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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밥이 되다-이태연 시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44) 죽어서 밥이 되다 이태연(1964~ ) 비 갠 뒤 더 뜨거운 햇볕 상가 옆 한적한 인도 가장자리 한 뼘도 넘을 것 같은 지렁이 한 마리 죽어 있다 익사하지 않으려는 시도 혹은, 붉은 맨몸의 오체투지였나 동네 개미란 개미, 하루살이, 똥파리까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각기 제 밥벌이의 환락 중이다 아직 꿈틀대는 듯 보여 목숨아, 누가 그 몸의 문자를 읽어줄까 이태연 시인 경남 진주 남강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삼천포항 바닷가에서 보냈다. 2004년 시집 <아름다운 여행>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그리움> <살아온 것처럼 그렇게> <메마른 꿈에 더 뜨지 않는 별> <그래, 사람이다> 등이 있다. 물과 인연이 많아서 지금은 해운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이번 달 시는 이태연 시인의 “죽어서 밥이 되다”입니다. “죽어서 밥이 되”는 것은 많습니다.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이 나뭇입니다. 대부분의 나무는 한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봄에 새싹을 틔우며 성하(盛夏)를 거쳐 가을에 열매를 맺습니다. 성하의 계절에는 가을을 준비하기 위해서 무성한 잎을 만듭니다. 가을, 결실의 계절이 지나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년을 기약합니다. 무성한 잎은 내년을 위한 밥에 다름 아닙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식들의 밥이 되는 경우가 또 있으니 부모님일 것입니다. 부모님의 희생으로 자식들은 험한 세상을 이겨내고 또 다른 존재로서의 자아를 완성해나갑니다. 여기 또 하나 죽어서 밥이 되는 존재가 있었군요. “상가 옆 한적한 인도 가장자리/ 한 뼘도 넘을 것 같은 지렁이”가 그것입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죽어 있”는 “지렁이”는 미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눈살 찌푸리고 지나가기에 충분한 광경입니다. 그러나 시인의 눈에는 범상하지 않게 보입니다. 지렁이의 모습에서 “익사하지 않으려는 시도”와 “오체투지”를 읽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개미, 하루살이, 똥파리”의 “밥벌이의 환락”까지를 지켜봅니다. 그러면서 지렁이 “그 몸의 문자를 읽”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순간순간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쌓여진 찰나는 인생을 이루고 맙니다. 순간순간이 의미 있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는 존재 의미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은 존재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있을 때 가능하겠지요. “죽어서도 밥이 되”는 존재, 그 존재의 존재를 읽어가면서 사는 세상이라면 우리의 삶은 더 풍족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 시를 읽으며 해봅니다. 【이완근(시인, 뷰티라이프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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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심리 사전' 펴낸 이림영옥 별자리 커뮤니케이터
‘별 볼 일 있는 당신, 별나게 사는 법’ <별자리 심리 사전 > 펴낸 이림영옥 별자리 커뮤니케이터 이림영옥 별자리 커뮤티케이터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나마스떼! 별자리로 운명을 해석하는 천문해석학자(aka점성술사)이자 별자리 커뮤니케이터 이림영옥입니다. 우리 모두는 온전한 우주라는 별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빛과 힘을 전파하려는 의지로 세상 곳곳에 별빛을 뿌리는 별빛 배달부입니다. 키키라는 이름으로 상담 및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네,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마녀배달부 키키입니다. 키키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 마녀 배달부 키키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듯 별빛 배달부가 된 기분이 들어 마음이 하늘 높이 고양됩니다. 슬핏 들으면 키키킥 웃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해서 유쾌해지기도 하고요. 기업 매거진 에디터로 오래 밥벌이를 하며 언어를 세공하던 훈련도 이 길을 돕고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진심을 다해 온전히 경험하는 모든 것은 그 자체로 보답인 거 같다는 생각으로 순간을 온생으로 살아가려합니다. -저서 <별자리 심리 사전>를 소개하면? 별자리와 심리를 접목한 독창적인 자기 탐구서로 모든 존재가 자기답게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름다운 개인주의자를 위한 별자리 심리 사전》이라는 다소 긴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요즘 mz들의 핫트렌드인 MBTI의 심층버전이에요. 사실 MBTI와 별자리는 뿌리가 같고 12별자리는 3700년 된 MBTI인 거죠. 인문학으로 천문해석학을 공부하며 길흉화복을 맞추기보다는 자기만의 고유한 빛깔을 찾아주는 유닛 그룹인 우주살롱 친구 2명과 함께 호흡을 맞춰 썼습니다. 저희끼리는 아개별사라고 줄여 별칭으로 불러요. 아개별사는 12별자리별 시크릿 코드, 우정과 사랑의 관계 밸런스, 건강과 재테크 등을 담은 일상 밸런스 가이드 뿐아니라 익숙한 자신을 넘어 더욱 성숙해지는 해방가이드도 담았습니다.단순한 운세나 성격 분류를 넘어, 각 별자리가 담고 있는 우주적 상징과 심리적 흐름을 깊이 있게 해석합니다. 37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빅데이터인 12별자리의 상징과 개념을 바탕으로 원형적 심리 구조를 탐구하며, 타고난 자기 예너지를 이해하고 인간관계에 도움을 주는 조언들이 가득합니다.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삶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조언들도 그간의 공부를 통해 정제했습니다. 각 별자리별로 자신의 존재를 빛나게 하는 시크릿 코드를 이해하면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빛나며 서로를 이해하며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 책이죠.(포부가 좀 우주적입니다. 하하) 자신의 가장 최고 버전을 경험할 수 있는 의식의 확장을 위한 미션과 실천 가이드도 사려 깊게 선정했습니다. 특히 서로의 우주에 불시착하지 않도록 관계 맺는 깨알 꿀팁과 궁합도 일목요연하게 간추려 재밌고 유익하게 볼만한 책입니다. 평생 나로 살아왔지만 나를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의 필독서죠. 나를 이해하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가족과 친구도 궁금해 다른 별자리도 다 읽게 되는 술술 넘어가는 책이라고 자부합니다. -<별자리 심리 사전>을 어떻게 집필하게 됐는지? 올해로 별자리를 공부한 지 10년, 강의를 연 지 7년에 접어들었어요. 10여 년 동안 별자리라는 렌즈로 사람과 세계를 탐구하며 쌓인 사례와 경험을 제 삶을 통과해 길어내고 싶었습니다. 마음의 씨앗이 가만가만 싹트던 차에 우주살롱 친구들과 <별자리 일력>을 출간했던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아 첫 문장을 쓰게 되었습니다. 인문학적 시선을 담되 조금 더 쉽고 재밌게 독자들에게 다가서고 싶었습니다. 첫 책인 <별자리 오디세이>는 주먹불끈 쥐고 각 잡고 천문해석학을 공부하는 책이라 어렵다는 이야기를 제법 들었거든요.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고 대중적이고 보편적이며 생활 가까이서 별자리가 친구처럼 느껴지도록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즐겁게 썼습니다. 3명의 작가가 초고를 쓰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풍성한 사례들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연구하면서 6개월가량 호흡을 맞춰가며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별자리가 삶에 끼치는 영향은? 들숨에 별 날숨에 빛인 하루하루를 살아갈 만큼 굉장한 영향을 미치고 있죠. 일상에서 별빛을 작동하고 경험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이 저를 더 사랑하게 만들어줍니다. 천문해석학의 유니버스는 도덕적 순수성과 진실함을 닦아 가도록 이끌어 줍니다. 모든 것은 에너지이며 반드시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다는 것, 나 또한 끝없이 변한다는 것을 매순간 알아차리게 해주거든요. 매 순간 변화하는 나를 인식하며 순환의 흐름 속에 소울 서핑을 하는 기분입니다. 더 잘 살게 하고 더 집중하고 몰입해서 사랑을 길어내도록 해주는 북극성입니다. 공부할수록 삶이 가벼워지고 기쁨이 많아집니다. 스피노자식으로 말하자면 기쁨의 역량이 나날이 증가하는 것이죠. ‘영원의 지혜’라는 경전을 통해 대우주를 경험하면서 느끼는 경이도 남다릅니다. 별자리를 해석하고 리딩하는 것을 명상처럼 느낍니다. 이젠 큰 파도가 밀려와도 두렵지 않아요. 어떤 조건에서든 제가 선택하고 자유의지로 항해하면 파도를 리드미컬하고 경쾌하게 파도를 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내 가능성을 잘 알고 나의 취약점을 알아차리며 다듬어가는 과정 속에 제가 더 커집니다. 비대해지는 자기가 아니라 매번 다른 내가 되는 경험을 하겠다는 의지가 샘솟습니다. 나를 넘어 너라는 별과 나라는 별이 연결되어 별자리를 만들어가는 것도 참 좋습니다. -책을 내면서 겪은 에피소드 소개 마지막 교정을 보는 날, 3명의 작가가 창덕궁 가문비나무가 보이는 곳에서 합숙을 했어요. 그 밤의 치열과 신뢰의 과정이 책에 오롯이 담겨진 거 같아 제멋대로 애틋해졌습니다. 책 표지에 금색 오각별이 빛나고 있어요. 오각별은 익숙한 자기를 벗어나 다른 자기를 끝없이 실험하며 변형하는 우주적 인간을 상징합니다. 처음 표지에는 반짝이는 별빛만 있었는데 오각별로 바꿔 금박을 넣어주십사 출판사에 고집을 부렸죠. 고집을 잘 부리는 편은 아닌데 고집이 좋은 방향으로 모아지는 과정을 경험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천문해석학을 일상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싶어요. 일상에서 신성을 더 자주 발견하고 싶습니다. 별자리 탐사대 및 별자리 해방클럽 등 재미난 별 볼 일을 계속 꾸준히 해나가려 합니다.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으로요. 우주와 별이라는 진리의 본질을 흐리지 않으면서 쉽고 재밌게 별자리를 전하고 싶습니다. 올해 별자리 탐사대 시즌2는 각 별자리의 에너지가 쏟아지는 절기별 시즌마다 제철 별자리 에너지를 감각할 수 있는 책을 읽으며 문장을 수집하고 서사와 인물을 통해 생생하게 별자리를 알아가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해당 절기의 태양 에너지를 받아 내 안에 잠재된 별자리 에너지를 플레이하는 챌린지를 실천하며 ‘별생’을 사는거죠.망망대해의 무경계의 세계로 저를 안내하는 시를 좋아해서 언젠간 시집만으로 큐레이션 해 별자리 탐사대를 꾸리고 싶은 로망도 있습니다. 또한 내 안의 별을 깨우기 위해 드넓은 하늘의 별을 직접 보고 자신의 영혼의 지도를 읽는 별자리 여행 등 다양한 마주침으로 구석구석 별빛을 밝히고 싶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진실한 슬픔과 기쁨을 나누고 듣기를 좋아합니다. 또 누군가를 우주적 존재로 밝혀주고 환대할 때 가장 기쁩니다. 그 기쁨으로 균형을 잡으면 생명력을 힘차게 전개해 가고 싶습니다. 자기가 빛난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마구마구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자기 안에 있는 우주적 잠재력과 가능성의 날개를 달아주면서요. -독자들께 한 마디 누군가를 아름답게 돋우어주시는 당신들의 손길을 응원합니다. 아름다움은 그 자체의 쓸모있죠. 아름답다는 말의 ‘아름’은 ‘나’라는 뜻이기도 해요. 나답게 빛나는 순간 가장 아름답다는 것 잊지 말고 당신도 당신답게 빛나시길, 우주는 늘 당신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늘 아름다우시길 바랍니다. 별 볼 일 있는 당신, 별나게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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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차곡차곡 걸어 산티아고' 출간한 연명지 시인
우리의 발걸음을 이끄는 이야기, 에세이집 『차곡차곡 걸어 산티아고』 출간한 연명지 시인 연명지 시인 -본인 소개 저는 시의 정전기가 많은 괴산에서 태어나 책만 보면 두 눈을 번쩍이며 자랐습니다. 자연과 큐비츠하며 걷기를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제 시에는 비애의 정서가 많아, 한때 ‘하나님이 슬픔을 재능으로 주셨나’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두 번의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타인을 향해 귀를 낮추는 방법과 마음의 속도를 줄이는 사랑법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끝 모를 깊이를 가진, 다정한 위로와 명랑함을 잃지 않는 시인으로 살고 싶습니다. 2013년 미네르바 시선으로 『가시비』를 출간하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으로 『사과처럼 앉아있어』 전자 시집 『열일곱 마르코 폴로 양』이 있습니다. 호미문학상과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2025년에는 시 작품이 코소보 오르페우스 신문, 파키스탄, 인도 등에 현지어로 번역되어 소개되었고, 이탈리아 토리노 시에서 주최하는 “딜런 토마스데이” 국제시 축제에 시 ‘로뎀나무 등불’로 참가했습니다. -에세이집 『차곡차곡 걸어 산티아고』를 소개해주세요. 2019년 봄 프랑스 길, 2021년 산티아고 은의 길을 걷고 나서 Camino Blue에 빠졌습니다. 2022년 산티아고 여정을 생각하며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고, 저와 남편이 찍은 사진들을 성심껏 골라 본문에 실었습니다. 한 편의 산문이 끝날 때마다 길이 나를 지나가며 슬픔에서 건져주는 경험을 했습니다. 지나간다는 것은 비우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비워보니 나를 넘어 우리가 보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비우고 싶어서 떠난 사람이었고, 순례길은 하나님이 나의, 나는 순례객들의 슬픔을 미행하는 여정이었습니다. 『차곡차곡 걸어 산티아고』는 그런 우리의 발걸음을 이끄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에세이집을 내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두 번의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사람들과 만나고 치유 받은 경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의 요구에 응답하고 어떤 상황에 응답하면서 저는 전보다 성숙해졌다고 느낍니다. 산티아고 길에 대한 글을 쓰는 것도 상처 속에 웅크린 누군가를 향한 응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통해 저희가 잠시나마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계획 중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네이버 카페 중에 <까미노 친구 연합>이라는 카페에 가입하면 산티아고 관련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위기에 처할 때면 단톡방에 도움을 구해도 됩니다. 