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학생들 참여... 스탠퍼드대 '반 이스라엘' 시위

입력 : 2024.05.0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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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화이트 메모리얼 분수대 앞을 점거한 反이스라엘 시위대의 캠프. <사진=이덕주 기자>

"반 이스라엘 시위가 아랍계나 무슬림이 주도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전쟁에 반대하는 다양한 인종의 스탠퍼드대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보시다시피 유대계부터 중국계, 한국계 학생들까지 다양합니다."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미국 서부의 명문 대학 중 하나인 스탠퍼드대. 지난 3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중심부의 화이트 메모리얼 분수대 앞 잔디밭을 반 이스라엘 시위대의 텐트 수십 개가 점거했다. 이곳은 대학 내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곳으로, 관광객들도 가장 많이 찾는 '스탠포드대 서점' 바로 앞이다.


평소에는 학생들이 한가롭게 누워 햇빛을 쬐던 이곳이 현재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대의 현수막으로 가득 차 있다.


현장에서 만난 스탠퍼드대 컴퓨터 공학과 여학생 A씨는 이번 시위에 대학 내 다양한 인종과 종교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아랍계나 무슬림뿐만 아니라 백인, 흑인, 아시아계까지 참여하고 있다"며, 이번 시위는 무슬림과 기독교 간의 충돌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위 현장에서는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 해방'이라는 한국어로 쓰인 구호도 발견할 수 있었다. A씨는 싱가포르에서 온 중국계 미국인이다.


A씨는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박해하는 것은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며 핍박했던 것과 비슷하다. 결국 일본 때문에 한국이 둘로 나눠진 것처럼 팔레스타인도 나눠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탠퍼드대는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나자 가장 먼저 반 이스라엘 캠프를 설치한 곳"이라며 "120일 만에 물러났지만 동부의 컬럼비아대나 UC버클리도 우리로부터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캠프에서 계속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학교가 우리를 징계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 시위에 참여하는 다른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했다.


시위대는 대학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이 있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측은 전쟁과 관련된 기업에 직접투자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학 측은 또한 교내 야영이 금지되어 있다는 이유로 시위 참여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준비하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화이트 플라자에서 하마스 조직원이 착용하는 녹색 머리띠를 쓴 개인의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되면서 긴장하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공식 성명을 통해서 이 사진을 FBI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불안하기는 시위대도 마찬가지다.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에서는 아직 컬럼비아대나 UCLA처럼 무력충돌이 일어나거나 경찰의 강제연행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시위대에 대한 위협이 늘어나고 있다. 현지 매체 KTVU2에 따르면, 지난 3일 저녁 한 남성이 시위대에 고함을 지르고 밀치는 행위를 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스탠퍼드대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의과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다는 B씨는 "사실 시위는 그동안 학부생들이 참여하는 것이었고 대학원생들에게는 무관한 일이었다"면서 "하지만 미국 전역에서 학생들이 연행되고 화이트 메모리얼 분수대 앞에 캠프가 설치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경 기자 nagung070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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