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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11)

 

나무와 새

조병도(1962~ )

 

새들의 꿈에서

나무 냄새가 난다면*

나무들의 꿈에서는

새 냄새가 날까?

 

네가 그리운 날

나도 네 둥지에 깃들어

네 꿈을 꾼단다

 

그런 날

네 꿈에서도

내 냄새가 나니?

 

*마종기 시인 시집 제목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인용.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11번째 시는 조병도 시인의 나무와 새입니다.

 

필자가 어렸을 적, 고향 마을 입구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한 그루가 위용을 뽐내며 마을의 수호신 마냥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느티나무는 동네 꼬마들의 놀이터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느티나무 아래에서 놀다가 느티나무에 오르며, 나무 구멍이나 가지에 깃들어 있는 새들의 둥지를 뒤지기도 했습니다.

 

꼬마들의 기습에 놀란 새들의 소란스러운 울음소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묻히기가 다반사였지만, 지금도 새벽녘 일찍 눈을 뜨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 고향의 느티나무가 생각나곤 합니다. 느티나무는 마치 부모가 아이들을 돌보듯 많은 수의 새들을 품에 안은 채 세월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고향의 느티나무에 깃들어 있던 새들에게서는 나무 냄새가나겠지요? 아니 느티나무 가지가지에서는 새 냄새가날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소중한 추억이 깃들어 있는 것들은 육감을 통해서 우리의 기억 속에 소환되고, 견딜 수 없는 그리움의 형태로 각인됩니다.

 

살다 보면 그리움에 흠뻑 젖어들 때가 있습니다. 고향의 품처럼, 어머니의 가슴처럼 빠져들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 때가 네가 그리울 날이라면 우리는 어떡해야 할까요. 새들이 나무의 둥지에 깃들어 나무의 냄새를 느끼듯이 네 둥지에 깃들고 싶지만 그대는 부재.

 

그대의 부재는 그리움을 더욱 가중시킵니다. 그리고 그리움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나의 외로움은 끝을 모르는 세계로 빠져듭니다.

 

방법은 네 꿈을꾸는 것뿐. 내 그리움이, 외로움이 그대에 전달되기를, 그리하여 네 꿈에서도/내 냄새가나길.

 

 

이완근(시인, 뷰티라이프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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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

  • 93542
주호인

그런데 왜 내 꿈에서는 늘 술냄새가 나는 걸까요?

댓글댓글 (1)
뷰티라이프

주호인   >   좋은 징후입니닿..^*^

댓글댓글 (1)
프로박

이완근 기자님 수고하셧어요~^^

댓글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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