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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18)

 

참새의 언어

박향숙(1966~ )

 

밝은 햇살 아래

산수유 붉은 나뭇가지에

 

짹짹 짹짹

신나게 지껄이는

참새 가족의 전원田園

 

 

오늘은

한 마리가 날아와

짹 짹 짹

한 마디씩 툭 툭 뱉는다

 

외로운 걸까

그리운 걸까

아니면 가슴이 아픈 걸까

 

대화가 안 되는

화창한 아침이 슬프다

 

 

박향숙 시인

충남 천안 출생. 월간 시사문단으로 등단. <한국시사문단작가협회> 회원, <반여백> 동인, <오투인헤어디자인연구소> 운영. 천안시 1호 미용명인, 김해 비엔날레 국제미술제 초대작가, 한양예술대전 초대작가. 시집 참새의 언어가 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18번째 시는 박향숙 시인의 참새의 언어입니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 바로 앞에는 조그마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하루 중 가장 기분이 좋은 때는 새벽을 알리는 온갖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들릴 때입니다. 녀석들은 주인(?)의 허락도 받지 아니하고 새벽마다 찾아와 잘도 재잘거립니다. 나른한 기분으로 창문을 통해 들려오는 녀석들의 지저귐을 듣고 있노라면, 여기가 마치 천상의 세계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입니다.

직박구리, 딱새, 곤줄박이, 박새, 동고비 등이 목청을 가다듬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그들은 대화를 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들만의 리듬과 흐름이 보입니다. 대화에 참여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은 참새들의 대화입니다. 유독 청아하게 집단을 이루며 재잘거립니다. 발레를 보는 듯한, 오페라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아침 일찍 듣는 참새들의 재잘거림은 환상입니다. 여름철에 듣는 매미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무엇인가가 그들의 대화에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한 마리가 날아와/ 짹 짹 짹/ 한 마디씩 툭 툭 뱉고 맙니다. “참새 가족의 전원이 아닙니다. 그들과 동화되어 같이 합창하고 즐거운 마음을 가져보려 했던 마음이 어느새 사라집니다. 그것은 단발마처럼 들리는 참새 한 마리의 외로운” “그리운” “가슴이 아픈소리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참새에게 다가가 연유를 물어보고 싶지만 대화가 안 되는 현실이 슬프기만 합니다.

 

여기서 참새는 자연 동화를 표현하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실상일 수도 있습니다. 대화는 단절되고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이웃에 대한 안타까움일 수도 있습니다. “신나게 지껄이는참새처럼 일상이 회복되어 화창한 아침이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참새의 언어가 기다려지는 아침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이완근(시인, 뷰티라이프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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