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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24)

 

국경 1

신현주(1960~ )

 

 스페인에서 포르투갈로 슬그머니 넘어가고 있었다 다만 시간이 한 시간 뒤로 물러났다 경비도 검문도 없었다 삼엄함도 배타도 없었다 아, 나라들이여, 이런 경계선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신현주 시인

30여 년 간 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다가 얼마 전에 퇴직했음. <녹색평론> 5, 6월호에 ‘내 아들의 아들 때에는’ 외 4편을 발표했음. 2021년 시집 <경의선 숲길에서 쓰는 편지>를 발간했음. 현재 시를 쓰며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음. 우리가 언제쯤 아름다운 경계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인류는 과연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잇을 것인가 등등의 생각들로 마음이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24번째 시는 신현주 시인의 “국경 1”입니다.

 

2000년대 초 딸과 함께 11일 간의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경이(驚異)를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일광장에서 경험했던 맥주축제는 황홀함에 다름 아니었으며, 세느강 주변 젊은이들의 자유스러운 사교의 풍경은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의 거리거리는 옛 유물의 산 흔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딸과 저를 놀라게 한 것은 국경을 지나는 데도 “경비도 검문도 없”고 “삼엄함도 배타도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여행 전에 유럽여행 가이드북을 통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눈앞에서 목격하고 나니 유럽의 민주주의가 지상 최고의 가치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을 잇는 기차 안에서 딸과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 논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국가 간의 경계선은 ‘철의 장막’, ‘철조망’을 연상케 합니다. 그런 인식이 뿌리박혀 있는 우리가 유럽의 자유로운 국경을 보고 놀라워했던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경계선”은 우리가 사는 모든 주위에 존재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이웃과 이웃 사이, 남과 북, 동과 서를 막론하고 존재합니다. 남과 여, 젊은이와 노년층, 지역별로 뿌리 깊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거창하게 평화를, 공존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것에 대한 울림은 성능 좋은 마이크 소리보다 몇 백 배, 몇 천 배는 크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완근(시인, 뷰티라이프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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