준비물로 자기 발보다 큰 사이즈의 운동화, 바세린, 발가락 양말은 필수입니다. 짐은 최대한 가볍게! -가장 마음이 가는 에세이 한 편 소개해주세요. 엄마의 보따리(카세레스) 성벽으로 둘러싸인 카세레스 구도심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다. 로마, 이슬람, 북부 고딕 및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 양식이 남아서 중세 시대의 모습이 온전하게 보존된 곳이다.이곳에서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되기도 했다. 카세레스에 도착한 날, 일찍 짐을 풀고 시간이 남길래 근처 현대미술관에 방문했다. 내부를 둘러보던 중 그곳에서 김수자 작가의 <보따리>를 만났다. 처음 보는 작품인데도 지금은 돌아가신 엄마가 만들어준 혼수 이불이 문득 떠올랐다. 부잣집 막내딸이자 막내 며느리였던 엄마. 나이 마흔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맏이인 내게 전적으로 의지했지만, 우리는 서로 다정하지 못하고 오래 불화했다. 내가 결혼할 때 엄마는 목화솜으로 혼수 이불을 만들어주셨다. 붉고 푸른 홑청은 아름다웠지만 이불을 무겁게 만드는 주범이었다. 결국 몇 년 쓰다가 목화솜만 새로 틀고 홑청은 버렸는데, 내가 버린 홑청과 같은 색의 홑청이<보따리>라는 작품이 되어 시선을 끈 것이다. <보따리> 앞에 멈춰 서서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엄마를 생각한다.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딸임에도 마지막 힘을 끌어내어 내 손을 꼭 쥐던 엄마. 그때 엄마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엄마와 나는 아직도 비스듬히 기대어 보이지 않은 곳에 창을 내고 있다. 미안함도 그리움도 모두 사랑이라는 걸까. (…) -앞으로의 계획 여전히 자연과 소통하기 위해 걷고 자연의 언어를 가져와 시를 쓸 것입니다.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는 팔이 긴 시를 쓰기 위해 고요하게 세상을 바라볼 것이고, 12월쯤에 3번째 시집을 출간하려 합니다. -독자들께 한 말씀 누군가에게 “네 뒤에 내가 있어”라는 말을 듣는 날은 참 행복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적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에 명랑하고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는 독자들과 함께 사랑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길 소망합니다.독자님들의 삶이 유쾌한 소란으로 가득하기를 늘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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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았던 우리에게" 신간 소설 출간, 현대인의 고독과 연대 조명
록키박 작가의 신작 소설 『괜찮지 않았던 우리에게』가 에스이에스생명샘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부제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온 당신에게"가 암시하듯, 이 작품은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내면에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소설은 두 주인공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한때 각광받던 아역배우 '뉴니'는 악플에 시달리며 점차 무너져가고, 실직 상태의 청년 '캐니'는 하루 한 잔의 캔 커피조차 사기 힘든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두 사람은 직접 만나지 않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교향곡처럼 서로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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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출간한 강백수 시인
자아에 대한 이야기, 사랑을 찾아나선 시 시집 <가라 인생> 출간한 강백수 시인 강백수 시인 -본인 소개 안녕하세요, 뷰티라이프 독자 여러분. 저는 문학과 음악의 요정 강백수입니다. 2008년에 등단한 시인이자 2010년에 데뷔한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일상 속에서 시적인 순간들을 포착해 약간의 상상을 가미해 원고지와 오선지에 옮기는 방식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두 권의 시집과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고, 산문집과 싱글도 꾸준히 세상에 내어놓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작으로는 시집 <가라 인생>이 있습니다. -시집 <가라 인생>을 소개하면? 세상은 마냥 아름답지 않습니다. 일정한 방향을 향하는 거대한 흐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그것이 내게 이로운지 아니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지는 알 수 없습니다. 꼭 끝까지 가지 않더라도 흘러가는 과정 속에는 가난과 도태, 심지어는 죽음의 가능성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습니다. <가라 인생>을 채우는 많은 시편들은 그 안에서 나부끼는 자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것이 두렵고 불안한 존재는 가짜가 되어서라도 어떻게든 험난한 현실을 살아내려고 애쓰곤 하는데 언제나 지푸라기를 잡듯 부여잡게 되는 유일한 진짜는 다름 아닌 사랑입니다. 배신도 당하고, 정성스런 믿음이 아무 소용없어지고 마는 경험도 하지만, 결국 다른 대안을 찾아내지 못한 한 인간이 사랑이라는 머나먼 빛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시집을 내게 된 동기와 에피소드 시집에 실린 시들은 대부분 2020년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 사이에 창작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현실의 문제 앞에서 아무런 대항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경험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고, 때로는 나보다 더 좋지 못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그 안에서 자신을 지켜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무너지려는 자아를 힘겹게 붙들곤 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와중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일구고 그로부터 온 마음을 보호받는 경험을 했다는 것입니다. 때때로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무너져버리는 일도 삶 속에 있었지만, 어떤 종류의 사랑은 끝내 사랑이 완전히 붕괴하지 않도록 지켜내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시를 쓰게 만들었고, 결국 한 권의 시집을 엮어내게 되었습니다. -가수와 시인, 차이점과 공통점 싱어송라이터가 쓰는 노랫말과 시인이 쓰는 시는 많이 닮았습니다. 결국은 어떠한 감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되는 글쓰기라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전달하는 매체가 다르기 때문에 창작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조금 달라집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노랫말을 창작하는 일에는 편리한 점이 있습니다. 언어 속에 다 담기지 않는 어떤 감정들을 음악적 요소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랫말은 결국 활자가 아니라 소리로 접하게 되곤 합니다. 눈으로 읽는 언어에 비해 귀로 듣는 언어는 비교적 빠르게 휘발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언어적 표현을 담아내기에는 노랫말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시는 반대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온전히 언어로만 모든 감각과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언어적인 표현을 좀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시집을 읽으실 분들께 팁이 있다면?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기쁨, 슬픔, 분노, 소심, 까칠, 불안, 따분, 부끄러움, 질투 등의 감정들이 서로 다투기도 하고 조화를 이루기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재미난 설정의 영화입니다. 우리 마음속에도 그런 감정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고 가정하고, 시집에 담긴 여러 시편들을 읽으면서 어떤 감정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를 살피고 상상하며 작품을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시를 읽는 것은 지적인 욕망을 채워주는 생산적인 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평소 사용하지 않던 감정 근육을 쭉쭉 펴주는 건강한 행위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착이 가는 시 한 편 소개 나이롱 신자 내가 섬기는 신은 너였다가 너의 몸이었다가 너의 맘이었다가 너의 알 수 없음이었다가 너의 어떤 시절이었다가 너에 대한 연민이었다가 그로 인한 오만이었다가 너를 잃었다는 슬픔이었다가 아니 그 슬픔에 대한 도취였다가 술이었다가 다시 꿈에 나타난 너였다가 너의 몸이었다가 너의 맘이었다가 너의 알 수 없음이었다가 그게 꿈이었음을 깨닫고 허공에 내뱉은 욕이었다가 왈칵 터져버린 울음이었다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별로 슬프지 않았음이었다가 사실은 울어야 할 것 같아서 울었다는 것이었다가 단지 누가 들었다 난 자리가 허전했음이었다가 단지 마땅히 연락할 곳이 없는 심심했음이었다가 그래서 샀던 플레이스테이션이었다가 밤 새워 본 엔딩이었다가 그 다음엔 아무것도 없음이었다가 없다가 없다가 이제는 더 이상 신이 없다가 ‘나이롱 신자’라는 위의 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 사람이 누군가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품게 되고 그 마음 자체가 하나의 신앙으로 자리 잡게 된 상황에 대한 시입니다. 그 마음은 처음에는 환희였으나 슬픔이 되고 그리움과 원망이 되었다가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허무한 것으로 변모해 갑니다. 이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내어 우리가 사랑이라는 행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짧은 시간 안에 마트에서 반찬을 시식하듯이 맛볼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이미 다음 창작물들을 멋지게 내어놓기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안에 또 다른 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살짝만 힌트를 드리자면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한 책입니다. 언어를 활용해 무언가를 창작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만 한 책을 쓰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 시집을 내고 두 번째 시집을 내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렸는데 최근에는 새로운 시들을 열심히 쓰고 있으니 세 번째 시집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말씀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악적으로도 여러 결과물들을 보여드리려고 준비 중입니다. -독자들께 한 마디 어릴 적 저희 집 가훈은 뻔하디뻔한 말, ‘정직, 성실’이었습니다. 지루한 단어이지만 결국은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그야말로 정직하고 성실하게 문학과 음악을 창작해 나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외면을 받고 허탈해지는 날도 있지만 어쩌다 누군가의 하루를 제법 그럴싸하게 장식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행복해지는 날도 있습니다. 뷰티라이프를 통해 추구하시는 아름다운 삶 속에 저의 음악과 시가 머물 수 있는 자리도 작게나마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법 그럴싸하게 여러분들의 삶을 꾸며드릴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인스타그램baeksoo_kang을 통해서 여러 활동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많이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뷰티라이프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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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출간한 안현미 시인
희망의 쳇바퀴를 돌리는 꿈, 미래와 하양의 출사표 시집 <미래의 하양> 출간한 안현미 시인 안현미 시인 -본인 소개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습니다. 2001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곰곰」 외 4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곰곰』 『이별의 재구성』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 『깊은 일』 『미래의 하양 』이 있습니다. 신동엽문학상과 아름다운 작가상을 수상했고, 허수경, 이성복, 기형도의 시를 흠모했고, 보르헤스, 에곤 실레, 에릭 사티를 좋아합니다. -시집 <미래의 하양>을 소개하면? 30년 동안 출근하고 퇴근하는 직장생활을 하며 시를 써왔습니다. 그런 생활 패턴 속에서 직장도 시도 생활도 매번 한계에 부딪쳐 쳇바퀴를 도는 기분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다섯 번째 시집인 <미래의 하양>은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쓴 시를 모아 묶은 첫 시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30년 동안 매달려 달리던 쳇바퀴에서 내려와 다른 희망의 쳇바퀴를 돌리는 꿈과 미래와 하양의 출사표 같을 수도 있겠습니다. -시집을 내게 된 동기와 에피소드 지난해 2월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머니와 일찍 헤어져 살아야 했고 헤어져 산 시간의 길이 만큼 어색한 모녀 사이여서 효도 같은 걸 못해봤습니다. 시집 3부 마지막에 <엄헬레나>라는 시가 있는데 그 시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시입니다. 이제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던’ 시절도 막을 내리고 세상살이에 지치고 마음 아플 때 찾아갈 부모님 모두 잃은 진짜 고아가 됐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유골함은 춘천 부활성당에 모셨지만 제 시집 속에 어머니에게 바치는 시를 묘비명처럼 새겨넣고 싶었습니다. -시인들께 인기가 많은 이유 시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돈이 되지 않는 시인의 길을 기꺼이 가겠다고 하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조금은 모자란 시인들을 같은 길을 가는 도반이라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돈이 되지 않는 그 추운 길을 함께 가는 도반에겐 살뜰해질 수밖에 없으니 그래서 시인들도 제게 다정다감한 게 아닐까 합니다. 