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7(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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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19)

 

느티나무

윤효(1956~ )

 

잠시 앉아 허리를 펴거나 둘러앉아 마을 대소사를 의논하던 아름드리나무를 베어낸 그 자리에 새마을회관이 들어섰다.

 

준공식 날, 면장이 오고 군수가 오고 국회의원이 왔다.

 

오색 테이프를 끊고 사진을 찍었다.

 

동네가 훤해졌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읍내 장을 보고 돌아올 때마다 길을 잃었다.

 

들녘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소들도 음매 음매 목을 놓았다.

 

윤효 시인

충남 논산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현대문학으로 등단. 보성여고, 오산중학교 교사, 교장 역임. 시집 물결』 『얼음새꽃』 『햇살방석』 『참말』 『배꼽시선집 언어경제학서설등이 있음. 편운문학상, 영랑시문학상, 풀꽃문학상, 동국문학상 등 수상. 현재 <작은앗 채송화> 동인. <문학의집 서울> 상임이사.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19번째 시는 윤효 시인의 느티나무입니다.

 

고향 마을 입구나 한 가운데에는 오랜 수령을 자랑하는 느티나무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어 동네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시골 출신들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 느티나무는 마을 꼬마들의 놀이터에 다름 아니었으며 마을 대소사를 의논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단오 등 때가 되면 느티나무 아래서 고사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느티나무는 마을사람들의 숭배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 느티나무가 어느 시절부터인가 새마을운동 잘살아보자는 미명 하에 베어지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도로를 확장 포장한다는 명분에 밀리기도 했습니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서라며 마음속의 안식처를 빼앗아갔습니다.

 

동네 사람들을 위한다며 느티나무 자리에 새마을회관을 짓는 참으로 어리석은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기도 했습니다. 하물며 그런 날은 면장이 오고 군수가 오고 국회의원이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운동회 날 등 고향 잔칫날이나 했던 오색 테이프를 끊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고선 동네가 훤해졌다고그날 참석했던 윗분들(?)은 공치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느티나무가 없어짐으로 해서 시골의 정서와 마을의 평화가 마음속으로부터 사라지고 있었음을... “마을 사람들읍내 장을 보고 돌아올 때마다 길을 잃었고 소들도 음매 음매 목을 놓고 울었음은 당연한 일입니다.

 

속절없는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에 윤효 시인의 시 느티나무는 큰 울림으로 우리 가슴속에 머뭅니다.

 

이완근(시인, 뷰티라이프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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