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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16)

 

소금의 행로

이향지(1942~ )

 

바다로 곧장 떨어지는 빗방울은

소금이 되지 못한다

 

고기의 내장을 들락거리지 않는 물은

거름이 되지 못한다

 

어제도 나는 산을 노래했다

산은 나를 노래하지 않았다

 

먼 것이 먼 것을 가리는 날

혓바닥에 얹히는 소금

 

이향지 시인

1942년 경상남도 통영 출생. 1989월간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

시집 괄호 속의 귀뚜라미』 『구절리 바람 소리』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내 눈앞의 전선』 『햇살 통조림』 『야생

에세이집 산아, 산아』 『북한 쪽 백두대간, 지도 위에서 걷는다

현대시작품상을 수상.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16번째 시는 이향지 시인의 소금의 행로입니다.

 

삶을 어떻게 사느냐하는 문제는 난제 중의 난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기애에 빠지다보면 이기주의, 개인주의라고 손가락질 받기 십상이고, 그렇다고 이일 저 일에 참견하다보면 오지랖 넓다고 힐난을 받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타인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행태를 타고났습니다. 이런 성격은 위로는 할아버지, 아버지의 기질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남의 일을 해결하는데 늘 앞장서 오셨습니다. 아버지 논을 저당 잡아 빚보증을 서주기도 하셨습니다. 어릴 때 이런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핏줄은 속일 수 없나 봅니다. 가장 큰 원인은 아버지의 인간적인 면모를 존경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을 중시하는 면도 이런 성향을 공고하게 했겠지요.

 

빗방울소금이 되지 못하고 고기의 내장을 들락거리지 않은 물거름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껴안지 않고 그들과 교감하고 소통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통렬한 자아성찰입니다.

 

산을 노래했음은 자기반성입니다. 반성 없이 소금같은 삶을 살 수는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소금은 자기를 희생하면서 생물이 부패하는 걸 막아줍니다. 혼탁한 세상을 깨끗하게 해줍니다.

 

삶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먼 것이 먼 것을 가리는 날일지라도 혓바닥에 얹히는 소금처럼 날 희생하며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름답습니다.

소금의 행로라는 제목을 다시 한 번 음미하며 시를 또 읽게 됩니다.

 

이완근(시인, 뷰티라이프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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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

  • 77565
프로박

이완근 기자님 수고하셧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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