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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나는 세상

 

술주정.jpg

 

7~8년 전의 일이다. 프리랜서 작가를 하는 후배가 있었다. 페이스북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고 오프라인 학교 선, 후배 모임에서 두어 번 만나 술도 마셨다. 예의가 바르고 인간성이 참 괜찮았다.

 

어느 날 장문의 카톡을 받았다.

요약하면 프리랜서 일을 하며 받지 못한 돈이 많아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몰렸다는 사정이었다. 그래서 지인 몇에게 얼마씩을 꿔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후배의 딱한 사정이 안타까워 다음날 소정의 금액을 보냈다.

 

월말이면 갚을 수 있다는 후배는 그러나 한 달 후쯤 절반만을 입금했고,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카톡을 보내왔다. 언젠가는 꼭 갚겠다는 약속의 말도 잊지 않았다. 후배의 사정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나도 어찌 더 도와줄 여력이 없었다. 후배가 잘되기만을 바랐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고 후배 일은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11, 후배에게서 뜻하지 않은 메시지를 받았다. ‘형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 형님께 진 빚 곧 갚을게요. 제가 빚의 터널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아프지 마시고 늘 건강하세요.’

생각지도 않은 메시지에 나는 크게 놀랐다. 무엇보다 마음씨 좋고 능력 있는 후배가 재기하고 있다는 말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후배에게서 계좌번호를 적어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점심 때 쯤 입금 받을 돈이 있으니 형님께 먼저 보내겠다는 내용과 함께...

 

그리고 지금 입금 받았다. 돈보다는 후배의 멋진 재기와 약속을 잊지 않는 마음씨가 세상을 살맛나게 한다.

우울한 요즘, 후배는 나에게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교훈을 진하게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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