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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다섯 번째 시집 중얼거리는 사람을 낸

정병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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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근 시인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20대 후반에 등단을 하고 본격적인 서울생활을 시작했으니까 35년 정도 되네요. 하숙방을 전전하면서 직장에 매달리느라 10여 년 동안 시를 못 쓰고 시인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만 마셨어요. 열등감도 들었지요.

이번에 다섯 번째 시집을 내고 보니 여러 모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기와 만용으로 보낸 젊은 시절이 좀 후회되기도 하고요... 지금 사는 상계동 아파트에는 23년째 살고 있습니다. 옥상에 올라가면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봉우리들이 한 눈에 보여요. 이제는 이곳이 고향 같습니다.

 

-이번에 낸 시집 중얼거리는 사람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지요.

중얼거리는 사람은 저의 다섯 번째 시집입니다. 등단 35년 차니까, 비슷한 시기에 등단을 한 동료 시인들이 8~10권 정도의 시집을 낸 것에 비하면 과작이라 할 수 있겠지요. 저만의 우여곡절이 많았던 결과입니다.

이번 시집은, 모든 사물은 고유한 언어를 표상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 인간의 말은 어떻게 발화하고 좌절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담은 시편들을 담았습니다. 이런 생각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쓴 연작 시집은 아니고요. 한 편 한 편 쓴 것을 모아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경향의 시들로 묶인 결과가 되었습니다. ‘말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은 몇 년 전부터 제가 붙들고 있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이 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한 말보다는 하지 않은 말, 하지 못한 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수면위로 떠오른 말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지요. 스스로 통제하거나 외부의 억압에 의해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은 결국 중얼거림이 되어서 죽을 때까지 그 사람의 몸속을 떠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시집은 모든 중얼거림에 바치는 헌사로서 중얼거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집을 출간하면서 느끼는 소회를 말씀해주세요.

사람들은 시인은 시만 쓰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쓴 시를 발표하고 묶어서 시집을 내는 일 또한 쉽지 않습니다. 발표 지면은 모자라고, 시집의 경우 시인과 출판사 간의 생각이 일치하는 일이 드뭅니다. 물론 그렇지 않는 시인들도 있지만.

서사 자체에 가치를 두는 소설과 달리 시는 상징성이 강해서 미학적 내구성을 인정받는 일도 어렵고 출판사가 추구하는 경향에 맞추기도 힘듭니다. ‘No Thank You’ 식의 답을 받을 땐 상심이 크지요. 다행히 이번 시집은 출판사에서 흔쾌히 결정해주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출판사에 연연하지 않고 인연이 닿는 대로 시집을 낼 생각입니다. 제 나이도 있고요... 시집이 많이 팔려서 출판사에 이익이 많이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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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시집을 낸 동기는 무엇입니까?

시인이 시를 쓰고 시집을 내는 것은 당연합니다. 존재증명과도 같은 것이지요. 인생과 함께 가는 겁니다. 사는 동안, 중단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야지요. 미완성인 채로 죽는 순간, 저의 시 인생이 비로소 완결될 겁니다. 시력 35년에 겨우 다섯 번째 시집을 내게 되어서 부끄러울 뿐입니다. 저의 게으름 탓입니다.

 

-대표작 한 편과 그에 관한 해설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시집에 실린 시들은 모두 애착이 갑니다. 굳이 대표작을 고르라니까 갑자기 결정 장애가 오네요. 이번 시집 중에서 독자들이 읽으시기에 부담 없는 시 한편을 뽑아 올리고 나름의 생각을 달아보았습니다. 제목은 다른 말이 있다입니다.

 

내게는 다른 말이 있다/ 친절한 인사와 무난한 표정 너머/ 언뜻 보이는 하늘의 순간에/ 나의 말은 거기에 있다// 자문자답과 중얼거림 속에/ 바위들이 둥둥 떠다니고/ 나무들이 비처럼 내리꽂히는/ 모르는 것들이 외면하는 그곳에// 모래에 손을 넣고 다독이며/ 두꺼비와 거북을 불러 청하는/ 나의 새 말이 있다// 일생에 너 하나를 얻지 못한/ 나의 말은 폐습처럼 너의 귀를 돌아/ 수박 껍질을 핥으며 미끄러진다// 날랜 취향과 매끄러운 혀를 선호하는/ 그런 말은 나의 말이 아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분명히 아닌/ 난생 처음 같은 말이 있다

- 다른 말이 있다전문, 정병근 시집 중얼거리는 사람중에서

 

말을 아무리 많이 해도 시원하지 않습니다. 뭔가 헛말을 한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 없습니다. 말을 하고 나면 후회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말일까요. 살아가는 동안 저는 아직 한 번도 말다운 말을 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분명히 아닌/ 난생처음 같은 말이있기는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평생 동안 그 말을 찾아 헤매는 사람입니다.

 

-뷰티라이프 독자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25년 역사를 지닌 뷰티라이프는 미용계의 대표 언론매체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 기반의 뷰티라이프사이트저널인뉴스등도 함께 하고 있지요. 저에게 귀한 지면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몸과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은 삶의 기쁨과 행복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시를 쓰는 것도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독자여러분의 여유롭고 아름다운 생활에 저의 시가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면 좋겠습니다. 저의 시뿐만 아니라 모든 시인의 시를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시를 계속 쓸 거고요, 시집도 낼 겁니다. 산책을 하고 틈틈이 그림도 그리면서 자겸 자족하는 생활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작년에 이어서 내년 5월에는 두 번째 개인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일 파스텔 재료로 그림을 그립니다. 혹시라도 저의 그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꼭 보러 오시기 바랍니다. 요즘은 산책을 하면서 저의 철학적(?) 사유를 담은 에세이집을 한 권 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지루한 저의 말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너무 중얼거렸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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