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대박, 왜 동네 식당은 저녁 문을 닫나
직원 줄인 식당 46.5%…런치플레이션 속 외식업 2차 구조조정 경고등
1.. ‘대박 예능’과 식당의 2차 구조조정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는 요리 계급전이라는 콘셉트로 해외까지 화제를 모으며 시즌2까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일부 출연 셰프는 방송 직후 예약이 폭주하고 SNS 팔로워가 수십 배로 늘었지만, 정작 동네 상권에서는 “방송 대박 나도 우리 가게엔 손님이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외식업계에서는 인건비와 임대료, 원재료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2차 구조조정’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조사에서는 최근 1∼2년 사이 직원 수를 줄였다고 답한 외식업체 비율이 46.5%에 달했으며, 이들 상당수는 주 6~7일이던 영업일을 주 4~5일로 줄이고, 저녁·심야 영업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외식 물가는 5년 새 약 25% 뛰어 전체 물가 상승률(16%)보다 훨씬 가파른 ‘런치플레이션’을 보였지만,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속도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체감이다. 손님이 줄어드는 가운데 가격은 마음대로 못 올리니, 결국 가장 먼저 손댈 수 있는 항목이 직원 감축과 영업시간 축소라는 것이다.
2.: 직원 줄이고 문 닫는 ‘고용 역전’ 구조
통계청과 국세청 자료를 보면 음식점업 폐업률은 15% 안팎으로, 소매업과 함께 내수 기반 자영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업 부진’을 이유로 문을 닫았고, 그 중심에는 음식점과 소매업이 있었다.
한편 자영업 전체에서는 고용원이 있는 사업자가 소폭 늘고, 월별 폐업 사업자 수도 최근 들어 다소 줄어드는 흐름이 감지된다. 하지만 외식업 현장에서는 “직원 채용이 늘었다기보다, 배달·카페·프랜차이즈로 쏠리며 소규모 한식·분식·동네 식당만 더 어려워졌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특히 저녁 손님이 줄어든 지역 상권에서는 ‘점심 위주·저녁 휴무’가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낮에는 직장인 점심 특선으로 회전율을 높이고, 밤에는 인건비와 공과금을 아끼기 위해 불을 꺼버리는 ‘반쪽 영업’이 확산되면서 외식업 고용 구조가 종전과 정반대로 뒤집히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 사회 반응 – 예능·플랫폼·정책 책임 공방
이 같은 현실 속에서 ‘흑백요리사’ 같은 요리 예능은 화려한 셰프와 스토리텔링으로 요식업을 ‘꿈의 직업’처럼 포장해 청년층을 더 위험한 창업으로 내몬다는 비판과, 대중의 요리에 대한 관심을 높여 외식시장 저변 확대에 기여한다는 반론이 엇갈린다. 특정 프로그램이나 인물을 과도하게 탓하기보다, 콘텐츠 산업과 외식업 구조의 괴리를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배달앱 수수료, 임대료, 가맹 수수료 등 구조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호소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외식 횟수를 줄이거나 배달·간편식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치권도 선거 때마다 ‘자영업 지원’을 약속하지만, 정권과 정당을 막론하고 정책이 단기 대출·보조금에 치우치면서 근본 체질 개선에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많다.
4. 재발 방지·대책 – ‘사장님 혼자 버티기’에서 구조 개편으로
전문가들은 외식업 위기를 ‘개별 점포의 노력’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노동·공간·디지털 전환을 묶은 구조 개편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소규모 식당이 최소한의 법적·회계·노무 지식을 갖추고 안정적으로 근로조건을 설계할 수 있도록, 창업·운영 단계에서 상시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하는 공적 인프라가 필요하다.
둘째로 상권별 공용 주방·공동 물류·공동 마케팅과 같은 ‘연합 모델’을 활성화해 인건비·식자재비·마케팅 비용을 나누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셋째로 배달·OTT·플랫폼 기업에는 외식업과의 상생 요금제, 데이터 공유, 지역 밀착형 프로모션 등 실질적 상생 모델을 제도화하자는 논의도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정책은 특정 정당이나 개인의 이해에 따라 출렁이지 않고, 최소 5~1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로드맵 속에서 자영업 비중 조정, 사회안전망 확충, 업종 전환 지원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이 대체로 모인다. 요리 예능의 대박과 동네 식당의 백기가 공존하는 모순을 줄이려면, ‘사장님 각자도생’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정책, 소비 패턴을 함께 바꾸는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