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지돈, 전 연인의 사생활 무단 인용 논란

입력 : 2024.06.2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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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 작가이다.(사진=은행나무)

 

소설가 정지돈(41)이 과거 연인의 사생활을 동의 없이 자신 작품에 실명과 함께 차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독서 관련 유튜버로 활동 중인 김현지(활동명 김사슴) 씨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정 작가의 2019년 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현대문학)와 올해 발표한 장편 '브레이브 뉴 휴먼'(은행나무)에서 자신의 사생활 이야기가 인용되었다며 작가에게 이를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김씨는 2017년 스토킹에 시달리던 중 정 작가와 만나 교제를 시작해 2019년 초까지 연인 관계로 지냈다고 밝혔다. 이 시기 정 작가에게 들려준 자신의 거의 모든 이야기가 이별 후부터 그의 소설 작업에 쓰였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특히 '야간 경비원의 일기'에 나오는 여성 '에이치'(H)가 자신과 흡사하다며, "에이치라는 인물이 겪고 있는 이야기는 대부분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소설 속 '에이치'가 "밸런스만큼 시시한 건 없다"라고 한 부분, 연락이 잘 안되는 점, 스토킹을 기점으로 '나'와 에이치가 가까워지는 과정 등이 실제 사건과 흐름이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작품 속 에이치처럼 자신도 선유도역 근처에 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소설 속 '에이치'는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화자인 '나'와 만나 어릴 적 이야기를 나누고 성관계를 맺는다.


김씨는 또 정 작가가 올해 발표한 장편소설 '브레이브 뉴 휴먼'에 나오는 '권정현지'라는 인물도 자신의 이름을 쓴 데다, 가정사도 자신과 상당히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SF 장편인 '브레이브 뉴 휴먼'의 등장인물 여성 '권정현지'는 인공 자궁에서 태어나 미래 사회에서 차별받는다. 등장인물 '아미'가 두 명의 남자와 성관계하는 여자를 '현지를 닮은 사람'이라 인식하는 대목도 나온다.


김씨는 "이 글을 읽자마자 권정현지의 이야기가 그와 사귀는 동안 제가 말한 저의 이야기임을 알았다"라고 주장하며, 최근 정 작가에게 무단 인용 인정과 사과,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작가는 김씨에게 보낸 메일에서 "'브레이브 뉴 휴먼'의 경우 이름, 캐릭터 모두 너와 관련이 없다"라고 썼다. 또한 '야간 경비원의 일기'에 대해 "H는 가능한 변형을 했고 그 내용을 너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김씨는 자신이 문제를 제기한 작품의 출고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브레이브 뉴 휴먼'을 펴낸 은행나무 출판사는 작가와 논의를 거쳐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은행나무 측은 "해당 논란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소설이 출간되기 전까지 문제 제기한 부분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향후 작가와 논의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문학계에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가의 창작 과정에서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사용하는 경우는 종종 있으나, 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생활을 노출시키는 것은 윤리적 문제로 지적받을 수 있다. 특히 실명이나 구체적인 사생활 정보를 사용한 경우, 법적 문제로 비화 될 가능성도 있다.


문학 평론가 이수형은 "작가의 창작 자유와 인물의 사생활 보호 사이에는 미묘한 균형이 필요하다"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문학계는 창작의 윤리적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지돈 작가와 김현지 씨 간의 논란은 단순한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창작과 윤리 경계의 중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학계는 창작의 자유와 윤리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오원숙 기자 friend715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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