신경림 선생님의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처럼요. -시에 대한 생각 우리는 모두 인생이란 괄호 안에 무수히 많은 꿈들을 적다가 갑니다. 그것이 틀린 답이어도 맞는 답이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한 번뿐이니까. 저는 그게 마음에 듭니다. 거듭 살아야 하거나 영원히 살아야 한다면 시를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한 번 뿐인 삶을 살면서 겪은 슬픔과 아픔, 가난과 고난의 시간을 ‘미래의 하양’으로 꿈꿀 수 있게 도와준 것도 시였습니다. 그러니 시는 나를 입히고 먹이고 세상으로 나가 삶이라는 것을 살게 해준 고마운 가족 같은 존재입니다. 또한 앞으로 남은 시간을 나로 살아가게 도와줄 (불경스럽게도) 신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가 아니었다면 나는 내가 아니었을 테니까요. -이번 시집을 읽으실 분들께 팁이 있다면? 생활체육인이라면 이번 시집의 첫 시와 마지막 시를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 보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3부의 시들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의 현장에서 땀 흘리며 노동하며 살고 있는 분들이라면 1부의 시를 추천드립니다. 그렇지만 다들 시집 읽을 시간도 없이 바쁘실 테니 일단 시집은 온라인책방 장바구니에 담아 두고 ‘미래의 하양’이 뭘까 궁금해하며 이 겨울을 건강하게 지나가시길 바랍니다. -애착이 가는 시 한 편 소개 가정식 눈보라 죽은 아버지가 또 죽는 악몽이 매일매일 새벽 배송되는 꿈에선 어떻게 깨야 하나요 나였던 나까지 부서진 마음은 어디서 자가 격리 하나요 드라이크리닝한 죽음을 들고 그런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드라이하게 말하는 어머닌 자주 좀 나타나세요 할 수만 있다면 그 불행도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어요 그리운 불행 가정식 눈보라 창백한 푸른 점*칼 세이건과 Carl Sagan은 제겐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요 눈보라 눈보라 태양의 코로나 반대편을 향해 100억 광년을 날아가면 다시 한 번 그 불행을 살아볼 수 있나요 그리운 불행 고독한 별 가정식 눈보라 모든 창백한 어머니와 푸른 아버지의 * 암흑으로 뒤덮인 광활한 우주 속 고독한 별 지구를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 명랑하고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게 꿈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탁구장에 자주 가려고 합니다. 명랑은 모든 것을 가볍게 하고 귀여움은 모든 사람을 웃게 할 수 있으니깐. 시가 나를 버리지 않는 한 내가 시를 버리는 일을 없을 테니 묵묵히 써나갈 계획입니다. 노벨상을 타겠다든가 하는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기본에 충실하면서 충만한 을사년이 되도록 애써보겠습니다. -독자들께 한 말씀 옛 선비들 사이에는 이른 봄에 처음 피어난 매화를 찾아 산속으로 떠나는 탐매(探梅)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옛 선비들을 상상하는 일은 한 편의 시가 되었습니다.(제 시집 26쪽을 참고하세요^^) 뷰티라이프를 읽는 분들도 아름다움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겠지요? 아름다움으로 비상과 일상을 잘 견디셔서 찬란한 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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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밥이 되다-이태연 시인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44) 죽어서 밥이 되다 이태연(1964~ ) 비 갠 뒤 더 뜨거운 햇볕 상가 옆 한적한 인도 가장자리 한 뼘도 넘을 것 같은 지렁이 한 마리 죽어 있다 익사하지 않으려는 시도 혹은, 붉은 맨몸의 오체투지였나 동네 개미란 개미, 하루살이, 똥파리까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각기 제 밥벌이의 환락 중이다 아직 꿈틀대는 듯 보여 목숨아, 누가 그 몸의 문자를 읽어줄까 이태연 시인 경남 진주 남강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삼천포항 바닷가에서 보냈다. 2004년 시집 <아름다운 여행>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그리움> <살아온 것처럼 그렇게> <메마른 꿈에 더 뜨지 않는 별> <그래, 사람이다> 등이 있다. 물과 인연이 많아서 지금은 해운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이번 달 시는 이태연 시인의 “죽어서 밥이 되다”입니다. “죽어서 밥이 되”는 것은 많습니다.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이 나뭇입니다. 대부분의 나무는 한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봄에 새싹을 틔우며 성하(盛夏)를 거쳐 가을에 열매를 맺습니다. 성하의 계절에는 가을을 준비하기 위해서 무성한 잎을 만듭니다. 가을, 결실의 계절이 지나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년을 기약합니다. 무성한 잎은 내년을 위한 밥에 다름 아닙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식들의 밥이 되는 경우가 또 있으니 부모님일 것입니다. 부모님의 희생으로 자식들은 험한 세상을 이겨내고 또 다른 존재로서의 자아를 완성해나갑니다. 여기 또 하나 죽어서 밥이 되는 존재가 있었군요. “상가 옆 한적한 인도 가장자리/ 한 뼘도 넘을 것 같은 지렁이”가 그것입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죽어 있”는 “지렁이”는 미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눈살 찌푸리고 지나가기에 충분한 광경입니다. 그러나 시인의 눈에는 범상하지 않게 보입니다. 지렁이의 모습에서 “익사하지 않으려는 시도”와 “오체투지”를 읽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개미, 하루살이, 똥파리”의 “밥벌이의 환락”까지를 지켜봅니다. 그러면서 지렁이 “그 몸의 문자를 읽”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순간순간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쌓여진 찰나는 인생을 이루고 맙니다. 순간순간이 의미 있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는 존재 의미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은 존재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있을 때 가능하겠지요. “죽어서도 밥이 되”는 존재, 그 존재의 존재를 읽어가면서 사는 세상이라면 우리의 삶은 더 풍족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 시를 읽으며 해봅니다. 【이완근(시인, 뷰티라이프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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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밥이 되다-이태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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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심리 사전' 펴낸 이림영옥 별자리 커뮤니케이터
- ‘별 볼 일 있는 당신, 별나게 사는 법’ <별자리 심리 사전 > 펴낸 이림영옥 별자리 커뮤니케이터 이림영옥 별자리 커뮤티케이터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나마스떼! 별자리로 운명을 해석하는 천문해석학자(aka점성술사)이자 별자리 커뮤니케이터 이림영옥입니다. 우리 모두는 온전한 우주라는 별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빛과 힘을 전파하려는 의지로 세상 곳곳에 별빛을 뿌리는 별빛 배달부입니다. 키키라는 이름으로 상담 및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네,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마녀배달부 키키입니다. 키키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 마녀 배달부 키키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듯 별빛 배달부가 된 기분이 들어 마음이 하늘 높이 고양됩니다. 슬핏 들으면 키키킥 웃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해서 유쾌해지기도 하고요. 기업 매거진 에디터로 오래 밥벌이를 하며 언어를 세공하던 훈련도 이 길을 돕고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진심을 다해 온전히 경험하는 모든 것은 그 자체로 보답인 거 같다는 생각으로 순간을 온생으로 살아가려합니다. -저서 <별자리 심리 사전>를 소개하면? 별자리와 심리를 접목한 독창적인 자기 탐구서로 모든 존재가 자기답게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름다운 개인주의자를 위한 별자리 심리 사전》이라는 다소 긴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요즘 mz들의 핫트렌드인 MBTI의 심층버전이에요. 사실 MBTI와 별자리는 뿌리가 같고 12별자리는 3700년 된 MBTI인 거죠. 인문학으로 천문해석학을 공부하며 길흉화복을 맞추기보다는 자기만의 고유한 빛깔을 찾아주는 유닛 그룹인 우주살롱 친구 2명과 함께 호흡을 맞춰 썼습니다. 저희끼리는 아개별사라고 줄여 별칭으로 불러요. 아개별사는 12별자리별 시크릿 코드, 우정과 사랑의 관계 밸런스, 건강과 재테크 등을 담은 일상 밸런스 가이드 뿐아니라 익숙한 자신을 넘어 더욱 성숙해지는 해방가이드도 담았습니다.단순한 운세나 성격 분류를 넘어, 각 별자리가 담고 있는 우주적 상징과 심리적 흐름을 깊이 있게 해석합니다. 37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빅데이터인 12별자리의 상징과 개념을 바탕으로 원형적 심리 구조를 탐구하며, 타고난 자기 예너지를 이해하고 인간관계에 도움을 주는 조언들이 가득합니다.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삶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조언들도 그간의 공부를 통해 정제했습니다. 각 별자리별로 자신의 존재를 빛나게 하는 시크릿 코드를 이해하면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빛나며 서로를 이해하며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 책이죠.(포부가 좀 우주적입니다. 하하) 자신의 가장 최고 버전을 경험할 수 있는 의식의 확장을 위한 미션과 실천 가이드도 사려 깊게 선정했습니다. 특히 서로의 우주에 불시착하지 않도록 관계 맺는 깨알 꿀팁과 궁합도 일목요연하게 간추려 재밌고 유익하게 볼만한 책입니다. 평생 나로 살아왔지만 나를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의 필독서죠. 나를 이해하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가족과 친구도 궁금해 다른 별자리도 다 읽게 되는 술술 넘어가는 책이라고 자부합니다. -<별자리 심리 사전>을 어떻게 집필하게 됐는지? 올해로 별자리를 공부한 지 10년, 강의를 연 지 7년에 접어들었어요. 10여 년 동안 별자리라는 렌즈로 사람과 세계를 탐구하며 쌓인 사례와 경험을 제 삶을 통과해 길어내고 싶었습니다. 마음의 씨앗이 가만가만 싹트던 차에 우주살롱 친구들과 <별자리 일력>을 출간했던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아 첫 문장을 쓰게 되었습니다. 인문학적 시선을 담되 조금 더 쉽고 재밌게 독자들에게 다가서고 싶었습니다. 첫 책인 <별자리 오디세이>는 주먹불끈 쥐고 각 잡고 천문해석학을 공부하는 책이라 어렵다는 이야기를 제법 들었거든요.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고 대중적이고 보편적이며 생활 가까이서 별자리가 친구처럼 느껴지도록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즐겁게 썼습니다. 3명의 작가가 초고를 쓰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풍성한 사례들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연구하면서 6개월가량 호흡을 맞춰가며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별자리가 삶에 끼치는 영향은? 들숨에 별 날숨에 빛인 하루하루를 살아갈 만큼 굉장한 영향을 미치고 있죠. 일상에서 별빛을 작동하고 경험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이 저를 더 사랑하게 만들어줍니다. 천문해석학의 유니버스는 도덕적 순수성과 진실함을 닦아 가도록 이끌어 줍니다. 모든 것은 에너지이며 반드시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다는 것, 나 또한 끝없이 변한다는 것을 매순간 알아차리게 해주거든요. 매 순간 변화하는 나를 인식하며 순환의 흐름 속에 소울 서핑을 하는 기분입니다. 더 잘 살게 하고 더 집중하고 몰입해서 사랑을 길어내도록 해주는 북극성입니다. 공부할수록 삶이 가벼워지고 기쁨이 많아집니다. 스피노자식으로 말하자면 기쁨의 역량이 나날이 증가하는 것이죠. ‘영원의 지혜’라는 경전을 통해 대우주를 경험하면서 느끼는 경이도 남다릅니다. 별자리를 해석하고 리딩하는 것을 명상처럼 느낍니다. 이젠 큰 파도가 밀려와도 두렵지 않아요. 어떤 조건에서든 제가 선택하고 자유의지로 항해하면 파도를 리드미컬하고 경쾌하게 파도를 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내 가능성을 잘 알고 나의 취약점을 알아차리며 다듬어가는 과정 속에 제가 더 커집니다. 비대해지는 자기가 아니라 매번 다른 내가 되는 경험을 하겠다는 의지가 샘솟습니다. 나를 넘어 너라는 별과 나라는 별이 연결되어 별자리를 만들어가는 것도 참 좋습니다. -책을 내면서 겪은 에피소드 소개 마지막 교정을 보는 날, 3명의 작가가 창덕궁 가문비나무가 보이는 곳에서 합숙을 했어요. 그 밤의 치열과 신뢰의 과정이 책에 오롯이 담겨진 거 같아 제멋대로 애틋해졌습니다. 책 표지에 금색 오각별이 빛나고 있어요. 오각별은 익숙한 자기를 벗어나 다른 자기를 끝없이 실험하며 변형하는 우주적 인간을 상징합니다. 처음 표지에는 반짝이는 별빛만 있었는데 오각별로 바꿔 금박을 넣어주십사 출판사에 고집을 부렸죠. 고집을 잘 부리는 편은 아닌데 고집이 좋은 방향으로 모아지는 과정을 경험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천문해석학을 일상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싶어요. 일상에서 신성을 더 자주 발견하고 싶습니다. 별자리 탐사대 및 별자리 해방클럽 등 재미난 별 볼 일을 계속 꾸준히 해나가려 합니다.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으로요. 우주와 별이라는 진리의 본질을 흐리지 않으면서 쉽고 재밌게 별자리를 전하고 싶습니다. 올해 별자리 탐사대 시즌2는 각 별자리의 에너지가 쏟아지는 절기별 시즌마다 제철 별자리 에너지를 감각할 수 있는 책을 읽으며 문장을 수집하고 서사와 인물을 통해 생생하게 별자리를 알아가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해당 절기의 태양 에너지를 받아 내 안에 잠재된 별자리 에너지를 플레이하는 챌린지를 실천하며 ‘별생’을 사는거죠.망망대해의 무경계의 세계로 저를 안내하는 시를 좋아해서 언젠간 시집만으로 큐레이션 해 별자리 탐사대를 꾸리고 싶은 로망도 있습니다. 또한 내 안의 별을 깨우기 위해 드넓은 하늘의 별을 직접 보고 자신의 영혼의 지도를 읽는 별자리 여행 등 다양한 마주침으로 구석구석 별빛을 밝히고 싶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진실한 슬픔과 기쁨을 나누고 듣기를 좋아합니다. 또 누군가를 우주적 존재로 밝혀주고 환대할 때 가장 기쁩니다. 그 기쁨으로 균형을 잡으면 생명력을 힘차게 전개해 가고 싶습니다. 자기가 빛난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마구마구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자기 안에 있는 우주적 잠재력과 가능성의 날개를 달아주면서요. -독자들께 한 마디 누군가를 아름답게 돋우어주시는 당신들의 손길을 응원합니다. 아름다움은 그 자체의 쓸모있죠. 아름답다는 말의 ‘아름’은 ‘나’라는 뜻이기도 해요. 나답게 빛나는 순간 가장 아름답다는 것 잊지 말고 당신도 당신답게 빛나시길, 우주는 늘 당신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늘 아름다우시길 바랍니다. 별 볼 일 있는 당신, 별나게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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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심리 사전' 펴낸 이림영옥 별자리 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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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았던 우리에게" 신간 소설 출간, 현대인의 고독과 연대 조명
