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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13)

 

말의 뼈

이영옥(1960~ )

 

발을 버린 말

물 밑에서 조용조용 흘러가는 말

한 번씩 수면 위로 허우적거리는 루머의 팔과 다리

떠도는 말에서 귀를 건져낸다

내가 듣고 싶은 말들은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입술 위에 위태롭게 올린 말들

먼저 등을 돌린 말이 가장 따뜻했다

친절한 입 모양은 도끼날을 감추기에 좋다

귓속에 사는 주인 없는 말이

벌 떼처럼 잉잉댄다

 

집중호우가 지나가면

범람하는 말들이 괴성을 지른다

천천히 귀가 멀어 버린 강

탁한 강물이 맑아지면

발을 찾으러 온 말들이 뼈를 중심으로 몰려든다

입술이 촉촉해진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13번째 시는 이영옥 시인의 말의 뼈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온갖 말의 홍수 속에 빠져 삽니다. 말 중에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위안을 주는 말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상처를 주고 내상을 주는 말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한 사람의 생을 좌우하는 말도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말의 소중함을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거나 남아일언중천금이란 속담으로 표현했습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며칠 전 일입니다. 허리 통증으로 주말 이틀을 누워 있는데, 한 미용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가을 여행 삼아 설악산을 갔는데, 그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 감흥을 함께 하고자 전화했다고 합니다. 그러곤 몇 년 전, 필자가 관여하고 있는 뷰티라이프사랑모임에서 주최한 베트남 여행 때의 추억을 소상하고도 아름답게 들려줍니다. 그런 추억을 다시 경험하고 싶다고도 말합니다. 원장님의 잔잔한 목소리와 추억에 잠긴 통화에 필자는 아픔을 금방 잊을 수가 있었습니다. 통증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습니다. 카카오톡으로 보내온 당시의 사진을 보며 빙그레 웃음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말 한 마디의 힘은 이렇게 큽니다.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귓속에 사는 주인 없는 말이나 범람하는 말들이 괴성을 지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말이 말 같지 않은 경우입니다.

 

사람들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말의 힘! 예쁘고 의욕을 주고 생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 말이 절실한 어려운 세상입니다.

 

시인이 기다리는 말의 뼈를 챙기고 싶은 때이기도 합니다.

 

이완근(시인, 뷰티라이프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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