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어린이 날인 오늘은 러시아에서는 "정교회 부활절"

입력 : 2024.05.06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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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던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부활절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 이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뜨고 나서 돌아오는 일요일이다. 이 같은 규정은 로마 황제인 콘스탄티누스 1세가 325년 소집한 니케아 공의회에서 결정됐다. 춘분이 양력으로 3월 21일 전후이므로 이르면 3월 22일, 늦을 때는 4월 26일이 부활절이 된다. 실제로 2008년에는 부활절이 3월 23일, 2011년에는 4월 24일이었다. 불과 3년 사이에 한 달이나 차이가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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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러시아 정교회 부활절 표지 출처 : Сколько празднуется православная Пасха

 

하지만 부활절이 5월인 경우도 있다. 정교회에서는 가톨릭, 개신교 등과 달리 4월 4일부터 5월 9일 사이에 부활절이 온다. 이처럼 카톨릭과 정교회의 부활절 날짜가 다른 것은 사용하는 역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카톨릭과 개신교는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그레고리력을 채택했지만, 정교회는 전통과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초기 교회가 쓰던 율리우스력을 고수하고 있다.


본래 러시아의 어린이 날은 6월 1일인데 1949년 국제민주여성연합회가 중심이 되어 제정한 '국제 어린이 날(International Children's Day)'이 근원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소련 시절에는 상당히 큰 기념일이었지만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된 이후 그 의미가 축소되어 거의 눈에 띄지 않다가 최근에 다시금 본격적으로 행사를 치르기 시작한 기념일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중국, 북한, 중앙아시아 등의 국가들은 모두 6월 1일을 아동절로 지정하고 있는데 아동절은 북한에서 지정한 단어로 러시아에서는 "젠 젯쩨이(День детей)"라고 불린다. 


러시아에서 어린이 날이 큰 기념일로 다시 탄생한데는 원래 취지인 어린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가혹 행위를 반대한다는 것 외에 한 가지 의미가 더 포함되어 있다. 이는 러시아의 인구 정책과 관련이 되어 있다. 러시아는 지구 육지의 1/6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국가이다. 하지만 인구수를 보면 그 영토 크기에 비해 적다고 할 수 있는데 2010년에 실시된 러시아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총 인구수는 1억 4천 3백만 명이다. 인구 수로만 따지면 간신히 세계 10위권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그나마도 이 인구수는 2002년에 조사한 것에 비해 200만 여명이 줄어든 결과로 나타난다. 그 원인은 한국의 인구가 하락한 이유와 별 차이가 없다. 노년층이 죽는 것에 비해 젊은 층의 출산율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전통적으로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저변이 넓고 무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러시아인데도 나타나는 이와 같은 출산율 저하는 러시아 국가 발전의 저해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부족한 인구수를 충당하기 위해 정책적 실시하고 있는 노동 이민은 결과적으로 여러 사회 문제를 양산하고 있어 러시아 정부의 뜻대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러시아 정부는 국민들의 의료 보조를 강화해 인구수가 줄어드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기본 정책 목표는 인구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인구수를 유지하는 것에 있다. 러시아 정부가 감안하고 있는 국가 인구수의 마지노선은 1억 4천만 명 수준으로 그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기본 정책이라 볼 수 있다. 


러시아에서 어린이 날이 다시금 큰 행사로 재조명되고 도심에서  큰 기념행사가 열리는 것은 이와 같은 국가 상황 및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도시마다 행사 규모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6월 1일 러시아의 공식적인 여름의 첫 날이자 어린이날을 맞이해 각 도시에서 어린이날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 내부 시민 수 1위를 점유하고 있는 모스크바 도심 고리키 공원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인근 교통상황이 마비되었을 정도인데 시민들 대부분이 어린이를 대동한 가족 단위의 인파들이었다. 고리키 공원은 모스크바 시에서 지정한 공식 행사 장소로 알려져 있다.


정길선 기자 lukybaby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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