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주 시인
존재에 대한 사유와 쓸쓸한 사람들에 대한 위로 시집 내다
본인 소개
1962년 충남 보령의 한적한 바닷가에서 태어나 주로 저녁 노을을 보며 자랐다. 한양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1989년 『문학과 비평』 가을호에 시 16편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그 해 12월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한국투자신탁에 공채로 입사해 2022년까지 33년 장기근속했다. 영업점, 경제연구실, 마케팅부, 홍보실 등을 두루 거쳤고 커뮤니케이션본부장 전무로 퇴임했다. 1996년 개인시집 『저녁바다로 멀어지다』를 출간했고 이번에 두 번째 시집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를 펴냈다. 2010년부터 2년간 한국시인협회 감사직을 겸했다. 지금은 조용한 곳에 머물며 그동안 못 쓴 글을 쓰고 있다.
시집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를 소개하면
문학평론가 임지훈 씨는 이 시집에 대해 “쓸쓸한 도시의 밤을 수놓는 수많은 불빛과 반짝이는 술잔들을 닮아 있다”고 평했다. 시집은 주로 외롭고 쓸쓸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총 4부, 68편이 수록됐다. 직장생활 시절 쓴 시와 퇴직 후 쓴 시가 반반 정도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일반인들의 존재에 대한 사유와 쓸쓸한 사람들에 대한 위로가 큰 주제를 이룬다, 여기에서의 ‘너’는 2인칭인 당신이 될 수도 있고 3인칭인 그들이 될 수도 있다. 직장이나 사회나 우리가 소속 되어 있는 조직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탐구하고 있다.
시집 발간 동기
첫 시집 출간 후 27년, 직장 퇴직해서는 2년 만에 발표하는 시집이다. 경쟁이 치열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겪은 소회와 퇴직 후 느낀 심경을 하나로 묶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내가 누구인가, 내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를 한번쯤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또한 내 삶의 과정에 있어 하나의 매듭을 묶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앞으로 내놓을 세 번째 시집은 직장을 떠나 자유로운 영혼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새로운 시적 탐구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시집을 내면서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
시집 3부는 연애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연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그대’라는 호칭이 자주 등장한다. 이 또한 상상력을 통해 우리의 존재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시적 화법의 하나이다.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아내지만 한켠으로는 ‘그대’가 누구인지 의심하는 것 같다. 내게 가끔 “그대가 누구야?” 묻는다. 그러면 ‘당신’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그녀가 나오는데 그게 다 자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눈치다. 문학은 실화도 있지만 대부분 픽션임을 아내가 모를 리 없다.
애착이 가는 자작시 한 편 소개
<종점>이라는 시를 소개하고 싶다. 무엇이든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종점을 마지막 종착지가 아니라 다시 출발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전환 같은 것 말이다. 이별도 눈물도 뒤집어 보면 다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세상을 그런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종 점
나는 주로 변두리에서 살았다
흐린 외투 하나 걸친 바람
민들레 꽃씨 후후 불며 서성이던 곳
사람들은 그곳을 종점이라고 불렀으나
나에겐 그곳이 곧 출발점이었다
이별도 만남도 다 같은 것이었다
밤차를 타고 돌아와
다음날 아침 또다시 떠나는
종점은 내겐 늘 새로운 시작이었다
돌이켜보면 눈물도 같은 것이었다
앞으로의 계획
글과 관련된 게 제 계획의 전부다. 지금 소설을 구상하고 있는데 소설집을 내고 내가 주로 일해 온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한 에세이집도 집필할 생각이다. 시창작, 글쓰기 같은 재능기부 강의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내 딸이 사진을 잘 찍는데 딸의 사진에 내가 시를 붙여서 딸과 아빠가 함께 만든 디카시집 출판도 계획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직장생활보다 더 바쁜 것 같다.
독자들에게 한마디
시는, 문학은 농사처럼 사람들의 가슴, 즉 사람들 마음의 땅에 언어라는 씨앗을 뿌려 푸른 식물을 키워내는 일과도 같다. 시를 많이 접하다 보면 가슴이 푸르러지며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는 세상과도 만나게 될 것이다. 일상 화법과는 다른 시적 화법을 접하면서 세상을 더 깊이, 더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 미(美)라는 것은 마음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뷰티라이프 독자 분들의 아름다움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