- 록키박 작가의 신작 소설 『괜찮지 않았던 우리에게』가 에스이에스생명샘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부제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온 당신에게"가 암시하듯, 이 작품은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내면에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소설은 두 주인공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한때 각광받던 아역배우 '뉴니'는 악플에 시달리며 점차 무너져가고, 실직 상태의 청년 '캐니'는 하루 한 잔의 캔 커피조차 사기 힘든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두 사람은 직접 만나지 않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교향곡처럼 서로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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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았던 우리에게" 신간 소설 출간, 현대인의 고독과 연대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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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시인의 포르투갈 체험기' 출간한 오민석 시인
- 아내와 함께한 포르투갈 70여 일의 체류기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시인의 포르투갈 체험기> 출간한 오민석 시인 오민석 시인, 문학평론가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현재 단국대 명예교수인 오민석입니다. 1990년 월간 <<한길문학>>창간 기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데뷔했고, 1993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평론 활동을 겸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시집 <굿모닝,에브리원> 외, 문학평론집 <이 황량한 날의 글쓰기> 외, 문학이론 연구서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외, 문학 연구서 <저항의 방식:캐나다 현대 원주민 문학의 지평>, 대중문화 연구서 <나는 딴따라다:송해 평전>, <밥 딜런,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시 해설서 <아침 시: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산문집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시인의 포르투갈 체류기> 외, 번역서 <냉소적 이론들:대문자 포스트모더니즘 비판> 등을 냈고, <단국문학상>, <부석 평론상>, <시와경계 문학상>, <시작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여행기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시인의 포르투갈 체험기>를 소개하면? 저와 아내 최광임 시인이 작년(2023~24) 겨울 포르투갈에서 70여 일을 체류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산문집의 형태로 쓴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한 여행을 ‘생활 여행’이라고 부릅니다. 생활 여행이란 낯선 곳에서 평소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하는 여행을 의미합니다. 말하자면 낯선 타지에서 평소와 하등 다를 바 없이 장을 보고, 밥을 해 먹고, 청소를 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마감에 쫓겨 글을 쓰며, 비교적 장기간의 삶을 영위하는 여행이지요. 흥분한 상태에서 감정과 돈과 시간을 낭비하며 들뜬 여행보다는 일상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차분하게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삶이 더 깊어지는 여행을 하고 싶었고요, 이 책은 그렇게 해서 포르투갈의 포르투라는 도시에 거처를 정하고 70여 일을 현지인처럼 살다 온 경험의 기록입니다. -이번 여행기를 읽으실 분들께 팁이 있다면? 특별한 팁은 필요 없고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읽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글만 아니라 제가 직접 찍은 현지의 사진들 그리고 제가 그린 연필 소묘들도 여러 장 들어 있어서 문학적 분위기에 흠뻑 빠진 채 포르투갈의 골목골목을 여행하는 느낌을 만끽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한 관광 안내서가 아니라, 자세한 삶의 기록입니다. 메뚜기처럼 주요 포인트에 눈도장만 찍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여행(호핑 투어hopping tour라고 하지요?)이 아니라 같은 곳을 수십 일 동안 매일 산책하고 들여다보고 호흡하며 느끼는 여행은 그 공간과 문화를 훨씬 더 깊이 경험하게 하지요. 그러다 보니 포르투갈이 생전 처음 간 곳인데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정말 그리운 곳이 되어 버리더군요. -포르투갈 체류 중 기억에 남는 일 기억에 남는 일이야 너무 많지만, 리스본보다 특히 포르투에서 느낀 낡고 오래된 폐허의 풍경이 주는 위로와 편안함의 추억을 손에 꼽고 싶습니다. 그간 신자유주의의 내장을 오래 통과해 오다 보니 이제 저부터도 바쁘고 빠르고 새롭고 스펙터클한 것에 많이 물리고 지쳐온 것 같습니다. 포르트 역사 지구 대부분의 건물들은 수백 년씩 묵은 것들이고 어떤 것들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폐허와 퇴색의 기운이 역력한 것들도 많았지만, 더디고 쫓기지 않으며 비경쟁적인 삶의 풍경이 가져다주는, 묘한 편안함을 무시할 수 없더군요. 경쟁과 효율과 성과와 승리만이 삶의 미덕은 아니니까요. -포르투갈을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께 조언이 있다면? 포르투갈은 그리 크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리스본이나 포르투 어느 곳에 체류해도 포르투 전역의 유서 깊고 아름다운 소도시들을 쉽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택시비가 무척 저렴하므로 시내에서 두 명 이상이 움직일 때는 전철이나 버스, 트램보다는 택시를 이용하라고 권유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마트 물가가 한국보다도 상당히 저렴하므로 중장기 체류를 할 경우엔 직접 장을 봐서 식사를 손수 해결하면 절약도 되고 허황스럽지 않은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포르투갈에선 포르투 와인 등 포르투갈산 와인을 실컷 즐기는 것도 권장합니다. 매우 다양한 가격의 다양한 품종들이 있는데 저희는 특히 매력적인 단맛의 포르트 와인에 완전히 반하여 한국에서 공수 해갔던 팩소주들을 거의 마시지 않고 한인 마트에 선물로 주고 오고 말았지요. 도루강변 -전원생활을 즐기고 계신데 한 말씀 강원도 산속의 작은 오두막을 빌려 집필실로 사용해온 지 벌써 햇수로 8년째입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는 강의도 전부 온라인으로 해서 아예 산속에서 오래 두문불출한 적도 있었습니다. 자연 속의 삶은 우리를 무엇보다 조용하고 고요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조 금 과도한 침묵 속에서 지낸다 싶을 때면 멀리서 친구들이 찾아오지요. 외롭기는커녕 도시의 아파트에 주로 거주할 때보다 벗들과 훨씬 더 가까워졌습니다. 왜냐하면 이 먼 산속에 일단 오면 금방 돌아갈 수가 없고 자고 가야만 하며, 술도 마시고, 최소한 세 끼 이상의 식사를 함께해야 하므로 가까워지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서로 바쁘고, 만나도 술 한 잔, 커피 한 잔 하면 헤어지기 바쁜 시대에, 먼 과거에나 가능했던 ‘시간의 낭비’가 이곳에선 가능하고 또 불가피합니다. 참 좋은 일이지요. -예술인들께 인기가 많은 이유 제가 예술인들께 인기가 많다니요, 정말 감사합니다만, 사실은 처음 들어보는 말씀입니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제가 시인이면서도 딴따라 기질이 심해서 음주 가무를 유달리 좋아하고, 뭐라 할까, 제 전공 분야 외에도 여러 개의 촉수를 가진 인간이라서 그럴 거예요. 아내인 최광임 시인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 이번 겨울(2025~26)엔 스페인 남부 지중해 연안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약 80일 정도를 체류하며 포르투갈에서와 유사한 ‘생활 여행’을 해볼까 계획 중입니다. 이미 비행기 티켓도 예약을 해놓았으니 이미 절반은 여행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지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현지인들처럼 살면서 더 깊이 낯설고 새로운 것에 노출될 계획입니다. -독자들께 한 말씀 늘 ‘아름다운 생활’을 영위하시기 바랍니다. 지루할 수도 있는 인터뷰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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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시인의 포르투갈 체험기' 출간한 오민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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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출간한 강백수 시인
- 자아에 대한 이야기, 사랑을 찾아나선 시 시집 <가라 인생> 출간한 강백수 시인 강백수 시인 -본인 소개 안녕하세요, 뷰티라이프 독자 여러분. 저는 문학과 음악의 요정 강백수입니다. 2008년에 등단한 시인이자 2010년에 데뷔한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일상 속에서 시적인 순간들을 포착해 약간의 상상을 가미해 원고지와 오선지에 옮기는 방식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두 권의 시집과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고, 산문집과 싱글도 꾸준히 세상에 내어놓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작으로는 시집 <가라 인생>이 있습니다. -시집 <가라 인생>을 소개하면? 세상은 마냥 아름답지 않습니다. 일정한 방향을 향하는 거대한 흐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그것이 내게 이로운지 아니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지는 알 수 없습니다. 꼭 끝까지 가지 않더라도 흘러가는 과정 속에는 가난과 도태, 심지어는 죽음의 가능성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습니다. <가라 인생>을 채우는 많은 시편들은 그 안에서 나부끼는 자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것이 두렵고 불안한 존재는 가짜가 되어서라도 어떻게든 험난한 현실을 살아내려고 애쓰곤 하는데 언제나 지푸라기를 잡듯 부여잡게 되는 유일한 진짜는 다름 아닌 사랑입니다. 배신도 당하고, 정성스런 믿음이 아무 소용없어지고 마는 경험도 하지만, 결국 다른 대안을 찾아내지 못한 한 인간이 사랑이라는 머나먼 빛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시집을 내게 된 동기와 에피소드 시집에 실린 시들은 대부분 2020년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 사이에 창작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현실의 문제 앞에서 아무런 대항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경험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고, 때로는 나보다 더 좋지 못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그 안에서 자신을 지켜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무너지려는 자아를 힘겹게 붙들곤 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와중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일구고 그로부터 온 마음을 보호받는 경험을 했다는 것입니다. 때때로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무너져버리는 일도 삶 속에 있었지만, 어떤 종류의 사랑은 끝내 사랑이 완전히 붕괴하지 않도록 지켜내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시를 쓰게 만들었고, 결국 한 권의 시집을 엮어내게 되었습니다. -가수와 시인, 차이점과 공통점 싱어송라이터가 쓰는 노랫말과 시인이 쓰는 시는 많이 닮았습니다. 결국은 어떠한 감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되는 글쓰기라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전달하는 매체가 다르기 때문에 창작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조금 달라집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노랫말을 창작하는 일에는 편리한 점이 있습니다. 언어 속에 다 담기지 않는 어떤 감정들을 음악적 요소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랫말은 결국 활자가 아니라 소리로 접하게 되곤 합니다. 눈으로 읽는 언어에 비해 귀로 듣는 언어는 비교적 빠르게 휘발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언어적 표현을 담아내기에는 노랫말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시는 반대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온전히 언어로만 모든 감각과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언어적인 표현을 좀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시집을 읽으실 분들께 팁이 있다면?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기쁨, 슬픔, 분노, 소심, 까칠, 불안, 따분, 부끄러움, 질투 등의 감정들이 서로 다투기도 하고 조화를 이루기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재미난 설정의 영화입니다. 