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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에세이집을 낸 차용국 시인

 

-본인 소개

자기 소개할 때면 늘 쑥스럽고 부끄럽기만 합니다. 어쩌면 특별하지도, 흥미로울 것이 별로 없는 일상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듯합니다. 오래도록 직장 생활하면서 휴일이면 배낭을 메고 산길 강길 바닷길, 그리고 도시와 시골 마을의 골목길을 걸으며 살고 있습니다. 길을 걸으며 길이 보여주는 풍경과 길에서 들은 이야기와 길이 전하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그 느낌과 울림을 기록하는 일을 즐기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출간한 책 소개

시집 4권과 여행산문집 2권을 펴냈습니다. 시집은 출간 순으로 삶의 빛을 찾아, 삶은 다 경이롭다, 사랑만은 제자리, 호감-다 사랑이다등인데, 초기 시집에는 제가 올랐던 산과 걸었던 강과 바다의 풍경,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며 느꼈던 서정과 생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다만, 시심(詩心)도 내 안에서 항상 같은 풍()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어서, 이후 시집에 실린 시도 점차 자연과 사회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이야기가 많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저는 시집을 내면서 꼭 주제별로 묶어서 내려고 하지는 않았고, 살면서 일정 기간 지은 시가 시집을 낼만한 분량이 되면 그동안 발표했거나 쓴 시를 정리해서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그래서 제 시집은 특정 주제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회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당시의 삶의 실상과 서정에 가까울 듯합니다.

다만, 시집 중에서 사랑만은 제자리는 우리나라 전통의 정형 시조 음보에 맞추어 지은 시조집으로 구분할 수도 있을 것이고, 3권의 시집에 나누어 이란 단일 제목의 연작시 67편이 실린 것이 특징이랄 수 있을 듯합니다.

여행산문집 흔들릴 때면 경춘선을 타라와 이번에 출간한 그 소리를 듣고 싶다등인데, 먼저 둘 다 산행기 또는 여행기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두 권 다 산수의 풍경과 유래, 그러한 풍경과 유래에 얽힌 신화와 전설을 기본 내용으로 하면서, 그 속에서 살아온 또는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를 그려내려고 노력했습니다. 흔들릴 때면 경춘선을 타라는 국내의 산과 여행지에 관한 49편의 비교적 짧은 이야기와 독일 베를린에 관한 내용이고, 이번에 발간한 그 소리를 듣고 싶다는 서울 인근 마을과 지방 시군 지역의 여행 스토리 21편을 담았습니다.

걷기를 하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 중에는 은유의 문학인 시로 짓기에 곤란한 부분도 있고, 오히려 산문의 서술 방식이 적절한 부분도 있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예컨대, 산과 강과 바위와 거목에 숨어있는 신화나 전설, 시장과 사회의 생활 공간에서 사람들이 체험하는 사연들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그 풍경과 서정, 그리고 의미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글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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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를 듣고 싶다출간 소회

책을 내고 나면 홀가분한 기분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늘 아쉬움이 남게 되는데 이번도 그렇습니다. 특히 2019년 말에 창궐한 코로나19 영향으로 가급적 홀로 걷는 여행 방식을 선택하다 보니 함께 걷는 사람들과의 대화라든가 현지에 사는 사람들과의 진지한 소통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걷기 여행이 꼭 자연의 풍경만을 보는 일은 아니어서, 그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꾸밈없는 삶의 모습이 충분히 보이지 않으면 뭔가 헛헛함을 느낄 수도 있을 텐데, 그런 부분들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곤 합니다.

함께 걷기와 홀로 걷기의 우열을 저울로 달거나 호오(好惡)를 따질 수는 없을 것이고, 두 걷기만의 독특한 장점과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책이란 저자만의 것이 아니어서 독자의 눈과 마음으로 보면 함께 걷기와 홀로 걷기의 적절한 배합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번 여행산문집 소개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 책은 제가 걸은 산길 강길 바닷길, 도시와 시골 마을의 골목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그 길을 걸으며 보고 들었는데, ‘들음은 둘이었다가 하나로 다져진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본래 제 안에 있었으나 떠나간 소리이기도 했고, 제 안에서 깨어난 소리이기도 했고, 제 안에 새롭게 들어와 문을 여는 소리이기도 했습니다.

길은 길로 이어지고, 길이 길을 만나 새로운 길을 만들었습니다. 길은 먼 과거에서 달려와 현재를 가로질러 미래로 나아갔습니다. 그래서 길을 걷는 것은 태고의 울림과 신화와 전설의 전언을 듣는 것이었고, 역사와 문화의 숨소리를 체험하는 것이었으며, 과학과 문학이 다투지 않고 어우러진 소리의 여백을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걸으며 이념의 폭력과 허위에 멍든 소리를 들었고, 그래도 살아내는 경이로운 생명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던적스러운 이념의 억누름을 침묵으로 견뎌내며 살아내는 생명의 소리는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비틀거리는 이념의 허깨비를 내보내고 생명의 환희로 가득한 길을 소망했습니다.

삶은 멀고 가까운 길을 배합하면서 바빴고, 두근거리는 환희의 기다림은 늘 지루했습니다. 행운은 멀리서 신기루처럼 부유했고, 삶은 늘 일상의 거리를 배경으로 무겁고 진지했습니다. 일상의 소리는 지친 듯 낮았으나 생명을 유전하는 진솔한 스토리를 내보냈습니다. 그 소리는 소소한 것으로 보였으나 함께 작은 벽돌을 쌓아 올리며 나누는 기쁨 같은 것이었고, 함께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정담처럼 따사로운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제가 걸으며 길 위에서 길이 전해준 소리의 기록입니다. 1부 생명의 소리에 10, 2부 일상의 소리에 11개의 소제목을 붙이고, 그 안에 몇 개의 작은 스토리를 담는 일은 멀어지는 세월의 뒤태를 바라보며 아련하고 아늑한 기억을 떠올리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제 눈과 귀가 기억하는 그 길의 풍경과 삶의 이야기를 독자와 나누고자 펴낸 책입니다.

 

-여행 중에 생각나는 에피소드

특별한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가끔 걷기 여행하다 보면 엉뚱한 곳에서 뜻하지 않게 길을 잃기도 합니다. 길을 잃는 것은 꼭 깊은 산중이나 오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어서,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익숙한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합니다.

저는 늘 다니던 집 근처 노고산에서 길을 잃은 경험이 있습니다. 늘 다니던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걸어보고 싶은 충동에 희미한 갈림길을 따라 숲에 들어갔다가 해가 넘어갈 때쯤 겨우 아주 낯선 곳으로 나왔는데, 그 막막하고 낯선 곳에서 저와 같은 사람을 만나 서로 소통하고 의지하고 친밀감을 나누면서 돌아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 저는 우리의 삶도 길을 걷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익숙함낯섦의 교차로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은 아닐는지?

 

-앞으로의 계획

직장 생활을 하면서 주말과 휴일을 트래킹 하며 글을 쓰는 일은 즐거웠지만 늘 바빴습니다. 이제 저도 30년 넘게 다닌 일터를 정리하고 마무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조금 더 자유롭고 여유로운 걷기를 하면서 관찰하고 소통하고 사유하면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저에게 2023년은 새로운 신발끈을 맬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매고 제대로 걷고 제대로 듣고 보고 제대로 기록하여 전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런 저의 소망을 구현하기 위해서 어떻게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할 것인지 여러 방편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진정한 독자를 만나고 서정을 공유하는 일은 쉽지 않을 듯합니다. 책이 짐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책은 읽은 사람만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독자에게 짐이 되지 않고 삶의 양식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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