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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집 그래, 라일락출간한,

하동의 딸 석민재 시인

 

사본 -석민재 사진.jpg

                                     석민재 시인

 

-본인 소개

하동에서 시를 쓰고 있는 석민재입니다. 작년 가을부터 준비하여 감자밭을 책방으로 만들어 현재 하동군 양보면에 <양보책방·다방>을 열었습니다. 농부 흉내를 내어 보다가, 사방천지로 자라나는 풀을 감당하지 못하여 밭을 개관하여 책을 심기로 가족들과 상의 후 시를 쓰고 있는 제가 이 터에 책을 심고 가꿔나가기로 동의했습니다.

2019년 첫 시집 엄마는 또 나를 낳았다이후, 지난 2월 아버지 첫 기일에 두 번째 시집 그래, 라일락이 태어났습니다. 라일락 다섯 나무를 화분에 심어놓고 아직은 추워 책방 안으로 들였다가 볕에 내었다 하며 애타게 꽃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 저는 2015<시와사상> 신인상으로, 2017세계일보로 등단했으며, 이제야 문예 창작 공부를 사이버대학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집 그래, 라일락을 소개하면

출판사에서 저의 소개를 외가는 줄줄이 무당이 나오고, 친가는 연좌제로 붉었던 왼손잡이 시인이라고 말해놓았습니다. 맞습니다. ‘시를 쓸 수밖에 없었구나하시면서 제 서사를 들어 주는 시우들이 있어 위로가 많이 됩니다. 시에 직접 무당연좌가 등장하는데요, 가족을 정말 평생, 고통으로 밀어붙였던 단어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부모님께서 지금 안 계시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첫 시집에 불안’‘공포’‘불평’‘불만이 가득했다면 이번 라일락에는 한층 더 성숙한 불안이 하얀 꽃으로 피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른에, 이 세상에 대한 불평은 여전하지만, 드디어 화해하기 시작했거든요. 끝내는 훨훨날개 달았거든요. 읽는 동안 그리 불편하거나 갑갑한 느낌은 들지 않게 제가 곧 오십 살이 되는 것만큼 시에서, 삶에도, 저 자신에게도 여유는 아직 멀지만 을 내어주기 시작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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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집인데 소회

첫 시집은 출간 후 긴장을 많이 해 어디론가 잠시 사라졌다가 늦게 우체국 가서 시집 발송도 하고, 아주 소극적 홍보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집은 출간하기 전 사라졌다가 시집을 받은 순간 우체국에 갔어요. 가장 먼저 축하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부산에 시집 한 바구니 들고 가 인사도 드렸고요, 세상에 제가 해설을 써 주신 평론가를 직접 만나 술도, 밥도 먹었습니다. 시집을 내고 이렇게 자축하고, 축하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하다니요.

 

-이번 시집을 내게 된 동기

발표한 시 서른 편, 미발표 시 스물세 편이 시집으로 묶였습니다. 20199월 이후 발표한 시가 시집 한 권 분량은 되지만 퇴고하면서 많이 버렸습니다. 시집 출간계약을 작년 4월에 하면서 원고를 1031(2022)에 드린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을 위해 계속 퇴고하면서 새로 쓴 시가 제 맘에 들어 시집이 완성되었습니다. 시집 출간 시기는 출판사에서 택하신 부분이지만 아버지 첫 기일을 앞에 두고 제게 먼저 특별송달로 챙겨주신 출판사의 배려에 깜짝 놀랐습니다. ‘시인의 일요일에서 출간된 제 앞의 시집을 보면서 응원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관계자의 손글씨로 쓴 엽서 한 장을 받았습니다. 원고를 부탁한다는, 시인의 일요일에서 제게 오른손을 내민 날이었습니다. 저는 그 손을 잡았고 이렇게 라일락이, 그래, 라일락이 피었습니다.

 

-대표작 한편을 소개하면.

내가 던지고 내가 받는// 쌍욕이다// 네가 던져도 내가 받는 모욕이다// 돌리고 돌리고 돌리다 보면// 칭찬 같은 치욕이다 일출에서 일몰까지// 어느 고리에 내 모가지를 걸아야 할까//망설이는 순간이 무덤이다// 무덤인 줄도 모르고 파는 우물이다// 아나, 마셔라!// 바가지째 들이켜는 굴욕이다// 대머리를 가리려고 쓴// 민머리 가발이다(<저글링을 하다> 전문)

 

시집의 선두에 놓은 시입니다. 누가 읽어도 이게 바로 석민재지! 이게 바로 석민재표 시지!’라고 할 수 있는 시라서 그렇게 했고요, 이 시는 <반성문>입니다. 아무리 읽어도 모르겠다 하셔도 제겐 반성문입니다. 저글링은 원맨쇼입니다. 제가 한 행동이나 말을 그대로 제가 받는다는 일차원적 표현이지만, 제가 왜곡하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에 대해 의심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남은 날을 잘 살겠다는 다짐의 시입니다. 반성문 쓰듯 쓴 시가 여러 편 있습니다. 나이에 맞는 사유로 시를 쓰는 것이 덜 부끄러운 일이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정치인과 그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을 다루며 이 시를 읽어 놓은 것을 인터넷에서 보았습니다. 참 통쾌했습니다. 그러면서 세 아이의 엄마는 저 또한 늘 조심스럽고 염려가 많아 성인이 된 아이들의 언행을 아직도 단속합니다. 상처는 상처를 물고 다녀 마흔쯤 되면 억울하게 이마를 딱 콩, 맞았던 열 살의 순간도 기억나거든요. 말 잇기를 하듯 쓴 시 <저글링을 하다>처럼 눈앞의 일, 코앞의 일이라 긴장을 놓치기 마시고, 잘 살다가 좋은 사람으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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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

<양보책방·다방>에서 즐겁게 살 겁니다. 나무 심고 풀 뽑고 좋아하는 토마토 모종 심어 빨갛게 익으면 따 먹고 나눠주면서 살 겁니다. 오셔서 하룻밤 자고 가시면 밥해드리고 아무도 안 오시면 시집 읽고 그러다 시 쓰면서도 살 겁니다. 손톱 아래 낀 흙으로 시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 오십대로 입문하고 시가 모이고 누군가 어느 날 원고 주십시오, 손 내밀면 그 손잡을 겁니다.

 

-한 말씀 더...

시인 대 시인의 시간이지만 지금 마음이 참 편합니다. 지면으로 묻고 답하고 있지만 울 동네 큰 행님이 제 옆에서 말하고 있는 느낌이 들고, 이 이야기를 보는 독자들이 K-뷰티님들이라서 더욱 그리합니다. 눈 잘 감고 있다가 뜨면 앞 머리카락이 예쁘게 잘려있는 시간처럼 믿음이 갑니다. 자랑하겠습니다. 시인들이 실컷 부러워하게, 이 순간을 자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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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집 『그래, 라일락』 출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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