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도 디지털 양극화… 젊은 사장님 웃고, 고령 사장님은 한숨
배달앱·온라인 주문에 익숙한 3040 매출 회복, 50대 이상은 ‘코로나 이전 수준’ 여전히 못 미쳐
디지털 기기를 적극 활용한 2030 자영업자의 매출이 회복·성장하는 반면, 배달앱과 온라인 주문에 익숙하지 않은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여전히 매출 회복에 어려움을 겪으며 ‘디지털 양극화’가 자영업 생태계를 갈라놓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자영업 시장은 전체 매출 지표만 보면 어느 정도 회복된 것으로 나타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전국 자영업자 30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자영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연간 평균 매출은 코로나 기간 1억4050만원 수준에서 코로나 이후 1억7240만원으로 반등해 코로나 이전(1억7144만원)과 비슷한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숫자 이면을 들여다보면 세대별·업종별 격차가 뚜렷하게 벌어지는 ‘디지털 양극화’가 진행 중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자영업자 10명 중 4명(42.4%)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매출이 늘었다고 답했는데, 이들 상당수는 40대 이하였다. 30대 이하 자영업자의 59.4%, 40대 자영업자의 55.1%가 “매출이 상승했다”고 응답한 반면, 50대 자영업자는 60.8%, 60대 이상은 70.8%가 “매출이 하락했다”고 답해 연령대가 높을수록 경기 회복의 과실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매출 규모를 봐도 격차는 분명하다. 만 39세 이하 자영업자의 연평균 매출은 코로나 이전 1억7970만원에서 코로나 이후 1억9540만원으로 8.7% 늘었고, 40대 자영업자도 같은 기간 6.2% 증가했다. 반면 50대 이상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특히 70대 이상은 코로나19 이전 매출의 84.4%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 전체 평균 매출이 회복됐다는 통계 뒤편에 세대별 명암이 크게 갈리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차이는 배달 플랫폼과 비대면 주문 도입이 빠르게 확산된 음식·주점업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40대 이하 사장님들은 60% 이상이 “매출이 상승했다”고 응답했지만, 50대 이상은 4명 중 3명이 “매출이 하락했다”고 답했다. 40대 이하의 경우 전체 매출 중 온라인·배달앱을 통한 비중이 26~29%에 이르는 등 디지털 채널이 핵심 매출원으로 자리 잡았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온라인·배달앱 매출 비중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를 계기로 소비자의 ‘비대면 일상화’가 고착되면서 디지털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젊은 사장님들은 플랫폼 광고, 배달앱 프로모션, SNS 홍보 등을 통해 빠르게 단골을 확보하고 매출을 키워 왔다. 반대로 스마트폰 앱 사용과 온라인 마케팅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자영업자는 거리 유동인구 감소와 임대료·인건비 상승 등의 부담을 홀로 떠안은 채 기존 오프라인 방식만으로 버티는 상황에 놓였다. 단순한 ‘경영 능력 차이’가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는지 여부가 생존을 가르는 새로운 경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가 소득 격차로 번지는 구조’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자영업자들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한 기술 활용 안내에 나선다면, 디지털 격차로 인한 소득 격차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자영업자 상당수가 부채를 안고 있는 현실에서, 매출 회복에서 소외된 계층이 더 깊은 취약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 과제도 분명해지고 있다. 첫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해 온 ‘스마트 상점’, ‘디지털 배달 교육’ 등 기존 지원 프로그램을 단기 이벤트가 아닌 상시 교육 인프라로 전환해, 고령 자영업자도 자신의 업종·입지에 맞는 온라인 전략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요구된다. 둘째, 플랫폼 기업이 수수료 인하 논쟁을 넘어, 메뉴 등록·사진 촬영·리뷰 관리·데이터 분석 등 실질적인 디지털 영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상생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셋째, 지역 상권 단위의 공동 플랫폼 구축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디지털에 익숙한 청년 창업자와 고령 상인이 한 팀을 이뤄 온라인 판매 채널을 공동 운영하는 ‘세대 연대형 상권 모델’을 지원하면, 세대 간 갈등을 줄이면서도 역량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영업 정책의 성과를 단순 평균 매출이나 폐업률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연령·업종·지역별 디지털 접근성과 활용 수준까지 함께 측정해 ‘디지털 포용 지표’를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코로나 이후 어렵게 출구를 찾고 있는 자영업 시장에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다만 그 속도가 모든 세대에게 균등하게 주어지지 않는 만큼, 기술을 빨리 익힌 사람만이 살아남는 ‘각자도생의 경쟁장’이 아니라, 뒤처진 이들을 끌어올리는 안전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향후 자영업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