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가지는 것이 정말 즐거운가?
하기락의 절제와 박제가의 순환으로 본 한국 경제의 현재
많이 가진 사회는 왜 더 불안해지는가
최근 한국 사회의 경제 논쟁은 두 장면에서 동시에 분출되고 있다. 하나는 다주택 소유를 둘러싼 규제 논쟁이고, 다른 하나는 단기간에 급등락을 반복한 주식시장의 혼란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닮아 있다. “열심히 살아도 불안은 줄지 않는다”는 체감이다.
다주택 규제는 오래전부터 찬반이 엇갈려 왔다. 일부는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고, 다른 일부는 주거 불평등 해소를 강조한다. 사실적 배경을 보면, 통계청과 국토 관련 자료에서 상위 10%가 전체 주택의 약 절반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다는 구조적 불균형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주택 가격 상승기에는 자산 격차가 빠르게 확대됐고, 무주택 가구의 내 집 마련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세제·금융 규제는 특정 집단을 겨냥한 처벌이라기보다, 과열된 축적 구조를 완화하려는 시도로 등장했다.
동시에 금융시장에서는 다른 형태의 불안이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증시는 외국인 자금 유입과 이탈이 반복되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자료를 보면, 급락 구간에서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비중은 늘었지만, 이후 회복 국면의 과실은 온전히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는 투자 판단의 문제라기보다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외국 자본은 상황에 따라 신속히 이동할 수 있지만, 국내 가계는 손실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현상을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의 비유로 풀면 이해가 쉽다. 그는 재물을 물에 비유하며 “흐르면 이롭고, 고이면 해롭다”고 했다. 오늘의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자금이 생산과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가격 변동만 남을 때 시장은 민생을 지치게 만든다. 오를 때 이익은 머무르지 않고, 내릴 때 부담만 남는 구조가 반복되면 신뢰는 빠르게 소진된다.
사회적 반응도 점점 달라지고 있다. 다주택 규제를 둘러싼 논쟁은 이제 단순한 찬반을 넘어, “어디까지가 정당한 소유인가”라는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단기 수익보다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규제를 더 강하게 하자는 주장이나, 완전히 풀자는 주장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변화다. 불확실성이 가장 큰 비용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발을 막기 위한 해법은 명확하다. 첫째,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규제와 완화가 단기간에 반복되면 시장 참여자 모두가 방어적으로 변한다. 둘째, 자산이 ‘쌓이는 곳’이 아니라 ‘쓰이는 곳’으로 흐르도록 유도해야 한다. 주거는 거주의 기능을 회복하고, 금융자산은 생산과 혁신으로 연결돼야 한다. 셋째, 손실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완충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시장 개입이 아니라, 시장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많이 가진다고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더 빠른 상승도 마찬가지다. 지금 한국 경제가 필요한 것은 소유의 확대가 아니라, 흐름의 안정이다. 민생은 숫자가 아니라 체감으로 움직인다. 정책과 시장이 그 사실을 잊지 않을 때, 불안은 비로소 줄어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