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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30)

 

엄마를 베꼈다

김도연(1968~ )

 

-언젠간 알게 해줄 것이여

씻지도 않은 씀바귀 뿌리를 잘근잘근 씹으며

엄니는 알 듯 모를 듯 혀를 찼다

그때마다 내 목구멍에도 씀바귀가 뿌리를 내렸지만

파란 대문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나는

씀바귀의 쓴맛을 알지 못했다

 

그 후

밤마다 꿈속까지 뻗어 내려온 씀바귀 뿌리가

나를 파란 대문으로 인도했지만

세월의 속살은 아직 부드러웠고

파란 대문은 이미

닿을 수 없는 고향집이 되어 있었다

 

별을 따고 싶었지만

도시의 별은 너무 높이 떠 있었다

파랑새는 차츰 말을 잃어 갔으며

눈은 점점 깊어만 갔다

결국 나는 내 슬픈 눈망울에 별을 그려 준다는 남자와

살림을 차렸다

 

세월은 저희들끼리만 행복했다

남자의 언약은 언제나 공수표였다

 

별을 보기 위해선 눈을 감아야 했다

별보다 더 높은 하늘에 파란 대문이 걸려 있었다

세월이 알게 해준다던 엄니는 그 세월에 먹혀

끝내 파란 대문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도깨비바늘만 무더기로 피어

함부로 고향집을 넘보고 있었다

 

충남 연기 출생. 2012<시사사>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엄마를 베꼈다>가 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30번째 시는 김도연 시인의 엄마를 베꼈다입니다.

 

초등학교 다닐 적 이야기입니다. 담임선생님께서 학생들의 여러 가지 행동 양태에 대해 조사하면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냐?”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거개의 또래들의 대답은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심지어는 유관순 누나등등이었습니다.

 

필자는 손을 들고 힘차게 우리 부모님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실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지만 필자는 그들이 왜 웃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 당시 필자는 이웃들에게 다정다감하며 그들과 허심탄회하게 풍류생활을 즐기는 아버지의 모습과 똑 부러진 행동양식과 고운 모습으로 동네에서 칭찬이 자자한 어머니를 진정으로 사랑하며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린 시절, 시골에서 태어나게 해서 시골의 정서를 알게 해준 부모님께 무엇보다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첩첩산중 고향의 맛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언젠간 알게 해줄” “씀바귀의 쓴맛파란 대문의 추억을 우리는 쉽게 잊어버리고 삽니다. “을 따고 싶어 도시로 나왔지만 도시의 별은 너무 높이 떠 있습니다. “말을 잃어가며 점점 깊어만가는 이유입니다.

 

상처투성이의 생활,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이 고향집파란 대문엄니입니다. “도깨비바늘처럼 으깨진 마음으로 고향집을 넘보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엄마를 베낄 수 있는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은 한 시골내기들은 행복한 사람들인지 모릅니다.

 

엄마고향집이 그리운 화사한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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