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7(금)
  • 로그인
  • 회원가입
  • 지면보기
  • 전체기사보기
 

영웅의 본색은 결국 사랑입니다

사랑해요, 밀키스시집 낸 김왕노 시인

 

20240126150439_uyttdvad.jpg
김왕노 시인(사진=본인 제공)

 

-본인 소개

저는 지금은 포항에 편입되었으나 영일군 동해면 일월동 출신입니다.

이육사가 바라보며 청포도를 짓던 영일만에 하얀 돛단배가 오가고 그물 깁는 노인의 생이 아름답던 곳이 내 고향이었습니다. 멀리 배가 떠나며 밀항을 꿈꾸던 곳, 그리움이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던 고향이었습니다. 고향의 잔잔한 바다에서 시의 여성성을 배우고 광란하는 바다에서는 남성성을 배웠습니다. 하여 제 시의 내재율과 외형률은 다 바다에서 왔습니다. 제 시의 시원을 그래서 바다에 있습니다.

 

제 여정을 살펴보면 저는 젊은 날 싸움꾼이었다가 명문고인 포항고등학교를 27살 때 졸업했습니다. 젊은 날 큰 사건에 연루되어 잠깐 자리를 피신했다가 고등학교 2학년에 군에 갔다 제대하고 고등학교에 복학해 27살에 졸업하고 공부는 잘 해 학력고사 276점이라는 연고대 입학 가능한 점수로 인기가 좋던 4 년제가 된 공주교대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학생운동권이고 학생자치추진위원장이라 블랙리스트에 올라 늘 중앙의 감시 하에 있었고 그때 여러 대학 칼럼을 썼는데 한 신문에 질투란 청보리밭에 가라지를 뿌리고 다니는 악마 속성과 같다.’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고 그러나 젊은이들이여! 적당한 질투를 가져라. 그것이 선의의 경쟁이 되어 자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라는 칼럼을 쓰고 말미에 별을 밟아 오는 사람이라는 짧은 글을 덧보탰습니다. ‘나는 밤이면 창을 닫지 못한다. 밤하늘 저 아득한 별 징검다리를 밟고 누군가 올 것 같아 오늘 밤도 나는 창을 닫지 못한다.’라고 했는데 저는 이것이 시인 줄 몰랐는데 국문과 학생들이 찾아오고 저는 시의 매력이 이런 것이구나 해 독학으로 신춘문예로 등단했습니다.

 

아울러 운동도 좋아해 지금도 30년 전통이 된 한국시인축구단인 단장으로 있고 경기도 지역의 축구단 단장으로 있으며 토요일에도 공을 차지만 처음 92년에 등단했을 때 시인들이 제가 생각한 시인들이 아니었고 문단도 제가 생각했던 곳이 아니라서 문단을 10년간 떠나 다시 테니스, 배드민턴, 축구, 마라톤에 미쳤다가 그래도 질 높은 성취감을 주는 것이 시라 해서 시로 돌아왔습니다. 남에게 지는 것을 죽으라고 싫어하기에 시도 계급이라 생각해 시에 전념한 결과 시집 20권과 많은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싸움꾼에서 시인이 되는 과정이 극적인 것 같으나 저의 시집에는 그리운 파란만장도 있습니다. 아팠던 과거가 시의 새살로 돋아났습니다. 그리해 그 무소불위의 현대시학회장을 몇 년간 한국시인협회 부회장과 잡지사 주간을 두루 거쳤습니다. 기적같이 1000만 이상이 본 전통 20년이 거의 돼가는 웹진 시인광장 발행인이 되었습니다.

 

-그간 내신 시집 소개

시집으로 황금을 만드는 임금과 새를 만드는 시인, 슬픔도 진화한다, 말달리자 아버지(문광부 지정도서),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중독-박인환문학상 수상집, 사진속의 바다-해양문학상 수상집, 그리운 파란만장(2014세종도서 선정),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2016 세종도서 선정), 한성기 문학상 수상집(2017), 게릴라(2016년 디카시집), 이별 그 후의 날들(2017년 디카시집), 리아스식 사랑 (2019),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 2019(2020 세종도서 선정), 아담이 온다. (2021년 디카시집), 도대체 이 안개들이란 -2021(2022세종도서 선정), 백석과 보낸 며칠간 -2022(아르크 창작지원시집) (2023년 문학나눔 선정), 수원시 디카- (디카시 3인 공저 2023), 독작(獨酌) 2023(한국디카시학작품상 수상집), 기억의 폭력-(2024년 디카시집) , 사랑해요, 밀키스- 2024등입니다.

