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태어난 날-선영이에게
이승하 시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22)
내 동생 태어난 날
-선영이에게
이승하(1960~ )
엄마 배 뻥뻥 차더니
엄마 배 많이 아파서 병원에 가셨다
어떤 아기가 내 동생일까
나를 졸졸 따라다닐까 오빠라고 부를까
밤늦게 병원에서 오신 엄마와 아빠
보자기에 둘둘 싸여 같이 온 내 동생
새빨간 얼굴인데 두 눈이 깜빡깜빡
업어주어야지 손 잡고 다녀야지
떼쓰면 양보하고
잘못하면 고쳐주어야지
내 동생이랑 오래오래
사이좋게 지내야지
오빠야 응 선영아
*이선영(1962~ )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등단. 시집 『사랑의 탐구』 『폭력과 광기의 나날』 『생애를 낭송하다』 등 다수. 그 밖에 시 선집과 평전을 다수 냈다. 한국시인협회 사무국장, 한국가톨릭문인협회 부회장, 한국문예창작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22번째 시는 이승하 시인의 “내 동생 태어난 날”입니다.
세상의 많고 많은 경이(驚異) 중에 탄생만큼 신비로운 경이도 없을 것입니다. 한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한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혈족의 탄생은 신기함과 호기심에 있어 비견할만한 것이 없을 지경입니다. 더구나 세상에 대한 놀라움이 가득한 어린 시절의 경험은 순수를 넘어 동심(童心) 그 자체일 테지요.
제목부터가 “내 동생이 태어난 날”입니다. 얼마나 많은 호기심, 희망, 기대, 설렘이 내포되어 있는지 보이지요. “새빨간 얼굴인데 두 눈이 깜박깜박” 이 부분에서 자지러집니다. 오빠의 사랑이 온 집안을 채우고도 남겠습니다.
사랑만 있는 오빠가 아닙니다. “업어주어야지 손 잡고 다녀야지” 오빠 노릇 제대로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동생에 대한 사랑이 주렁주렁합니다.
“떼쓰면 양보하고/ 잘못하면 고쳐주어야지” 하지만 오빠는 무조건 주지만은 않을 요량입니다. 잘못을 고쳐주겠다니 의젓하기까지 합니다.
‘가화만사성’을 데려오지 않더라도 이런 집안을 화목하지 않으려야 화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웃음꽃이 만발할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내 동생이랑 오래오래/ 사이좋게 지내야지” 또 한 번 자지러집니다.
“오빠야 응 선영아” 자지러짐에 방점을 찍습니다.
좋은 시는 우리 모두를 행복한 세계로 안내하는 행복열차에 다름 아닙니다.
【이완근(시인, 뷰티라이프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