우리 마음속에도 그런 감정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고 가정하고, 시집에 담긴 여러 시편들을 읽으면서 어떤 감정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를 살피고 상상하며 작품을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시를 읽는 것은 지적인 욕망을 채워주는 생산적인 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평소 사용하지 않던 감정 근육을 쭉쭉 펴주는 건강한 행위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착이 가는 시 한 편 소개 나이롱 신자 내가 섬기는 신은 너였다가 너의 몸이었다가 너의 맘이었다가 너의 알 수 없음이었다가 너의 어떤 시절이었다가 너에 대한 연민이었다가 그로 인한 오만이었다가 너를 잃었다는 슬픔이었다가 아니 그 슬픔에 대한 도취였다가 술이었다가 다시 꿈에 나타난 너였다가 너의 몸이었다가 너의 맘이었다가 너의 알 수 없음이었다가 그게 꿈이었음을 깨닫고 허공에 내뱉은 욕이었다가 왈칵 터져버린 울음이었다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별로 슬프지 않았음이었다가 사실은 울어야 할 것 같아서 울었다는 것이었다가 단지 누가 들었다 난 자리가 허전했음이었다가 단지 마땅히 연락할 곳이 없는 심심했음이었다가 그래서 샀던 플레이스테이션이었다가 밤 새워 본 엔딩이었다가 그 다음엔 아무것도 없음이었다가 없다가 없다가 이제는 더 이상 신이 없다가 ‘나이롱 신자’라는 위의 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 사람이 누군가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품게 되고 그 마음 자체가 하나의 신앙으로 자리 잡게 된 상황에 대한 시입니다. 그 마음은 처음에는 환희였으나 슬픔이 되고 그리움과 원망이 되었다가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허무한 것으로 변모해 갑니다. 이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내어 우리가 사랑이라는 행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짧은 시간 안에 마트에서 반찬을 시식하듯이 맛볼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이미 다음 창작물들을 멋지게 내어놓기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안에 또 다른 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살짝만 힌트를 드리자면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한 책입니다. 언어를 활용해 무언가를 창작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만 한 책을 쓰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 시집을 내고 두 번째 시집을 내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렸는데 최근에는 새로운 시들을 열심히 쓰고 있으니 세 번째 시집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말씀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악적으로도 여러 결과물들을 보여드리려고 준비 중입니다. -독자들께 한 마디 어릴 적 저희 집 가훈은 뻔하디뻔한 말, ‘정직, 성실’이었습니다. 지루한 단어이지만 결국은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그야말로 정직하고 성실하게 문학과 음악을 창작해 나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외면을 받고 허탈해지는 날도 있지만 어쩌다 누군가의 하루를 제법 그럴싸하게 장식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행복해지는 날도 있습니다. 뷰티라이프를 통해 추구하시는 아름다운 삶 속에 저의 음악과 시가 머물 수 있는 자리도 작게나마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법 그럴싸하게 여러분들의 삶을 꾸며드릴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인스타그램baeksoo_kang을 통해서 여러 활동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많이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뷰티라이프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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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출간한 강백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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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출간한 안현미 시인
- 희망의 쳇바퀴를 돌리는 꿈, 미래와 하양의 출사표 시집 <미래의 하양> 출간한 안현미 시인 안현미 시인 -본인 소개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습니다. 2001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곰곰」 외 4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곰곰』 『이별의 재구성』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 『깊은 일』 『미래의 하양 』이 있습니다. 신동엽문학상과 아름다운 작가상을 수상했고, 허수경, 이성복, 기형도의 시를 흠모했고, 보르헤스, 에곤 실레, 에릭 사티를 좋아합니다. -시집 <미래의 하양>을 소개하면? 30년 동안 출근하고 퇴근하는 직장생활을 하며 시를 써왔습니다. 그런 생활 패턴 속에서 직장도 시도 생활도 매번 한계에 부딪쳐 쳇바퀴를 도는 기분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다섯 번째 시집인 <미래의 하양>은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쓴 시를 모아 묶은 첫 시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30년 동안 매달려 달리던 쳇바퀴에서 내려와 다른 희망의 쳇바퀴를 돌리는 꿈과 미래와 하양의 출사표 같을 수도 있겠습니다. -시집을 내게 된 동기와 에피소드 지난해 2월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머니와 일찍 헤어져 살아야 했고 헤어져 산 시간의 길이 만큼 어색한 모녀 사이여서 효도 같은 걸 못해봤습니다. 시집 3부 마지막에 <엄헬레나>라는 시가 있는데 그 시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시입니다. 이제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던’ 시절도 막을 내리고 세상살이에 지치고 마음 아플 때 찾아갈 부모님 모두 잃은 진짜 고아가 됐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유골함은 춘천 부활성당에 모셨지만 제 시집 속에 어머니에게 바치는 시를 묘비명처럼 새겨넣고 싶었습니다. -시인들께 인기가 많은 이유 시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돈이 되지 않는 시인의 길을 기꺼이 가겠다고 하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조금은 모자란 시인들을 같은 길을 가는 도반이라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돈이 되지 않는 그 추운 길을 함께 가는 도반에겐 살뜰해질 수밖에 없으니 그래서 시인들도 제게 다정다감한 게 아닐까 합니다. 신경림 선생님의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처럼요. -시에 대한 생각 우리는 모두 인생이란 괄호 안에 무수히 많은 꿈들을 적다가 갑니다. 그것이 틀린 답이어도 맞는 답이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한 번뿐이니까. 저는 그게 마음에 듭니다. 거듭 살아야 하거나 영원히 살아야 한다면 시를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한 번 뿐인 삶을 살면서 겪은 슬픔과 아픔, 가난과 고난의 시간을 ‘미래의 하양’으로 꿈꿀 수 있게 도와준 것도 시였습니다. 그러니 시는 나를 입히고 먹이고 세상으로 나가 삶이라는 것을 살게 해준 고마운 가족 같은 존재입니다. 또한 앞으로 남은 시간을 나로 살아가게 도와줄 (불경스럽게도) 신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가 아니었다면 나는 내가 아니었을 테니까요. -이번 시집을 읽으실 분들께 팁이 있다면? 생활체육인이라면 이번 시집의 첫 시와 마지막 시를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 보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3부의 시들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의 현장에서 땀 흘리며 노동하며 살고 있는 분들이라면 1부의 시를 추천드립니다. 그렇지만 다들 시집 읽을 시간도 없이 바쁘실 테니 일단 시집은 온라인책방 장바구니에 담아 두고 ‘미래의 하양’이 뭘까 궁금해하며 이 겨울을 건강하게 지나가시길 바랍니다. -애착이 가는 시 한 편 소개 가정식 눈보라 죽은 아버지가 또 죽는 악몽이 매일매일 새벽 배송되는 꿈에선 어떻게 깨야 하나요 나였던 나까지 부서진 마음은 어디서 자가 격리 하나요 드라이크리닝한 죽음을 들고 그런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드라이하게 말하는 어머닌 자주 좀 나타나세요 할 수만 있다면 그 불행도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어요 그리운 불행 가정식 눈보라 창백한 푸른 점*칼 세이건과 Carl Sagan은 제겐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요 눈보라 눈보라 태양의 코로나 반대편을 향해 100억 광년을 날아가면 다시 한 번 그 불행을 살아볼 수 있나요 그리운 불행 고독한 별 가정식 눈보라 모든 창백한 어머니와 푸른 아버지의 * 암흑으로 뒤덮인 광활한 우주 속 고독한 별 지구를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 명랑하고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게 꿈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탁구장에 자주 가려고 합니다. 명랑은 모든 것을 가볍게 하고 귀여움은 모든 사람을 웃게 할 수 있으니깐. 시가 나를 버리지 않는 한 내가 시를 버리는 일을 없을 테니 묵묵히 써나갈 계획입니다. 노벨상을 타겠다든가 하는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기본에 충실하면서 충만한 을사년이 되도록 애써보겠습니다. -독자들께 한 말씀 옛 선비들 사이에는 이른 봄에 처음 피어난 매화를 찾아 산속으로 떠나는 탐매(探梅)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옛 선비들을 상상하는 일은 한 편의 시가 되었습니다.(제 시집 26쪽을 참고하세요^^) 뷰티라이프를 읽는 분들도 아름다움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겠지요? 아름다움으로 비상과 일상을 잘 견디셔서 찬란한 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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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출간한 안현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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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밥이 되다-이태연 시인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44) 죽어서 밥이 되다 이태연(1964~ ) 비 갠 뒤 더 뜨거운 햇볕 상가 옆 한적한 인도 가장자리 한 뼘도 넘을 것 같은 지렁이 한 마리 죽어 있다 익사하지 않으려는 시도 혹은, 붉은 맨몸의 오체투지였나 동네 개미란 개미, 하루살이, 똥파리까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각기 제 밥벌이의 환락 중이다 아직 꿈틀대는 듯 보여 목숨아, 누가 그 몸의 문자를 읽어줄까 이태연 시인 경남 진주 남강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삼천포항 바닷가에서 보냈다. 2004년 시집 <아름다운 여행>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그리움> <살아온 것처럼 그렇게> <메마른 꿈에 더 뜨지 않는 별> <그래, 사람이다> 등이 있다. 물과 인연이 많아서 지금은 해운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이번 달 시는 이태연 시인의 “죽어서 밥이 되다”입니다. “죽어서 밥이 되”는 것은 많습니다.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이 나뭇입니다. 대부분의 나무는 한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봄에 새싹을 틔우며 성하(盛夏)를 거쳐 가을에 열매를 맺습니다. 성하의 계절에는 가을을 준비하기 위해서 무성한 잎을 만듭니다. 가을, 결실의 계절이 지나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년을 기약합니다. 무성한 잎은 내년을 위한 밥에 다름 아닙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식들의 밥이 되는 경우가 또 있으니 부모님일 것입니다. 부모님의 희생으로 자식들은 험한 세상을 이겨내고 또 다른 존재로서의 자아를 완성해나갑니다. 여기 또 하나 죽어서 밥이 되는 존재가 있었군요. “상가 옆 한적한 인도 가장자리/ 한 뼘도 넘을 것 같은 지렁이”가 그것입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죽어 있”는 “지렁이”는 미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눈살 찌푸리고 지나가기에 충분한 광경입니다. 그러나 시인의 눈에는 범상하지 않게 보입니다. 지렁이의 모습에서 “익사하지 않으려는 시도”와 “오체투지”를 읽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개미, 하루살이, 똥파리”의 “밥벌이의 환락”까지를 지켜봅니다. 그러면서 지렁이 “그 몸의 문자를 읽”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순간순간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쌓여진 찰나는 인생을 이루고 맙니다. 순간순간이 의미 있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는 존재 의미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은 존재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있을 때 가능하겠지요. “죽어서도 밥이 되”는 존재, 그 존재의 존재를 읽어가면서 사는 세상이라면 우리의 삶은 더 풍족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 시를 읽으며 해봅니다. 【이완근(시인, 뷰티라이프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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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밥이 되다-이태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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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심리 사전' 펴낸 이림영옥 별자리 커뮤니케이터