 

-시집 사랑해요, 밀키스를 내신 동기 및 소감

1987'영웅본색'이라는 영화로 주윤발이 남자의 롤 모델이 되었고 주윤발 삶 자체가 또 한 영화 같아 주윤발은 만인의 연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그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곳에 평생 번 돈(8100억 원)을 모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자가용도 없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합니다. 우리는 영웅본색이 뭔지 알 수 있습니다. 영웅의 본색은 결국 사랑입니다. 인걸이 사라진 곳에 그는 진정한 인걸이며 우리의 영원한 따거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주윤발에 대한 신문기사나 방송을 보면서 그가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할아버지가 함흥 대지주나 항상 곡간을 열어두어 근동에서 배 굶는 사람이 있으면 곡간에서 식량을 공짜로 가져가게 했고 독립군자금을 대었으나 지주였다는 이유 하나로 공산당이 함흥 다리 밑에서 외할아버지를 공개 처형했고 북에서 월남한 어머니도 그 많이 챙겨온 패물을 가난한 사람에게 다 나눠주는 것을 봐왔기에 그리고 남에게 베푸는 것은 많이 있어서가 아니라 베푸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는데 주윤발은 평소에 베풀며 살았으며 더불어 평생 번 돈을 사회로 돌립니다. 이 만큼 아름다운 영웅이 어디 있겠습니까. 열 섬이 있는 사람이 남의 한 섬을 탐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그는 감동을 던져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1000 만이 본 웹진 시인광장의 발행인이 되자 저는 시인광장의 출판사를 활성화시키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발행인이 되면서 맨 처음 그래도 제 시집을 내 출판사에서 내자는 뜻에서 202411일 자로 기억의 폭력- (2024년 디카시집) , 사랑해요, 밀키스- 2024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출판사 경영으로 얻은 수입은 시인에게 돌리자는 뜻으로 2,000만원 시인광장 문학상을 제정했습니다. 원고료 등 많은 재정이 필요하나 뜻이 있으면 길이 있고 저의 헌신 없이는 불가하므로 저의 재산도 문학에 내놓겠다는 뜻을 아내와 같이했습니다. 그리고 이란성 쌍둥이인 두 시집이 조금 많이 팔려 일 년에 120명이나 되는 시인의 고료를 지급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20240126150743_rdkeivll.jpg
김왕노 시인(사진=본인 제공)

 

-시집을 내면서 겪은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전문 편집인과 디자인에게 일주일 만에 준비해 시집 기억의 폭력- (2024년 디카시집) , 사랑해요, 밀키스- 2024의 원고를 넘기니 깜짝 놀랐습니다. 이것은 사실 오래전부터 준비된 시집이었습니다. 2022년 아르코 창작지원금대상이 되어 백석과 보낸 며칠간 을 내었습니다. 2023년에 문학나눔이 되었고 지금껏 천년의 시작에서만 시집을 계속 내었습니다. 시집의 틈은 4년 주기로 보고 있으나 작년 2023년에 제 독작이란 디카시집도 1000만원 고료 시집으로 선정 출간되었으므로 제 시에는 틈이 없는 것 같아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데 연이어 2024년에 시 집 두 권 나오니 남들이 부러워하기 전에 욕을 할 것만 같습니다. 하나 정년을 하고 난 후 운동과 시에 전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인 성실함과 끈질긴 체력 때문에 어쩌면 전 문학적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의 모티브는 어디서 어떻게 발현되는지요?

시의 모티브는 일상에서 많이 얻고 있습니다. 사람은 반추의 동물이기에 고향에 관한 이야기, 제가 군 생활을 할 때 비상도로 타다가 죽은 성삼이 형석이 경호 기하사 등이 수시로 제 머리에 떠오르는 모티브이기도 합니다. 저는 전역해 왔으나 전역하지 못하고 전방 금학산 새로 한탕 강물로 출렁이는 그들은 제 영원한 모티브입니다. 진정한 운동권이었고 투사였던 진정한 파르티잔도 제 시의 모티브입니다. 산자여, 따르라 하고서 산자를 죽이고 산자를 수단으로 자신만 살아남아 호의호식하는 어중이떠중이 운동권이 아니라 한 시절 모든 것을 불사르고 뒷전에서 말없이 살아가는 한때 동지였던 사람이 제 시적 모티브입니다. 언제나 나의 팜므파탈일 수 있는 여인들이 제 시의 모티브입니다.

 

-애착이 가는 시 한 편 소개

 

오래된 독서

 

서로의 상처를 더듬거나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누구에게나 오래된 독서네.

일터에서 돌아와 곤히 잠든 남편의 가슴에 맺힌 땀을

늙은 아내가 야윈 손으로 가만히 닦아 주는 것도

햇살 속에 앉아 먼저 간 할아버지를 기다려 보는

할머니의 그 잔주름 주름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도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독서 중 독서이기도 하네.

하루를 마치고 새색시와 새신랑이

부드러운 문장 같은 서로의 몸을 더듬다가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는 것도 독서 중 독서이네.

아내의 아픈 몸을 안마해 주면서 백 년 독서를 맹세하다

병든 문장으로 써진 아내여서 눈물 왈칵 쏟아지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사랑해요, 밀키스 시집 낸 김왕노 시인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