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일기
그 속 깊은 정을 어찌 알랴!
그 속 깊은 정을 어찌 알랴!
어젯밤의 과로(?)로 일찍 퇴근하다 아내 가게에 들렀다. 아내가 타준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쓰잘디 없는 농담을 하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신다.
분위기를 바꾼 가게 안을 둘러보시다가 아내를 보더니, “아, 그 아가씨 맞네. 지난 겨울 아가씨가 머플러 한 장 그냥 줬는데 기억나남?”
할머니 눈에는 환갑이 다 돼 가는 아내가 아가씨로 보이나보다.
아내는 “네, 생각나요. 작년 겨울 추울 때 우리 가게 오셨었지요?”
이내 둘이서 손을 맞잡고 이산가족 상봉하듯 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요약하면 이렇다.
작년 겨울 할머니께서 가게 앞을 지나가시다 추위 때문에 가게에 들어섰다. 목도리를 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내 가게에는 할머니가 찾으시는 목도리가 없었고, 그냥 나가려는 찰나 아내가 머플러 한 장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날씨가 추우니 목도리 대신하라고 드린 것.
할머니는 영문도 모르고 머플러를 받아들고 길을 나섰고, 그 고마움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가 오늘 방문한 것이다.
그러곤 바지며 자켓, 양말 등등으로 보따리를 가득 채우시는 것이었다. 아내는 꼭 필요한 것만 사시라며 만류하고 할머니는 더 사시겠다고 버티고...
신랑은 흐뭇하게 두 사람의 실랑이를 바라보다가 가게를 나왔다. 여인들의 속 깊은 정을 어찌 사내들이 알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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