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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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말리와 나>(Marley & Me, 2008)라는 영화를 감동적으로 보았습니다.  한 가정에 입양된 개의 성장과 이별을 잘 영상화한 작품입니다. 필자도 유기견을 입양해서 정확히 11년을 함께 지냈습니다. 그 사이 이 개와 지내면서 겪은 여러가지 경험들을 바탕으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통해 사랑하던 개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애완견이 천만인 시대에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해보자 합니다. 
 
20079월 어느 날, 아내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온다.
 
딸아이가 유기견 한 마리를 집에 데리고 들어오겠다고 한다.
 
친구랑 상암동을 갔는데, 태어난지 얼마 안 되는 유기견 한 마리가 거리에서 떨고 있다고 한다.
 
내가 놀래서 바로 딸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애, 엄마한테 대강 이야기를 들었다.”
 
아빠, 강쥐가 아주 귀여워.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우리 이 강쥐 키워 보면 어떨까?”
 
부탁하는 말인데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하다.
 
안돼. 개를 들이는 것은 쉬워도 그 개를 키우는 문제는 달라.”
 
아빠, 걱정마. 내가 키울게.”
 
말은 그렇게 해도 개를 키우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완강하게 반대를 하니까 딸애가 거의 애원 조로 부탁한다.
 
아빠, 그러면 1주일 정도만 우리 집에 두자. 그 이후에는 이 강아지를 키워줄 수 있는 친구를 물색해볼게. 지금 떨고 있는 강아지가 너무 불쌍해 보여
 
이렇게 까지 부탁하는데 무조건 반대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다짐을 분명히 했다.
 
강아지를 들이는 것은 쉬어도 키우는 것은 쉽지 않다.
 
가족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
 
사실 우리는 이미 유기견을 키워본 경험이 있다.
 
정확하게 20048월 경 막내 부부가 집에 놀러 왔을 때다.
 
우리는 함께 일산의 호수 공원으로 놀러 갔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떠돌이 유기견을 발견했다.
 
개 미용사를 하고 있는 제수씨가 금방 그 개를 알아본 것이다.
 
공원의 관리인에게 물어 보니까 이 개가 거진 1주일 정도 호수 공원을 떠돌더라고 말한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니까 유기견인 듯 하다고 말한다.
 
관리인은 맘에 있으면 개를 데려갈 수 있다고 부추긴다.
 
이미 개를 여러 마리 키우고 있는 막내 부부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거든다.
 
말티즈 종인 자그마한 개는 여러 날을 거리에서 떠돈 듯 잔뜩 자란 털이 지저분해 보이지만 개의 모습은 귀엽다.
 
그 개를 차에 태워 데리고 오는데 아주 얌전하게 앉아 있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 지를 아는 느낌이다.
 
집에 데리고 들어와서 목욕을 시키고, 제수씨가 가위로 털을 말끔하게 정리를 해주니까 완전히 다른 종자 같다.
 
이 놈도 몸이 개운해서 좋은 지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이곳 저곳을 뛰어다닌다.
 
이렇게 스스럼 없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 분명히 집에서 사랑을 받고 자랐을 텐데 어떻게 유기견이 되었을까?
 
보통 유기견이 되는 경우는 키우던 주인이 싫증을 느끼거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더 이상 키우지 못하게 될 때이다.
 
한 때 섬에 놀러 갔다가 그곳에 개를 유기시켜 놓고 달아나는 사람들 때문에 사회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의도적으로 방기하는 것인 만큼 비인간적인 처사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공원이나 기타 사람 많은 곳에서 주인과 헤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 주인은 가족을 잃어버린 이상으로 상실감 때문에 오랜 기간 유기견에 대한 정보를 곳곳에 알리면서 잃어버린 개 찾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개도 개지만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도 짠하게 아프다.
 
새로 입양된 개는 성격이 좋고 새로운 가족들과 쉽게 어울리는 것을 보면 유기되었다기 보다는 주인과 잘못 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 개의 상태를 보고 바로 이름을 지어 주었다.
 
똘똘한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초롱이라고 지어 주었다.
 
초롱이는 그후 우리 집에서 3년 여 잘 지내다가 아내와 산책하던 길에 불시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었다.
 
아파트 구내에서 길을 건너는데 갑자기 들어온 트럭에 말려 들어간 것이다.
 
그때 그 모습을 보는 데 눈물이 하염없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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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보의 모습

 


닦아도 닦아도 눈물이 그치지 않고, 억지로 참으려 해도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집에서 잘 키우던 애완견을 상실하 때의 느낌은 가족과 이별한 상실감 못지 않았다. 
 
한겨울 초롱이를 김포의 한 화장터로 가서 화장 시킨 다음 수목 장을 지내줄 때도 눈물이 많이 났다.
 
그런 이별의 슬픔을 겪은 다음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딸 아이가 애원하다 시피 하면서 덜컥 집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새로 입양된 강아지는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자그맣지만 시커멓고 손발이 커 보인다.
 
제수씨에게 사진을 보더니 아주 크게 자랄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손발이 큰 개는 빨리 자라고 크게 자란다는 것이다.
 
너무 크면 나중에 아파트에서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시커먼 털을 보더니 나중에 털 때문에 고생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개를 많이 키우고 다뤄본 경험이 풍부한 제수씨 말로는 입양 불가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딸아이는 그 문제는 그 때가서 다시 생각하자고 한다.
 
일단 집에 들어온 강아지를 보니 내 마음도 약해진다. 
 
일단 강아지 목욕을 시켜 주고 들어오는 길에 사온 시저를 주니까 허겁지겁 먹는다.
 
거리에서 노숙하느라 제대로 못 먹은 탓도 있지만, 먹성이 아주 좋아 보인다.
 
밥을 잔뜩 먹고 나더니 그냥 새근새근 거리면서 쓰러져 잔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저 어린 것이 여러 날을 거리에서 쓰레기 통을 뒤져 가면서 배회했다는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아프다.
 
털이 많고 거침없이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까만 람보’, 줄임말로 깜보라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렇게 20079월 초 깜보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 20183월에 병으로 세상을 뜰 때 까지 무려 11년을 우리 가족과 함께 살았다.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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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보와 보낸 11년 첫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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