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11일째…확전인가, 조기 종결인가
확전과 조기 종결 사이의 위험한 균형
정치적 셈법과 에너지 리스크가 교차하는 전쟁의 변곡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이 11일째 이어지면서 전쟁의 향방이 ‘확전’과 ‘조기 종결’의 갈림길에 서 있다. 최근 이란 남부 미나브 지역의 초등학교 폭격으로 175명이 숨진 사건은 국제 여론을 크게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목표가 달성되면 작전은 끝난다"며 ‘무조건 항복’ 대신 ‘조건부 종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등 주요 매체는 폭격 현장에서 미군 토마호크 미사일 부품이 발견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책임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이란 영문지 테헤란타임스는 사망한 초등생 100명의 얼굴을 1면에 실으며 “트럼프, 그들의 눈을 보라”는 문구로 미국을 정면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군함을 침몰시키는 게 더 재밌다”는 발언은 전쟁의 ‘오락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충돌은 전형적인 ‘제한전(有限戰)’ 양상을 보인다. 미군은 지상군 투입을 최소화하고, 공중 및 해상 전력을 중심으로 이란의 미사일·드론 기지를 정밀 타격하고 있다. 이는 미군의 직접 피해를 줄이면서도 정치적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목표 달성을 판단하면 종료 가능하다”고 밝혀, 종전의 판단 기준이 군사적 성과보다 정치적 필요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 접근법은 이라크전이나 리비아 공습 등 미국의 과거 단기개입형 작전과 유사하지만, 이란의 전략적 지위와 자주적 군사력은 사뭇 다르다. 제재와 봉쇄로 압박받아온 이란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교역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핵심 경로다. 이란은 “국익이 위협받으면 봉쇄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국제 유가는 하루가 다르게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만약 실제 봉쇄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닌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항로를 지키겠다”고 선언했지만 구체적인 군사 행동은 신중하게 조율되는 분위기다. 유가 100달러 돌파설이 현실화된다면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다가, 며칠 뒤 “곧 종료될 것”이라고 발언을 바꿨다. 국방부는 반대로 “결정적 패배가 아니면 멈추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메시지의 불일치는 미국 내부 전략 조율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동맹국과 중동 국가들도 이러한 혼선을 주시하며, 향후 외교적 신뢰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동분야 정세 파악에 저명한 정길선 박사는 “미군은 지상군 증원에 부담을 느끼고, 이스라엘 역시 병력 여력이 한정돼 있다”며 “터키를 비롯한 주변 강국을 설득해 전선을 넓히려 하지만, 터키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나토의 러시아 견제 명분을 들어 참전을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즉, 미국과 이스라엘의 외교적 압박이 단기에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향후 전황은 다음 몇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봉쇄 여부
국제 유가 100달러 돌파 가능성
터키 및 걸프 국가의 군사적 개입
미국 대선 일정과 국내 여론의 향방
이번 전쟁은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정치적 결단과 에너지 안보가 맞물린 복합적 위기로 전개되고 있다. 문제는 ‘승리 선언’이 실제 안정을 의미할 수 있는가이다. 진정한 종식은 폭격이 아닌 신뢰의 회복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