국을 최대 90일간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온라인 신청과 비교적 간단한 심사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이번 강화 방안이 현실화되면, 한국·일본·유럽 주요국 국민 등 일반 여행객들은 더 많은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경우에 따라선 추가 심사를 감수해야 하는 등 입국 문턱이 눈에 띄게 높아질 전망이다.


‘이중 잣대’ 논란과 정책적 함의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고액 기부자를 위한 골드카드·플래티넘 카드로 부유한 이민자에게는 신속한 통로를 열어주면서, 일반 외국인·저소득권 여행객에게는 강화된 심사를 적용하는 상반된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돈이 있으면 국경이 열리고, 그렇지 않으면 감시와 통제만 강화되는 ‘이민의 양극화’”라며 이중 잣대를 문제 삼고, 지지론자들은 “국가안보는 강화하고, 동시에 재정과 인재 유치를 극대화하는 현실적 선택”이라고 반박하는 등 입장이 갈린다.


향후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골드카드가 실제로 미국 재정과 고급 인력 유치에 어떤 실질적 효과를 내는지에 대한 평가와, 둘째, ESTA 강화 등 보안 조치가 인권·프라이버시·관광·비즈니스에 미치는 비용이 과도하지 않은지에 대한 논의다. 정책의 편익과 비용을 계량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조치는 특정 정당이나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미국 이민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논쟁거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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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내면 미국 영주권”…트럼프, ‘골드카드’ 이민제도 본격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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