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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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현재 터키에 있으면서 흑해 위기에 대해 터키가 어떤 방식으로든 입장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나토를 둘러싼 위기가 극대화 되면 흑해를 지나가는 가스관인 투르크 스트림의 사수를 위해서 엄청난 경제난을 겪고 있는 터키 에르도안이 흑해 위기에 대해 언급할 것이라 보았는데 정확히 에르도안이 공식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에르도안은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 언급하여 자제를 촉구했다. 그리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터키는 나토 회원국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했는데 이는 매우 미지근한 반응으로 해석되고 있다. 나토 회원국 중 영국은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경량대전차 방어 무기 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동유럽 지역에 대한 병력 증강 계획을 세우고 있다"라며 "미국과 나토는 금융·경제·수출 통제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방위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외에도 다른 나토에 속한 국가들도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명확한 플렌을 밝히고 있는데 터키는 명확한 플렌 없이 "나토 회원국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언급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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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투르크스트림 가스 파이프라인 출처 : bruegel, https://www.bruegel.org/blog-post/beyond-nord-stream-2-look-russias-turk-stream-project


그러면서 에르도안은 "러시아가 제기하는 안보 우려를 해결하고 러시아의 요구 중 일부는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포괄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라고 역설했다. 이 말은 흑해 위기가 급진전 된 일촉즉발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마나한 이야기인 것이다. 

 

이는 러시아와 나토 간의 문제로 양측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전체적으로 무리한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와 나토군의 동유럽 철수가 그 요지이다. 1990년대 초 미국의 제임스 베이커 미국 국무장관은 소련의 고르바초프에게 독일이 통일될 때 나토와 미국은 동유럽으로 동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993년부터 옛 동독 지역에 나토군이 주둔하게 되었고, 폴란드를 시작으로 동유럽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하기 시작하면서 이미 상호 간의 신뢰가 깨지게 되었다. 따라서 러시아는 나토에게 1990년대 초에 했던 약속 이행을 요구한 것이었고 나토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흑해 위기를 야기시킨 것이다. 


2008년 부쿠레슈티 NATO 정상회담 중에 프랑수와 피용(François Fillon) 전 프랑스 총리는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에 나토 예비 회원국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유럽과 러시아 간 세력 균형에 올바른 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었지만 이 주장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맺어진 나토-러시아 건국조약에서는 "NATO와 러시아는 유럽에서 공동의 포괄적 안보를 기여와 공동의 평화, 번영, 안전에 위협이 되는 영토 분쟁의 문제에 대해서는 NATO와 러시아 각각의 이익을 서로가 대변한다."라고 조인하여 공식적으로 명문화했다. 

 

이러한 내용의 근거로 러시아는 나토의 동유럽 철수 및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에 나토 가입 금지를 요구한 것인데 에르도안은 "러시아가 제기하는 안보 우려를 해결하고 러시아의 요구 중 일부는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발언한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은 발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반드시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우리는 나토의 계획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이 말 자체가 이미 터키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만약에 터키가 진심으로 나토의 계획이 성공하기를 바랬더라면 나토를 돕고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했어야 한다. 그러나 "나토의 계획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은 나토 회원국이면서 적극적으로 참여가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성공하기를 바란다며 메시지를 주는 것과 같다. 

 

다른 나토 회원국으로부터 터키를 제명하라는 압박과 더불어 미국 및 서방의 경제 제재 등으로 인해 다른 나토 회원국들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에르도안은 러시아로부터 S-400 지대공미사일을 도입하여 안보를 강화했고 러시아와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여 러시아, 중국, 이란과 더불어 4대 동맹 협약까지도 맺은 상태로 러시아를 멀리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투르크스트림과 발칸스트림의 가스관이 터키의 영해와 영토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터키는 러시아와의 유대를 더욱 강화해야 하기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지난 19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양국 대통령을 터키로 초청한 바 있었다.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문제가 아닌 러시아와 나토 간의 문제다. 

 

결국 터키는 두 나라 사이를 중재한다는 명목으로 나토 회원국의 입장에서 평화적 해결을 위한다며 나섰지만 결국 에르도안의 정치, 외교적 "쇼"에 불과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결국 터키는 투르크스트림과 발칸스트림의 가스관을 지키고 그 사이 요동치는 터키 경제의 빠른 안정화를 위해 중립을 선택할 가능성이 80% 이상일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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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흑해 위기", 터키 에르도안의 입장 표명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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