- ‘별 볼 일 있는 당신, 별나게 사는 법’ <별자리 심리 사전 > 펴낸 이림영옥 별자리 커뮤니케이터 이림영옥 별자리 커뮤티케이터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나마스떼! 별자리로 운명을 해석하는 천문해석학자(aka점성술사)이자 별자리 커뮤니케이터 이림영옥입니다. 우리 모두는 온전한 우주라는 별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빛과 힘을 전파하려는 의지로 세상 곳곳에 별빛을 뿌리는 별빛 배달부입니다. 키키라는 이름으로 상담 및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네,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마녀배달부 키키입니다. 키키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 마녀 배달부 키키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듯 별빛 배달부가 된 기분이 들어 마음이 하늘 높이 고양됩니다. 슬핏 들으면 키키킥 웃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해서 유쾌해지기도 하고요. 기업 매거진 에디터로 오래 밥벌이를 하며 언어를 세공하던 훈련도 이 길을 돕고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진심을 다해 온전히 경험하는 모든 것은 그 자체로 보답인 거 같다는 생각으로 순간을 온생으로 살아가려합니다. -저서 <별자리 심리 사전>를 소개하면? 별자리와 심리를 접목한 독창적인 자기 탐구서로 모든 존재가 자기답게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름다운 개인주의자를 위한 별자리 심리 사전》이라는 다소 긴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요즘 mz들의 핫트렌드인 MBTI의 심층버전이에요. 사실 MBTI와 별자리는 뿌리가 같고 12별자리는 3700년 된 MBTI인 거죠. 인문학으로 천문해석학을 공부하며 길흉화복을 맞추기보다는 자기만의 고유한 빛깔을 찾아주는 유닛 그룹인 우주살롱 친구 2명과 함께 호흡을 맞춰 썼습니다. 저희끼리는 아개별사라고 줄여 별칭으로 불러요. 아개별사는 12별자리별 시크릿 코드, 우정과 사랑의 관계 밸런스, 건강과 재테크 등을 담은 일상 밸런스 가이드 뿐아니라 익숙한 자신을 넘어 더욱 성숙해지는 해방가이드도 담았습니다.단순한 운세나 성격 분류를 넘어, 각 별자리가 담고 있는 우주적 상징과 심리적 흐름을 깊이 있게 해석합니다. 37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빅데이터인 12별자리의 상징과 개념을 바탕으로 원형적 심리 구조를 탐구하며, 타고난 자기 예너지를 이해하고 인간관계에 도움을 주는 조언들이 가득합니다.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삶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조언들도 그간의 공부를 통해 정제했습니다. 각 별자리별로 자신의 존재를 빛나게 하는 시크릿 코드를 이해하면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빛나며 서로를 이해하며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 책이죠.(포부가 좀 우주적입니다. 하하) 자신의 가장 최고 버전을 경험할 수 있는 의식의 확장을 위한 미션과 실천 가이드도 사려 깊게 선정했습니다. 특히 서로의 우주에 불시착하지 않도록 관계 맺는 깨알 꿀팁과 궁합도 일목요연하게 간추려 재밌고 유익하게 볼만한 책입니다. 평생 나로 살아왔지만 나를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의 필독서죠. 나를 이해하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가족과 친구도 궁금해 다른 별자리도 다 읽게 되는 술술 넘어가는 책이라고 자부합니다. -<별자리 심리 사전>을 어떻게 집필하게 됐는지? 올해로 별자리를 공부한 지 10년, 강의를 연 지 7년에 접어들었어요. 10여 년 동안 별자리라는 렌즈로 사람과 세계를 탐구하며 쌓인 사례와 경험을 제 삶을 통과해 길어내고 싶었습니다. 마음의 씨앗이 가만가만 싹트던 차에 우주살롱 친구들과 <별자리 일력>을 출간했던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아 첫 문장을 쓰게 되었습니다. 인문학적 시선을 담되 조금 더 쉽고 재밌게 독자들에게 다가서고 싶었습니다. 첫 책인 <별자리 오디세이>는 주먹불끈 쥐고 각 잡고 천문해석학을 공부하는 책이라 어렵다는 이야기를 제법 들었거든요.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고 대중적이고 보편적이며 생활 가까이서 별자리가 친구처럼 느껴지도록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즐겁게 썼습니다. 3명의 작가가 초고를 쓰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풍성한 사례들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연구하면서 6개월가량 호흡을 맞춰가며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별자리가 삶에 끼치는 영향은? 들숨에 별 날숨에 빛인 하루하루를 살아갈 만큼 굉장한 영향을 미치고 있죠. 일상에서 별빛을 작동하고 경험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이 저를 더 사랑하게 만들어줍니다. 천문해석학의 유니버스는 도덕적 순수성과 진실함을 닦아 가도록 이끌어 줍니다. 모든 것은 에너지이며 반드시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다는 것, 나 또한 끝없이 변한다는 것을 매순간 알아차리게 해주거든요. 매 순간 변화하는 나를 인식하며 순환의 흐름 속에 소울 서핑을 하는 기분입니다. 더 잘 살게 하고 더 집중하고 몰입해서 사랑을 길어내도록 해주는 북극성입니다. 공부할수록 삶이 가벼워지고 기쁨이 많아집니다. 스피노자식으로 말하자면 기쁨의 역량이 나날이 증가하는 것이죠. ‘영원의 지혜’라는 경전을 통해 대우주를 경험하면서 느끼는 경이도 남다릅니다. 별자리를 해석하고 리딩하는 것을 명상처럼 느낍니다. 이젠 큰 파도가 밀려와도 두렵지 않아요. 어떤 조건에서든 제가 선택하고 자유의지로 항해하면 파도를 리드미컬하고 경쾌하게 파도를 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내 가능성을 잘 알고 나의 취약점을 알아차리며 다듬어가는 과정 속에 제가 더 커집니다. 비대해지는 자기가 아니라 매번 다른 내가 되는 경험을 하겠다는 의지가 샘솟습니다. 나를 넘어 너라는 별과 나라는 별이 연결되어 별자리를 만들어가는 것도 참 좋습니다. -책을 내면서 겪은 에피소드 소개 마지막 교정을 보는 날, 3명의 작가가 창덕궁 가문비나무가 보이는 곳에서 합숙을 했어요. 그 밤의 치열과 신뢰의 과정이 책에 오롯이 담겨진 거 같아 제멋대로 애틋해졌습니다. 책 표지에 금색 오각별이 빛나고 있어요. 오각별은 익숙한 자기를 벗어나 다른 자기를 끝없이 실험하며 변형하는 우주적 인간을 상징합니다. 처음 표지에는 반짝이는 별빛만 있었는데 오각별로 바꿔 금박을 넣어주십사 출판사에 고집을 부렸죠. 고집을 잘 부리는 편은 아닌데 고집이 좋은 방향으로 모아지는 과정을 경험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천문해석학을 일상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싶어요. 일상에서 신성을 더 자주 발견하고 싶습니다. 별자리 탐사대 및 별자리 해방클럽 등 재미난 별 볼 일을 계속 꾸준히 해나가려 합니다.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으로요. 우주와 별이라는 진리의 본질을 흐리지 않으면서 쉽고 재밌게 별자리를 전하고 싶습니다. 올해 별자리 탐사대 시즌2는 각 별자리의 에너지가 쏟아지는 절기별 시즌마다 제철 별자리 에너지를 감각할 수 있는 책을 읽으며 문장을 수집하고 서사와 인물을 통해 생생하게 별자리를 알아가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해당 절기의 태양 에너지를 받아 내 안에 잠재된 별자리 에너지를 플레이하는 챌린지를 실천하며 ‘별생’을 사는거죠.망망대해의 무경계의 세계로 저를 안내하는 시를 좋아해서 언젠간 시집만으로 큐레이션 해 별자리 탐사대를 꾸리고 싶은 로망도 있습니다. 또한 내 안의 별을 깨우기 위해 드넓은 하늘의 별을 직접 보고 자신의 영혼의 지도를 읽는 별자리 여행 등 다양한 마주침으로 구석구석 별빛을 밝히고 싶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진실한 슬픔과 기쁨을 나누고 듣기를 좋아합니다. 또 누군가를 우주적 존재로 밝혀주고 환대할 때 가장 기쁩니다. 그 기쁨으로 균형을 잡으면 생명력을 힘차게 전개해 가고 싶습니다. 자기가 빛난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마구마구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자기 안에 있는 우주적 잠재력과 가능성의 날개를 달아주면서요. -독자들께 한 마디 누군가를 아름답게 돋우어주시는 당신들의 손길을 응원합니다. 아름다움은 그 자체의 쓸모있죠. 아름답다는 말의 ‘아름’은 ‘나’라는 뜻이기도 해요. 나답게 빛나는 순간 가장 아름답다는 것 잊지 말고 당신도 당신답게 빛나시길, 우주는 늘 당신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늘 아름다우시길 바랍니다. 별 볼 일 있는 당신, 별나게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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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심리 사전' 펴낸 이림영옥 별자리 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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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차곡차곡 걸어 산티아고' 출간한 연명지 시인
- 우리의 발걸음을 이끄는 이야기, 에세이집 『차곡차곡 걸어 산티아고』 출간한 연명지 시인 연명지 시인 -본인 소개 저는 시의 정전기가 많은 괴산에서 태어나 책만 보면 두 눈을 번쩍이며 자랐습니다. 자연과 큐비츠하며 걷기를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제 시에는 비애의 정서가 많아, 한때 ‘하나님이 슬픔을 재능으로 주셨나’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두 번의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타인을 향해 귀를 낮추는 방법과 마음의 속도를 줄이는 사랑법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끝 모를 깊이를 가진, 다정한 위로와 명랑함을 잃지 않는 시인으로 살고 싶습니다. 2013년 미네르바 시선으로 『가시비』를 출간하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으로 『사과처럼 앉아있어』 전자 시집 『열일곱 마르코 폴로 양』이 있습니다. 호미문학상과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2025년에는 시 작품이 코소보 오르페우스 신문, 파키스탄, 인도 등에 현지어로 번역되어 소개되었고, 이탈리아 토리노 시에서 주최하는 “딜런 토마스데이” 국제시 축제에 시 ‘로뎀나무 등불’로 참가했습니다. -에세이집 『차곡차곡 걸어 산티아고』를 소개해주세요. 2019년 봄 프랑스 길, 2021년 산티아고 은의 길을 걷고 나서 Camino Blue에 빠졌습니다. 2022년 산티아고 여정을 생각하며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고, 저와 남편이 찍은 사진들을 성심껏 골라 본문에 실었습니다. 한 편의 산문이 끝날 때마다 길이 나를 지나가며 슬픔에서 건져주는 경험을 했습니다. 지나간다는 것은 비우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비워보니 나를 넘어 우리가 보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비우고 싶어서 떠난 사람이었고, 순례길은 하나님이 나의, 나는 순례객들의 슬픔을 미행하는 여정이었습니다. 『차곡차곡 걸어 산티아고』는 그런 우리의 발걸음을 이끄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에세이집을 내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두 번의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사람들과 만나고 치유 받은 경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의 요구에 응답하고 어떤 상황에 응답하면서 저는 전보다 성숙해졌다고 느낍니다. 산티아고 길에 대한 글을 쓰는 것도 상처 속에 웅크린 누군가를 향한 응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통해 저희가 잠시나마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계획 중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네이버 카페 중에 <까미노 친구 연합>이라는 카페에 가입하면 산티아고 관련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위기에 처할 때면 단톡방에 도움을 구해도 됩니다. 준비물로 자기 발보다 큰 사이즈의 운동화, 바세린, 발가락 양말은 필수입니다. 짐은 최대한 가볍게! -가장 마음이 가는 에세이 한 편 소개해주세요. 엄마의 보따리(카세레스) 성벽으로 둘러싸인 카세레스 구도심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다. 로마, 이슬람, 북부 고딕 및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 양식이 남아서 중세 시대의 모습이 온전하게 보존된 곳이다.이곳에서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되기도 했다. 카세레스에 도착한 날, 일찍 짐을 풀고 시간이 남길래 근처 현대미술관에 방문했다. 내부를 둘러보던 중 그곳에서 김수자 작가의 <보따리>를 만났다. 처음 보는 작품인데도 지금은 돌아가신 엄마가 만들어준 혼수 이불이 문득 떠올랐다. 부잣집 막내딸이자 막내 며느리였던 엄마. 나이 마흔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맏이인 내게 전적으로 의지했지만, 우리는 서로 다정하지 못하고 오래 불화했다. 내가 결혼할 때 엄마는 목화솜으로 혼수 이불을 만들어주셨다. 붉고 푸른 홑청은 아름다웠지만 이불을 무겁게 만드는 주범이었다. 결국 몇 년 쓰다가 목화솜만 새로 틀고 홑청은 버렸는데, 내가 버린 홑청과 같은 색의 홑청이<보따리>라는 작품이 되어 시선을 끈 것이다. <보따리> 앞에 멈춰 서서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엄마를 생각한다.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딸임에도 마지막 힘을 끌어내어 내 손을 꼭 쥐던 엄마. 그때 엄마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엄마와 나는 아직도 비스듬히 기대어 보이지 않은 곳에 창을 내고 있다. 미안함도 그리움도 모두 사랑이라는 걸까. (…) -앞으로의 계획 여전히 자연과 소통하기 위해 걷고 자연의 언어를 가져와 시를 쓸 것입니다.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는 팔이 긴 시를 쓰기 위해 고요하게 세상을 바라볼 것이고, 12월쯤에 3번째 시집을 출간하려 합니다. -독자들께 한 말씀 누군가에게 “네 뒤에 내가 있어”라는 말을 듣는 날은 참 행복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적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에 명랑하고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는 독자들과 함께 사랑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길 소망합니다.독자님들의 삶이 유쾌한 소란으로 가득하기를 늘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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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차곡차곡 걸어 산티아고' 출간한 연명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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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이니까-리호 시인-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43) 설탕이니까 리호(1969~ ) 선풍기 소리가 짤 때 필요한 녹는 점 쓴맛을 평가할 때 필요한 알갱이의 개수 바람이 불거나 말거나 살아야겠다는 미세먼지 담당 끝말잇기나 꼬리잡기의 달인 비 온다 삼척에 갔지 구척장신 파도가 물고기 눈처럼 내렸지 잘난척하느라 온몸에 분수 구멍을 냈지 증명하지 못한 문제들을 뿜었지 여름출판사는 문을 닫고 더는 포도가 열리지 않았지 몸속에서 사라진 세포들의 DNA에 토성의 혈액형을 붙여줬지 바람 분다 기차 뒤에 바짝 꼬리가 두 개 달린 바다 쓴맛 소리 공화국에 대한 맞춤형 설탕 알갱이 리호 시인 2025년 전 2100광년 떨어져 있는 M2-9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파인애플을 먹다가 지구에 불시착했다고 한다. 2014년 <실천문학> 제 3회 오장환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기타와 바케트>, 디카시집 <도나 노비스파쳄>, 청소년을 위한 디카시 창작 입문서 <찍go 쓰go 디카시 창작 입문> 등이 있음. 이해조문학상, 디카시작품상 수상. 절친한 친구로 곰과 지구 양 세 마리와 토끼 한 마리가 있음.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이번 달 시는 리호 시인의 “설탕이니까”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시인과 시들이 있습니다. 각자의 개성과 독특한 화법으로 독자들을 울리고 감탄케하고 실의(?)에 빠지게 합니다. 리호 시인의 시는 평범한, 우리가 알고 있던 시의 세계를 지나 새로운 세계로 안내합니다. 이 시를 음미하는 지금 이 순간 창밖에서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구호와 연설이 가득합니다. 모두가 달콤한 말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빼앗기에 열심입니다. 자연스럽게 현실과 엮어 이 시를 읽습니다. 부조리한 현실과 이에 맞서지 않고 조화롭게 살려고 하는 의지를 읽습니다. 우리가 미각으로 느낄 수 있는 맛의 종류는 많습니다. 단맛, 쓴맛, 짠맛, 신맛, 무맛 등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정치는 무슨 맛이어야 할까요? “맞춤형 설탕 알갱이” 같은 달디단 맛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텔레비전 속 대통령 후보들의 토론에서는 “끝말잇기나 꼬리잡기의 달인”들을 모셔다 놓은 것 같습니다. 몇몇은 “잘난척하”는 “문제들을”내고 눈을 희번덕거립니다. 횡설수설하는 후보도 있습니다. 그들 나라에서는 소상공인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결국에 “포도가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난감합니다. “쓴맛”에도 “소리”가 들릴 지경입니다. “증명하지 못한 문제들”은 언제 풀 수 있을까요. “몸속에서 사라진 세포들”을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요. “비 오”고 “바람”이 부는데 “설탕 알갱이” 같은 지도자를 우리는 뽑을 수 있을까요. 아니 꼭 뽑아야 합니다, 6월 3일에... 【이완근(시인, 뷰티라이프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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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이니까-리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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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평론집 '연민의 시학' 출간한 김정수 시인
