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엄마를 팝니다'출간 조서정 시인

부모님을 중심으로 한 작은 산골 마을 이야기,

입력 : 2024.05.2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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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정 시인(사진=조서정)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2006년에 <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한 조서정입니다. 어려서 아버지가 저녁마다 편지 답장 대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당시 시골에는 글을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타지에서 나간 자식들한테 온 편지에 답장을 쓰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었습니다. 유년기부터 자연스럽게 글공부를 시작해서 시인이 되었고, 그 이후로도 사보기자, 신문기자, 방송 작가, 정부 부서 각종 홍보 책자 등을 만들면서 글을 팔아 밥을 벌어먹는 글쟁이입니다. 시집으로 <모서리를 접다>, <어디서 어디까지를 나라고 할까>를 냈습니다.

 

-<엄마를 팝니다>를 소개하면?

20호도 안 되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본 엄마를 위해서 두 분이 만나게 된 사연부터 혼인 3일 전에 약혼 선물 사러 다녀오는 길에 산 고개에서 치른 첫날밤, 애 못 낳는다고 구박받다가 백마강에 뛰어들려고 했던 사연, 평생 한량으로 살다 간 아버지 대신 산에서 약초를 캐다 팔아 4남매를 키워낸 이야기, 시어머니 똥수발 10년 등등, 저의 부모님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작은 산골 마을의 이야기들이 빼곡히 들어있습니다.

 

-책을 내게 된 동기와 에피소드

저의 부모님은 평생 나눔을 실천하신 분들입니다. 지금도 시골에 혼자 살고 계신 엄마는 무엇이든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자식들이 가끔 사다 드리는 아이스크림이나 사탕 그런 것보다 조금 더 의미 있는 나눔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엄마 이야기가 담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아버지한테 나 데려다가 해 준 것이 뭐가 있냐고 따지니까 아버지가 자식을 넷이나 낳아줬다고 큰소리를 쳐서, 엄마가 내가 낳은 자식이라고 했더니 아버지가 씨 안 넣어줘도 자식이 생기냐고 되레 큰소리를 쳤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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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실 분들께 팁이 있다면?

부모님의 잠자리 이야기까지 다 까발린 딸입니다. 얘 뭐냐? 하실 분들이 계실 듯하여 팁을 드리자면, 저는 평생 자식만을 위해 여성성마저 잃어버린 채 살아온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자식들의 엄마이기 이전에 한 남자의 아내이자 여자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에 대한 죄송함과 아버지도 한 남자였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자식의 몽매함을 반성하고 싶었습니다. 부모님도 자식들의 부모이기 이전에 한 남자였고 한 여자였다는 사실을 되새기면서 부모님의 은혜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엄마를 팝니다>가 갖는 의미

엄마에게 책을 가져다 드렸더니 엄마가 꼬깃꼬깃 접은 오만 원 권 몇 장을 손에 쥐어주시면서 그래도 엄마는 팔지 말어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제목을 잘못 지었나 싶어 식겁했습니다. 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이 엄마 하나 팔아서 우리 사남매 돈 걱정 없이 잘 살 수만 있다면 엄마는 어디로 팔려 가도 상관없다. 그런데 다 늙은 늙은이를 누가 사 가겠냐, 돈을 붙여 놓고 사 가라고 하면 돈만 떼어갈 텐디...” 저의 가족은 평소에서 농담을 많이 합니다. 천만금을 줘도 팔 수 없는 귀한 엄마라는 반어법입니다.

 

-앞으로의 계획

밥을 버느라 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신문사 미디어팀장, 정부부서 홍보 책자 작가, 시인, 지구의 기후 위기를 걱정해서 시작한 유아숲지도사 과정 등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들인데 그중에 가장 하고 싶은 한 가지 일을 꼽으라고 하면 이제는 제 시와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지구의 기후 위기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는 환경 관련 글이나 환경 관련 직종에서 일을 해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환경 관련 자격증이나 산림치유사 과정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엄마와 많이 놀아 드리고 싶습니다.

 

-독자들께 한 말씀

독자님들을 만나 뵙게 되어 너무 행복합니다. 제가 평소에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미용업에 종사하는 분들과 택시 운수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가장 존경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미용업과 택시 운수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삶의 현장에서 가장 밀접하게 사람들을 만나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의 마음까지도 어루만져 주시는 최초의 심리치유사라고 생각합니다. 또 뷰티라이프 잡지를 읽으시는 독자님들 또한 저와 가장 가까운 삶의 도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엄마를 팝니다>를 읽으면 함께 웃고 공감해 주실 분들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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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작은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워낙 가난한 마을이다 보니 딸들은 당연히 산업체고등학교에 보내고 아들들은 공고, 농고, 상고에 보내는 것이 관례가 된 삶이었습니다. 저도 친구를 따라 산업체 고등학교에 원서를 썼는데 아버지의 배려로 겨우 상업고등학교를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친구들이 돈 벌어서 집에 보냈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또 부모님은 공부를 제대로 못 시켰다는 미안함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 미안해하는 사이, 저는 씩씩하게 제 길을 개척해 왔습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방송통신대를 졸업한 후,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다가 아무런 준비 없이 엄마가 되어 너무 많이 부족한 어미의 삶을 살다 보니 시인이 되었고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대학원을 졸업하고 어렵게 박사과정을 시작했다가 경제적인 이유로 자퇴한 후 또다시 삶의 현장에서 긍정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근래에 니체라는 철학자에 빠져 살다가 최근에는 양자역학과 신유물론에 빠져 행복의 의미를 새롭게 써가고 있습니다.

이완근 기자 alps02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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