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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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돕기 위한 이미지이다.(사진=픽사베이)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가아니면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가영웅(英雄)이라는 말은 빼어나고 뛰어나다라는 뜻이고여기에 호걸(豪傑)을 붙이면 빼어나고 뛰어난 탁월한 귀인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빼어나고 뛰어나다는 뜻인가재능과 지혜 그리고 용기이다.

 

영웅호걸은 다른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더 용기가 있으며, 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뜻한다. 그런데 영웅 중에는 효웅(梟雄)과 간웅(姦雄)도 있다고 한다. 효웅에서 올빼미라는 뜻인데, 효웅이라고 하면 사납고 용맹한 영웅을 말한다. 간웅은 간사한 영웅인데, 권모술수에 능숙한 영웅을 가리킨다.

 

효웅은 대체로 역사에서 이름을 남겼던 장군에 해당한다. 간웅은 대체로 정치가가 해당한다. 그런데 좀 생각해 보면 진정한 영웅은 어떤 인간이어야 하는가? 진정한 영웅이란 효웅만으로 간웅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이를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좀 달리 생각해 보면, 이러한 구분은 난세(亂世)의 군웅할거(群雄割據)에 따라 필연적으로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난세가 아니었더라면, 이러한 구분은 불필요했으리라.

 

중국사에서 보면, 난세에는 영웅들이 누구든 어디에서든 출현했다. 그들 중에는 스스로 영웅이 되고자 자처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 때로는 변방에 떠돌다가 황제의 눈에 들어와 자신의 능력과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와 반대로 황제의 부름을 받지 못하거나,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은둔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렇게 보면 시대가 영웅을 만들 때는 태평성대(太平聖代)한 시대가 아니라, 암울하고 궁핍한 시대였다. 그렇다! 태평한 시대에는 영웅이 필요하지는 않다.

 

오히려 이때는 훌륭한 황제 혹은 재능 있는 인재만 있어도 별문제가 없다. 더 나아가 굳이 영웅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자신의 역할만 충실히 수행해도 된다. 영웅도 그저 그런 사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을 영웅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런데 우리가 그를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은 현재의 시점에서의 역사적 평가에 다른 것이지, 당대에 과연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의 행적을 과대평가하거나 미화해서 마치 영웅이나 되는 것처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

 

거기에는 마치 한 개인이 시대를 만들 수 있다는 오만함이 깔려 있다. 아무리 개인이 뛰어나더라도 시대가 부르지 않으면 결코 영웅이 될 수 없다. 엄밀히 말해, 영웅이 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시대의 상황에 달려 있다. 시대와 무관한 영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explosion-3080734_1280.jpg.

 설명을 돕기 위한 이미지이다.(사진=픽사베이)

 

그런데 역사에는 이름을 남긴 영웅들도 있지만, 이름을 남기지 못한 영웅들도 많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하는 경우는 대체로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한 어렵고 중요한 일을 했지만, 스스로 영웅이기를 거부하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행위와 종적을 감추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영웅으로서 개인의 행적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다. 우리는 자칫 영웅주의에 빠져서만 역사를 바라보아서는 알려지지 않은 영웅도 있음을 간과하기 쉽다. 그 때문에 누가 영웅이고 아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대가 과연 어떤 시대인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흔히 시대가 그랬으니 자신도 생존하기 위해서 적국에 부역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변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좀 달리 보면 그것도 역시 난세가 낳은 불순물일 뿐이다. 불순물이 제거되지 못하면 이후에 전체가 오염될 수 있다.

 

시대가 난세라는 것은 시대가 전성기를 지나 과도기에 내외적인 위기가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다. 어느 시기든 이것은 분명히 있어 왔다. 문제는 언제 발생하는가를 우리가 미리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다만 우리는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분명히 어떤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징후란 대표적으로 인재가 여러 가지 이유로 그 기량을 펼치지 못해 사장되어 버리는 때에 두드러진다. 어떤 경우이든 영웅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인재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영웅은 자연스럽게 다른 영웅을 알아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영웅은 커녕 인재조차 없다는 말이니 위기에 대처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시대가 영웅이 필요하다 해도 영웅이 좀처럼 나타나질 않는다. 이때는 영웅이 출현했을 때는 이미 영웅이 필요한 시기가 사라져 버린 다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역사에서는 난세에 생존을 위해 누구든 세상에 나오면 의외로 난세를 대비해 필요한 준비된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와 과감한 결단력, 지혜와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한 채 기다린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대표적인 난세였다.

 

이 시기에 제자백가(諸子百家)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을 펼쳤으며, 역사의 무대를 멋지게 장식했다. 천하의 패권을 놓고 서로 겨루는 대결의 장은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필자는 대결의 장에서 서로 겨루었던 인재들을 모두 영웅이라고 불러도 별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그 결과에 따라 승패가 있을 뿐이다. 이것도 시대의 산물이고 역사의 기록일 뿐이다.

 

흔히 우리가 위인(偉人)이라고 하면, 뛰어난 사람을 가리킨다. 필자는 어린 시절에 위인전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필자의 느낌은 위인전이 마치 전기나 영웅담처럼 느껴질 뿐만 아니라, 전부 업적 위주로 이러 저러한 일을 했고 관직을 왕으로부터 하사 받았다는 걸로 채워져 있어서 별다른 감응이 없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하면 위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희망과 같은 것을 의도적으로 주입 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더 중요한 것은 위인의 업적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에 관한 것이어야 했다. 그랬었더라면 당장 역사서를 찾아보는 것이 우선순위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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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돕기 위한 이미지이다.(사진=픽사베이)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난세에 영웅은 어찌 보면, 시대를 거슬리는 것이기도 하다. 암울한 시대에 요구된 영웅이란 사실 그 시대를 반역해야 한다. 그런데 이때 과연 한 개인으로서의 영웅이 그럴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이때 영웅이 될만한 사람을 지지해주고 지원해줄 세력이 있어야만 한다.

 

그것은 그 시대에 세력이 형성될 수 있는 역사적 조건 없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단순히 역사적 조건에만 맞으면 그러면 영웅이 모두 되는가? 이것은 꼭 그렇지 않다. 역사적 조건이 항상 일정하지 않고 어떤 것인지는 매번 다르고 역사적 조건이 명확하게 규정되기는 어렵다. 다만 역사적 경험으로 지금 어떤 시대정신이 필요한지 요구되고 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들지, 영웅이 시대를 만들지 않는다. 영웅이 시대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영웅이 자신의 시대를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웅이란 시대의 산물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인간에게 영웅이 아니라 신화에서의 영웅일 것이다.

 

그와 같은 신화에서의 영웅은 지상에서의 영웅과 유사하게 신화에서 다루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서로 다르다. 영웅이 시대를 만든다고 하면 특정한 개인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우선 특정한 개인으로서 영웅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영웅의 이름에 따라 시대를 구분한다.

 

그런데 이 방식은 지배자 중심의 영웅만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이다. 역사가 어떻게 특정한 인물들만의 역사가 될 수 있는가? 전혀 타당하지 않다.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 것은 영웅이 누구냐보다는 관점보다 역사적 조건이 무엇인가에서 출발한다. 시대는 영웅이 필요한데, 이때 영웅 그 자체가 되기 위해서 역사적 현장으로 뛰어드는 사람은 없다. 다만 시대에 부응해서 역사의 현장으로 뛰어들었을 때, 그 이후로 누군가는 영웅이 될 뿐이다.

 

그 당시에 영웅적 행위를 했다고 해서 영웅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대로 역사에 묻혀 버리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우리는 영웅의 시대가 중요하기보다 시대의 영웅이 중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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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영웅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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