- 세상을 ‘연민’으로 바라보는 따스한 감촉 - 첫 평론집 『연민의 시학』 출간한 김정수 시인 김정수 시인 -먼저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시 쓰는 누구입니다’로 시작하는 소개가 저는 참 어색한데, 막상 하려니 마땅한 멘트가 없네요. 시 쓰는 김정수입니다. 본격적으로 시를 쓴 지 40년 가까이 됐습니다. 1990년 《현대시학》에 <지하철> 외 10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등단작이 11편이나 되니 많은 편이죠. 등단 14년 만인 2004년 『서랍 속의 사막』을 낸 후, 다시 10년 만에 『하늘로 가는 혀』를 냈습니다. 『홀연, 선잠』과 『사과의 잠』 등 시집 4권을 냈고, 지난 4월에 첫 평론집 『연민의 시학』을 발간했습니다. 2015년 경희문학상, 2024년 시 〈진학〉으로 사이펀문학상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시와 더불어 살면서 시집 해설과 신작 시집 서평 등을 쓰며 소일하고 있습니다. -첫 평론집 『연민의 시학』 을 소개해주세요. 그동안 쓴 산문 중에서 최근에 쓴 시집 해설 위주로 묶었습니다. 두 권이 훨씬 넘는 분량의 원고에서 문예지에 쓴 서평과 신작 시평, 시집 발문을 덜어냈지요. 해설 중에서도 전체 흐름에서 벗어난 발문은 손에서 내려놓았습니다. 오로지 책의 완성도에 집중하려 했습니다. ‘제1부 삶의 연민과 시간’, ‘제2부 형식의 죽음과 사유’, ‘제3부 존재와 세계의 분류법’, ‘제4부 공간의 사색과 소요’ 등 전체 4부로 구성했습니다. 삶보다는 죽음에, 죽음보다는 불멸에, 배척보다는 연민에, 번잡보다는 고요에 더 주안점을 두었고요. 너무 분석에 매달려 날카로움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흐름에 집착하다가 정작 중요한 흐름을 놓친 건 아닌지 반성도 하게 되고요. -이번 평론집을 내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운문과 산문을 같이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생존형 글쓰기, 생존의 방편으로 산문을 더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쓴 산문의 분량이 꽤 되는데 출판권이나 경제적 여건 때문에 책으로 묶는 걸 망설이고, 미뤘습니다. 한데 산문, 특히 시집 해설이나 시간 시집 평을 지속적으로 쓰려면 평론집 한 권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마침 짬이 내서 해설과 서평 원고를 모았습니다. 상당하더군요. 모은 원고를 덜어내는 일이 더 힘들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고맙게도 Human&Books와 연결이 됐고, 평론집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팁이 있다면. 오민석 시인 겸 문학평론가의 추천사처럼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 비평’을 지향합니다. 현란한 이론이나 오리무중의 개념에 등을 돌리며 항상 날것으로서의 시 쓰기와 시 읽기의 현장에 가 있지요. 쓸 원고를 받으면 프린트해서 여러 번 읽습니다.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반복해서 읽지요. 일단 전체 흐름이 파악될 수 있을 때까지요. 한 편 한 편 시인이 문장 뒤에 감춘 것을 파악하며 메모합니다. 관련 책도 찾아 있습니다. 한 권일 때도, 여러 권일 때도 있습니다. 그전에 발간한 시집도 최대한 구해 읽습니다. 그리고 집필에 들어갑니다. 쓸 때는 행간에 숨어 있는 시인의 생각과 경험, 사유의 세계에 가 닿으려 합니다. 시인과 접속한다는, 그 시인의 자리에서 사고하려 하지요. 책을 읽다 보면 시인과 시를 이해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될 것이고, 평론집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게 될 것입니다. -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시’와 ‘술’이 없었으면 저는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을 것입니다. 시는 제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삶 그 자체입니다. 정우영 시인의 추천사처럼 시의 근심으로 앓고, 시의 확장으로 기뻐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시를 생각하고, 밤에는 시의 해석에 골몰하다 잠듭니다. 잠을 자면서도 시를 쓰지요. 아침에 일어나면 다 까먹지만요. 머리맡에 필기구를 놓고 잔 적도 많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적으려고요. 단 한 줄도 기억나지 않더군요. 시는 장식이 아닙니다. 시인이 되는 것보다 절박하게 시를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들려주세요. 최근에 쓴 시집 해설 위주로 평론집을 묶다 보니, 많은 원고가 빠졌습니다. 원고를 손에서 내려놓으며 수록하지 못한 시인들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와중에 관계와 미안함이 교차했지요. 잠시 내려놓은 원고도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첫 평론집 『연민의 시학』의 평가와 반응이 중요하겠지요. 다행히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시를 더 집중적으로 써서 내년에 다섯 번째 시집을 발간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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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평론집 '연민의 시학' 출간한 김정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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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시인 '엄마'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42) 엄마 이건청(1942~ ) 포경업자들이 새끼고래를 데불고 있는 혹등고래나 향유고래를 만나면 먼저 새끼고래부터 죽인다는데, 새끼고래가 작살을 맞으면 어미고래는 죽어가는 새끼고래를 두고 떠나지를 못하고 새끼고래 곁을 맴돌다가 큰 작살포를 맞는다고 한다. 이건청 시인 1942년 경기도 이천 출생.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이건청 시집』, 『목마른 자는 잠들고』, 『망초꽃 하나』, 『하이에나』, 『코뿔소를 찾아서』 ,『석탄 형성에 관한 관찰 기록』,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 ,『소금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굴참나무 숲에서』,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실라캔스를 찾아서』와 기획시집『로댕-청동시대를 위하여』, 시선집『해지는 날의 짐승에게』, 『움직이는 산』, 『무당벌레가 되고 싶은 시인』, 『해지는 날 푸른 벼랑에 앉아』 ,『이건청 문학 선집』(전4권),『이건청 시전집』(전2권) 등.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목월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고산문학대상, 현대불교문학상, 편운문학상, 녹원문학상, 자랑스런 양정인상 등 수상. 한국시인협회 회장과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역임.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이번 달 시는 이건청 시인의 “엄마”입니다. 이 세상을 유지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은 부모, 특히 “엄마”의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미물이라고 생각하는 생물조차도 부모의 아낌없는 사랑 속에서 자라나고, 그 보살핌 속에서 대(代)를 유지하며 종을 번식시킵니다. 맹수의 제왕이라는 사자도 어릴 적에는 힘이 없는 한 마리 새끼에 불과했지만, 엄마의 지극한 보살핌 속에서 힘을 길러 제왕의 위치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염낭거미는 새끼들에게 어미 몸을 내줌으로써 새끼들의 양식이 됩니다. 새끼들은 어미 몸을 먹고 자라납니다. 조피시라는 물고기는 알을 낳고, 알을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알을 아가미에 넣고 보살핍니다. 알이 부화할 때까지 먹이활동을 중지하고 굶는 것은 당연합니다. 몸이 바스러질 때까지 계속합니다. 이처럼 자식을 사랑하는 어미의 마음은 모든 생명체에서 동일하게 발현합니다. 눈물겨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포경업자들”은 자식에 대한 사랑을 역이용해서 고래사냥에 성공하는군요. “혹등고래나 향유고래”는 그 크기와 힘이 엄청납니다. 포경업자들이 멱살잡고(?) 싸울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힘을 당해낼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랑은 때론 비극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포경업자들은 “새끼고래”에게 “작살을” 던져 “먼저 새끼고래부터 죽”이고, “새끼고래 곁을 맴”도는 “어미고래”에게 “큰 작살포”를 던져 사냥을 했습니다. “죽어가는 새끼고래를 두고 떠나지를 못하고” 결국 목숨을 잃는 어미고래의 사랑이 결국은 이 세상을 만들어가는 숭고함일 것입니다. “엄마”의 존재는 이 세상을 유지해가는 가장 큰 초석임을 이 시는 눈물겹게 알려줍니다. 【이완근(시인, 뷰티라이프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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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시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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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았던 우리에게" 신간 소설 출간, 현대인의 고독과 연대 조명
- 록키박 작가의 신작 소설 『괜찮지 않았던 우리에게』가 에스이에스생명샘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부제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온 당신에게"가 암시하듯, 이 작품은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내면에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소설은 두 주인공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한때 각광받던 아역배우 '뉴니'는 악플에 시달리며 점차 무너져가고, 실직 상태의 청년 '캐니'는 하루 한 잔의 캔 커피조차 사기 힘든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두 사람은 직접 만나지 않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교향곡처럼 서로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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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았던 우리에게" 신간 소설 출간, 현대인의 고독과 연대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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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시인의 포르투갈 체험기' 출간한 오민석 시인
