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입력 : 2024.06.2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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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하는 이종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사진=연합)

 

헌법재판소가 27일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으며 친족 간 재산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내려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인해 아내가 생활비를 주지 않는 남편의 지갑에서 소액을 훔치거나 자녀가 학원 교재비로 속이고 받은 용돈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 등 가족 내 사소한 문제에도 사법이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가 심도 있는 대체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광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헌재의 결정에 대해 “친족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못해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는 등 법 제도의 공백을 메우려는 취지로 이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친족상도례 적용 범위와 대상, 법적 효과 등을 정비해 적절한 균형점을 입법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친족 관계에 있어도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게 되고, 재산 범죄로 취득한 수익에 대해 몰수나 추징할 수 있어 피해자가 덜 억울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그간 직계혈족과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까지 친족상도례 조항을 적용해 해외에 비해 폭넓게 인정해 왔다. 가까운 친족 사이에는 재산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쓰는 경우가 많아 친족 간의 재산 범죄에 대해선 가족 내부의 결정을 존중해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친족상도례 조항은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해 왔다. 프랑스의 경우 강요, 공갈, 사기, 횡령죄 등에 친족상도례를 적용한다. 하지만 대상을 부모와 자녀, 배우자로만 한정하고 있다. 배우자라 해도 별거 중이면 예외로 둔다. 


실질적인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가족에 한 해 적용하는 셈이다. 스위스는 친족과 가족 구성원의 절도, 횡령, 배임, 사기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는 조항을 두지 않고 있다.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만 인정한다.


우리나라와 친족상도례 조문이 가장 비슷한 일본도 1947년 형법 개정을 통해 동거가족을 친족상도례 범위에서 제외하는 등 법 적용 대상을 좁혔다. 독일의 경우 비교적 넓게 친족상도례를 적용하고 친고죄 제도를 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형을 면제하는 조항은 없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국제적 추세와 맥락을 함께 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이 변화함에 따라 가족 내부의 재산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친족상도례 조항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법 제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국회는 새로운 입법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친족상도례 적용 범위와 대상, 법적 효과 등을 명확히 하고,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법 제도의 공백을 메우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가족 내부의 사소한 문제에 사법이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새로운 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법 제도의 공백을 메우고,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는 법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입법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오원숙 기자 gjgu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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