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1(화)
  • 로그인
  • 회원가입
  • 지면보기
  • 전체기사보기

커뮤니티
home  >  커뮤니티

BEST OF BEST

[기사공모_한세빈] ‘저는 콜라와 사이다를 구분 할 수 없습니다.’
출처 : pixabay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손가락으로 더듬어 읽을 수 있게 한 특수한 부호글자이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에겐 점자를 통해 세상을 보고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점자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지하철, 보도블록, 엘리베이터 등 우리가 살아가며 자연스레 마주치는 여러 곳에 있는 것이다. 그만큼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필수적인, 그리고 중요한 존재이다.   대형마트를 방문하여 직접 찍은 사진. 좌 : 웰치스 포도 / 우 : 코카콜라    그러나 정작 그들이 마시는 음료수에는 점자표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위 사진은 실제 대형마트를 방문하여 찍은 음료수 사진이다. 이를 보면 점자 표기는 ‘음료’로 같은 것을 알 수 있지만, 이 둘은 서로 다른 제품이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은 당연한 권리인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더 놀라운 건, 그 어떤 음료에도 ‘유통기한 표시’가 점자로 표시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대용량 음료의 경우 기간을 두고 섭취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잘못하면 유통기한이 지난 음료를 마시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기준을 마련했지만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일까? 여전히 모든 시각장애인들은 콜라와 사이다를 구분 할 수 없으며, 원하는 음료수를 마시지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를 방문하여 직접 찍은 사진. 점자를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이는 과자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어떠한 과자에도 그 제품명이 점자로 적혀져 있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희미하게 보이는 색으로 혹은 랜덤으로 과자를 섭취할 방법밖에 없다. 마트에 방문하여 손으로 과자를 직접 만져보았는데, 박스형 과자와 봉지형 과자 모두 모양이 비슷하여 구분할 수 없었다.   대형마트를 방문하여 직접 찍은 사진. 위 : 진라면 순한맛 / 아래 : 콕콕콕 라면볶이. 오뚜기 라면 제품   최근 라면 업계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표기를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삼양라면, 불닭볶음면을 비롯해 삼양식품에서 출시된 컵라면 6종에는 그 제품명을 정확히 담은 점자가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또, 오뚜기는 컵라면 전 제품과 컵밥 14종, 용기죽 전제품에 점자 작용을 늘리기도 하였다. 오뚜기의 경우, 라면 용기의 눈에 띄는 곳에 점자를 새겨놓아 가장 읽기도, 알아채기도 용이하였다. 반면 삼양식품의 경우, 라면을 살펴보았지만 아직 모든 용기에 적용되지 않았는지 점자가 표기되어있지 않은 라면도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형마트를 방문하여 직접 찍은 사진. 오뚜기 전복죽.   오뚜기 용기죽은 죽 종류가 적혀있는 곳에 점자가 표기되어 있었으며, 용기를 여는 곳이 볼록하게 나와 있어서 이용하기 쉽게 만들어져있었다. 이러한 사소한 배려들이 시각장애인들이 안전한 식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어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이다.   대형마트를 방문하여 직접 찍은 사진. 테라 맥주.   가장 놀랐던 것은 ‘테라’ 맥주의 점자 표기였다. 다른 맥주들은 ‘음료’ 혹은 ‘맥주’라고만 써져있거나 아예 표기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테라는 달랐다. ‘⠓⠝⠐⠣’ 즉, 테라라고 명확히 표기되어 있었다.   이렇듯 여러 식음료업계의 노력이 행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시각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식품산업협회에 가입된 161개의 회사 중 오직 7개의 회사만이 점자 표기를 도입하기도 하였다. 제품에 점자를 표기하려면 현 생산품들의 생산 공정을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쉽게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덧붙여, 의약품과 생활용품을 포함한 많은 다른 제품들은 여전히 점자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이 독자적으로 사용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정부와 기업은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우선시하여 모든 사람이 모든 제품에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라벨이 부착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시각장애인을 마주치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사는 세상에 만족하고 변화를 바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늘 소외되고 숨겨진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내가 편하게 이용하는 것들이 그들에겐 벽이 되어 좌절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약 25만 명의 시각장애인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는 국가 차원의 지원을 통해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같이 의식주를 당연하게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금주의 베스트

장애인기사(기사공모)

비밀번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