- 아내와 함께한 포르투갈 70여 일의 체류기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시인의 포르투갈 체험기> 출간한 오민석 시인 오민석 시인, 문학평론가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현재 단국대 명예교수인 오민석입니다. 1990년 월간 <<한길문학>>창간 기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데뷔했고, 1993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평론 활동을 겸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시집 <굿모닝,에브리원> 외, 문학평론집 <이 황량한 날의 글쓰기> 외, 문학이론 연구서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외, 문학 연구서 <저항의 방식:캐나다 현대 원주민 문학의 지평>, 대중문화 연구서 <나는 딴따라다:송해 평전>, <밥 딜런,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시 해설서 <아침 시: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산문집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시인의 포르투갈 체류기> 외, 번역서 <냉소적 이론들:대문자 포스트모더니즘 비판> 등을 냈고, <단국문학상>, <부석 평론상>, <시와경계 문학상>, <시작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여행기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시인의 포르투갈 체험기>를 소개하면? 저와 아내 최광임 시인이 작년(2023~24) 겨울 포르투갈에서 70여 일을 체류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산문집의 형태로 쓴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한 여행을 ‘생활 여행’이라고 부릅니다. 생활 여행이란 낯선 곳에서 평소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하는 여행을 의미합니다. 말하자면 낯선 타지에서 평소와 하등 다를 바 없이 장을 보고, 밥을 해 먹고, 청소를 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마감에 쫓겨 글을 쓰며, 비교적 장기간의 삶을 영위하는 여행이지요. 흥분한 상태에서 감정과 돈과 시간을 낭비하며 들뜬 여행보다는 일상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차분하게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삶이 더 깊어지는 여행을 하고 싶었고요, 이 책은 그렇게 해서 포르투갈의 포르투라는 도시에 거처를 정하고 70여 일을 현지인처럼 살다 온 경험의 기록입니다. -이번 여행기를 읽으실 분들께 팁이 있다면? 특별한 팁은 필요 없고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읽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글만 아니라 제가 직접 찍은 현지의 사진들 그리고 제가 그린 연필 소묘들도 여러 장 들어 있어서 문학적 분위기에 흠뻑 빠진 채 포르투갈의 골목골목을 여행하는 느낌을 만끽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한 관광 안내서가 아니라, 자세한 삶의 기록입니다. 메뚜기처럼 주요 포인트에 눈도장만 찍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여행(호핑 투어hopping tour라고 하지요?)이 아니라 같은 곳을 수십 일 동안 매일 산책하고 들여다보고 호흡하며 느끼는 여행은 그 공간과 문화를 훨씬 더 깊이 경험하게 하지요. 그러다 보니 포르투갈이 생전 처음 간 곳인데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정말 그리운 곳이 되어 버리더군요. -포르투갈 체류 중 기억에 남는 일 기억에 남는 일이야 너무 많지만, 리스본보다 특히 포르투에서 느낀 낡고 오래된 폐허의 풍경이 주는 위로와 편안함의 추억을 손에 꼽고 싶습니다. 그간 신자유주의의 내장을 오래 통과해 오다 보니 이제 저부터도 바쁘고 빠르고 새롭고 스펙터클한 것에 많이 물리고 지쳐온 것 같습니다. 포르트 역사 지구 대부분의 건물들은 수백 년씩 묵은 것들이고 어떤 것들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폐허와 퇴색의 기운이 역력한 것들도 많았지만, 더디고 쫓기지 않으며 비경쟁적인 삶의 풍경이 가져다주는, 묘한 편안함을 무시할 수 없더군요. 경쟁과 효율과 성과와 승리만이 삶의 미덕은 아니니까요. -포르투갈을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께 조언이 있다면? 포르투갈은 그리 크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리스본이나 포르투 어느 곳에 체류해도 포르투 전역의 유서 깊고 아름다운 소도시들을 쉽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택시비가 무척 저렴하므로 시내에서 두 명 이상이 움직일 때는 전철이나 버스, 트램보다는 택시를 이용하라고 권유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마트 물가가 한국보다도 상당히 저렴하므로 중장기 체류를 할 경우엔 직접 장을 봐서 식사를 손수 해결하면 절약도 되고 허황스럽지 않은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포르투갈에선 포르투 와인 등 포르투갈산 와인을 실컷 즐기는 것도 권장합니다. 매우 다양한 가격의 다양한 품종들이 있는데 저희는 특히 매력적인 단맛의 포르트 와인에 완전히 반하여 한국에서 공수 해갔던 팩소주들을 거의 마시지 않고 한인 마트에 선물로 주고 오고 말았지요. 도루강변 -전원생활을 즐기고 계신데 한 말씀 강원도 산속의 작은 오두막을 빌려 집필실로 사용해온 지 벌써 햇수로 8년째입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는 강의도 전부 온라인으로 해서 아예 산속에서 오래 두문불출한 적도 있었습니다. 자연 속의 삶은 우리를 무엇보다 조용하고 고요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조 금 과도한 침묵 속에서 지낸다 싶을 때면 멀리서 친구들이 찾아오지요. 외롭기는커녕 도시의 아파트에 주로 거주할 때보다 벗들과 훨씬 더 가까워졌습니다. 왜냐하면 이 먼 산속에 일단 오면 금방 돌아갈 수가 없고 자고 가야만 하며, 술도 마시고, 최소한 세 끼 이상의 식사를 함께해야 하므로 가까워지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서로 바쁘고, 만나도 술 한 잔, 커피 한 잔 하면 헤어지기 바쁜 시대에, 먼 과거에나 가능했던 ‘시간의 낭비’가 이곳에선 가능하고 또 불가피합니다. 참 좋은 일이지요. -예술인들께 인기가 많은 이유 제가 예술인들께 인기가 많다니요, 정말 감사합니다만, 사실은 처음 들어보는 말씀입니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제가 시인이면서도 딴따라 기질이 심해서 음주 가무를 유달리 좋아하고, 뭐라 할까, 제 전공 분야 외에도 여러 개의 촉수를 가진 인간이라서 그럴 거예요. 아내인 최광임 시인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 이번 겨울(2025~26)엔 스페인 남부 지중해 연안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약 80일 정도를 체류하며 포르투갈에서와 유사한 ‘생활 여행’을 해볼까 계획 중입니다. 이미 비행기 티켓도 예약을 해놓았으니 이미 절반은 여행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지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현지인들처럼 살면서 더 깊이 낯설고 새로운 것에 노출될 계획입니다. -독자들께 한 말씀 늘 ‘아름다운 생활’을 영위하시기 바랍니다. 지루할 수도 있는 인터뷰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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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시인의 포르투갈 체험기' 출간한 오민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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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화 시인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40) 발, 그 너머 1 -길 홍도화(1954~ ) 발길을 가르쳐 준 사람은 없다 어깨너머로 본 동작을 밤마다 반복하며 기억의 창고에 저장을 했다 가위 사용하는 법을 자세하게 배우지 못해 베이기도 하고 잘리기도 했다 돌아갈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까 망설이다 맞이하는 아침이면 생각을 했다 뒤에 따라오는 이가 볼 수 있도록 그래, 길을 만들자 길을 낸다 미이 홍도화 시인 충북 음성 출생. 1993년 최초 미용장 자격 취득. 2008년 최초 미용예술학 박사학위 취득(서경대). 2010년 국민포장, 2022년 충북봉사대상발 수상. 현재 예사랑 미용봉사단으로 활동 중. 예일미용고등학교 설립지, 교장. 2010년 충북여성 글 공모전 입상, 2015년 해산 박두진공모전 수상, 한국작가 신인상. 시울림, 짓거리시세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산문집 <미용과 함께하는 세상>1,2,3집, 동인시집 <너의 향기를 마시는 어느 날>, 시집 <끼> <이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 <발이 빚는 바람>이 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40번째 시는 홍도화 시인의 “발, 그 너머 1 -길”입니다. 어떤 분야건 한 부문에서 선구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경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선수가 올림픽에서 딴 최초의 금메달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양정모 선수의 레슬링입니다. 흑백 텔레비전으로 보고 감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각 텔레비전 프로에서 양정모 선수가 금메달을 따기까지의 노력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미용의 역사는 채 100년이 되지 않습니다. 1933년 오엽주 여사가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종로 화신백화점 내에 문을 연 ‘화신미용실’이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미용실로 알려져 있습니다. 채 100년이 안 된 우리 미용이 K-뷰티를 이끌어나가고, 권위 있는 세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발길을 가르쳐 준 사람은 없”으나 “어깨너머로 본 동작을/ 밤마다 반복하며/ 기억의 창고에 저장”하는 미용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뒤에 따라오는 이가 볼 수 있도록” “길을 만들”고자 노력했고, 후학들에게 미용기술을 전수했습니다. “어깨너머” 도제식 교육을 탈피하여 선진화된 교수법이나 체계적인 이론 수업으로 헤어디자이너를 교육했습니다. 그야말로 “길을 낸” 것입니다. 이 시에서의 발은 髮을 뜻하는 걸로 보입니다. 髮은 미용의 시작(근본)이자 완성입니다. 근본을 제대로 알아야 완성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이 험난하고 수고로울 수 있으나 그것을 넘어야 “길을” 내는 리더가 되는 법입니다. 미용의 교육자로서, 리더로서 “발, 그 너머”를 완성하기까지 “베이기도 하고/ 잘리기도 했”던 경험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러한 아름다움이 우리의 미용을 선진화한 주춧돌이 되었을 테니까요. “길”을 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숭고합니다. 【이완근(시인, 뷰티라이프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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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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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 출간한 이은화 시인
- ‘타인과 나’ ‘사회와 나’와의 관계성을 담은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 출간한 이은화 시인 이은화 시인 -본인 소개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한 저는 그곳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할 때가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때는 시가 무엇인지 몰라 별과 달 그리고 바람까지도 시에 담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이후 2010년 계간지 『詩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한 저는 20년 가까이 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첫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를 출간하기까지 헤진 시간을 깁고 덧댄 시편들로 제 소개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첫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를 소개하면? 이 시집은 ‘타인과 나’ 그리고 ‘사회와 나’라는 관계성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 순간 자유의지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력할수록 상처받는 현대인들의 모순적 삶과 부조리한 현실을 조명합니다. 시집 속의 아웃사이더로 밀려나기를 거부하는 춤과 노래는 마리오네트의 실처럼 타인들의 관계와 연결되어 있지요. 이로 인해 사회적 관계를 끊거나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누구이며, 우리의 주체적인 삶은 왜 부자유한가에 대한 실존적 물음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첫 시집을 내게 된 소감 1월에 나온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에 대한 흥분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기쁨은 책을 출간하기까지 응원하고 지지해준 분들의 고마움이 담긴 결과물입니다. 학원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집필을 게을리할 때 시간 속 글도 함께 늙는다며 이윤학 시인과 ‘시계제작소’ 동인들이 저를 마리오네트처럼 각성시키고 일깨워 주었으니까요. 무엇보다 학원에서 은거하듯 생활하는 제게 이번 시집 발간은 고래가 바다 위로 점프하며 물뿜기를 하는 행위와 유사합니다. 큰 호흡과 소통의 포물선을 그리는 시작이랄까요. -시 공부는 어떻게 해왔는지? 초등학교 4학년 때 장래 희망을 ‘시인’이라고 발표하자, 누군가 내뱉은 ‘귀신이래’라는 말 한 마디에 제 별명은 ‘귀신’이 되었고 놀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당시 시골 초등학교에서 시인은 낯선 단어였던 것 같습니다. 그 꿈을 28년 만에 이뤘습니다.(웃음) 저의 시 쓰기는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며 많이 배웁니다. 날카로운 감각의 함축적 묘사와 추상적 관념의 구체화 또는 제재를 환유로 치환하는 등 내재적 관점에서 간접적 시 쓰기가 되었는지 체크하곤 합니다. -이번 시집을 읽으실 분들께 팁이 있다면? 4부로 묶인 시집은 병풍에 계절을 옮기듯 서로 결이 다른 편들로 묶었습니다. 전반부는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마리오네트 움직임처럼 순응적 삶에서 오는 좌절 그리고 후반부는 유년의 아름다움과 상실감에 이어 에로시티즘의 이미지 변주를 통한 자기연민입니다. Beauty Life 독자 여러분께서 제 시집을 만나게 된다면 이 시집의 주제가 담긴 20쪽과 개인적으로 제 내면의 형상을 빚은 44쪽을 읽어주시길 청합니다. 44쪽은 라스베가스 어느 시골 맥도날드에서 노부부의 식사 모습을 훔친 모티브입니다. -애착이 가는 시 한 편 소개국수, 국수掬水 달을 품고 걸어본 적이 있다 달의 면은 늘 붉은 이유로 생각은 자주 충혈 되었다 사는 동안 안전한 직장과 꽃밭과 아늑한 방을 가져본 적 없는 세월 속 사소한 기쁨마저 불안한 안개로 내려앉았다 우리라고 믿던 이들은 여러 얼굴을 가진 이유로 웃음과 돈 뒤로 숨곤 했다 늦은 깨달음을 다독이면 달의 면이 쉽게 붉어졌다 함께 걸었으나 혼자 남은 안개 숲 명치 끝 멍울을 풀기 위해 절창을 피우던 계절을 품은 적이 있다 움켜쥐려던 물들은 빠져나가고 몸 안에는 뭉클한 달들만 떠 있어 가끔 회전문에 갇혀 사라질 때가 있다 -앞으로의 계획 Break News에 실린 이인철 시인의 인터뷰 기사에서 ‘부자는 자신이 쓰고 싶은 시간이 충분한 사람이’라고 답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기사 내용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그동안 학원에 갇혀 생활하며 사람들의 관계와 시에게서 제가 이방인으로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먼저 저를 위한 시간을 확보한다면 그 시간을 오롯이 시 쓰기와 저를 만나는 일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가끔 일 속에서 제가 지워지는 느낌이 들 때 시를 만나는 일은 저를 비추는 거울이며 곧 일상적 자아이기 때문입니다. -뷰티라이프 독자들께 한 마디 현대의 미적 관점은 다양합니다.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美’는 우리 삶에 유리될 수 없는 어휘입니다. 예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함이 사랑이라면, 아름다움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함은 무엇이 있을까요. ‘美’란 국한적인 의미로는 개인의 정원과 같습니다. 이 정원을 가꾸는데 있어 창의적인 삶을 경작하는 분들이 많길 희망합니다. 자본주의의 실상은 우리 노력의 속도보다 변화가 빠릅니다. 그러기에 노력할수록 상처받는 분들이 많지요. 이런 사회 구조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키워드를 찾아야합니다. 무용한 것에도 감사가 생길 때쯤이면 우리의 삶이 안빈낙도를 걷고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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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 출간한 이은화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