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사망, 중동이 흔들린다
미·이스라엘 ‘토요일 오전 기습’ 이후, 핵협상·에너지·안보 지형이 어떻게 바뀌나
미·이스라엘, 토요일 오전 ‘기습 제거’…하메네이 사망이 뒤흔든 중동 질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 이란을 공습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제거하면서 중동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교착된 핵협상, 정보전 우위, 이란 내부 불안정이 복합 작용했고, 이란은 즉각 미사일·드론 보복에 나서며 역내 긴장이 고조됐다. 걸프산 원유 수송과 글로벌 유가, 국제 핵확산 규범, 이란 후계 구도와 IRGC 부상 등이 향후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국제사회는 외교 복귀와 확전 방지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전역의 군사·지휘 시설을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하는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고, 이 과정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것으로 이란 국영 언론과 서방 주요 매체들이 잇따라 확인했다. 공습은 제네바에서 진행된 3차 미·이란 핵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진 직후 이뤄져, 외교 협상과 군사 옵션이 병행된 ‘이중 트랙’ 전략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뉴욕타임스와 주요 방송들은 CIA와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수개월 간 하메네이의 동선을 추적해 고위급 회의 참석 정보까지 포착한 뒤, 통상 야간이 아닌 ‘토요일 오전’ 시간대를 선택해 수뇌부가 집결한 순간을 노린 ‘결정적 타이밍’의 제거 작전을 실행했다고 전했다. 미사일·드론, 스텔스 전투기, 정밀유도무기 등 정보·감시·정찰(ISR) 역량과 하이테크 무기가 결합된 ‘외과수술식 타격’이 현실화됐다는 의미다.
하메네이는 1989년 최고지도자에 오른 후 약 37년 동안 이란 신정체제의 정점에서 권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장기 제재와 물가 급등, 청년 실업과 2022년 ‘히잡 시위’ 등 반복된 반정부 시위의 강경 진압으로 정권의 정당성은 이미 상당 부분 훼손돼 있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란은 40일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지만, 일부 지역에서 환호성·축하 행진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며 사회 내부의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 교착된 핵협상이 군사 옵션의 상시화를 불러온 배경으로 지목된다. 제네바 3차 협상에서 이란은 제재 완화를, 미국은 농축 우라늄 감축과 핵 프로그램의 실질적 후퇴를 요구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월부터 항모전단과 전략폭격기를 이란 인근에 전개해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최대 수준의 전력을 모았고, 이는 ‘협상 실패 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상수로 만든 셈이 됐다.
둘째, 정보전 우위 역시 핵심 요인이다. 서방 정보기관은 이란 내부 인사, 위성·통신 감청, 드론 정찰을 결합해 최고지도부의 은밀한 이동까지 추적 가능한 수준의 정밀 타깃팅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지도부 은신처는 안전하다’는 기존 전제를 무너뜨리고, 핵 보유 직전 단계 국가에 대한 선제 제거 옵션이 현실적인 카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이란 내부의 취약성도 작전 결행의 배경으로 꼽힌다. 하메네이 후기 체제는 경제난과 권력 세습 논란, 혁명수비대(IRGC)의 과도한 정치 개입으로 피로도가 누적돼 있었다. 후계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지도자 공백은 오히려 IRGC 강경파가 권력 전면에 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반대로 체제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교차한다.
이해관계 역시 복합적이다.
미국은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 복원, 중동 내 동맹국 안보 보장, 중간선거 국면에서 ‘강경 리더십’ 이미지를 부각하는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자국을 직접 겨냥해온 이란 탄도미사일 전력과 IRGC 지휘부 제거, 하마스·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세력에 대한 전략적 압박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최고지도자 공백으로 인한 권력 재편과 내부 권력 투쟁, 강경파 주도의 ‘보복 경쟁’ 압력에 직면했다.
이란 내부는 애도와 분노, 환영이 뒤섞인 혼란 국면이다. 국영방송은 연일 장례식과 추모 행사를 집중 중계하고 있지만, 주요 도시에선 ‘체제 변화’와 ‘보복’ 구호가 동시에 등장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한다. 혁명수비대는 미·이스라엘에 대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보복”을 예고하고, 이미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 기지, 걸프 산유국 시설을 향한 미사일·드론 공격을 개시했다.
걸프 지역에서는 UAE 민간 시설 피해와 항공편 중단, 공항 폐쇄 등이 속출하며 불안이 확산됐다. 국제 유가는 즉각 급등했고,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원유 수송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 외교부는 현재 이란 내 60여 명, 이스라엘 내 600여 명의 우리 국민이 체류 중이라고 밝히며 안전 공지와 철수 권고를 강화했다.
국제사회 반응은 엇갈린다. 러시아와 중국은 영토 보전 원칙을 내세워 일제히 공습을 비판하면서도, 비공식 채널로는 자국 영향력 확대 기회를 모색하는 이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핵확산 방지와 역내 안정을 위한 외교 복귀”를 촉구하며 추가 확전을 경고했다. 무엇보다 최고지도자 제거가 “정밀 타격을 넘어 중동 권력 질서 재편의 분기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각국은 후계 구도와 체제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작전은 ‘핵 보유 직전 단계 국가 지도자’를 선제 제거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제법·국제규범 측면에서 최소 세 가지 쟁점을 남긴다.
첫째, 자위권 범위 안에서의 선제 공격 여부
둘째, 핵확산 방지라는 명분과 주권 침해 사이의 경계
셋째,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군사 개입의 정당성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핵·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다자 협상의 복원이 필수적이다. 이란이든 다른 중동 국가든 ‘핵 보유 의심 단계에서 군사 옵션이 선택될 수 있다’는 선례가 굳어지면, 역설적으로 조기 핵무장 유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은 이란 핵협상 재개를 위한 최소한의 신뢰 회복 조치—제재 완화와 투명성 확대의 맞교환—를 설계해야 하고, 러시아·중국도 이를 방해하기보다 중재 역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중동 역내 차원에서는 이란, 사우디, 터키, 걸프 협력회의(GCC) 등이 참여하는 상설 안보 대화 메커니즘 구축, 미사일·드론, 사이버 공격을 포함한 ‘비대칭 전력’의 사용 규범 마련이 요구된다. 또한 민간시설과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정치적 합의 역시 시급하다. 민간 피해 최소화는 어느 진영에도 불리하지 않지만, 갈등 장기화에 따른 국제 여론 악화를 막는 데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중견국들은 직접 군사 개입 대신, 인도적 지원과 난민 보호, 해상 수송로 안전 확보, 에너지 수급 다변화 등을 통해 ‘확전 억제와 피해 완화’에 기여할 여지가 크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동북아 국가들에겐 이번 사태가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에너지 전환 전략을 재점검할 계기이기도 하다. ‘연막 뒤 기습’이 전술적 성공으로 기록될 수는 있지만, 이것이 장기적 전략 안정으로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