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2(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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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이미지이다.(사진=저널인뉴스 DB)

 

 

 

"진료를 못 받고 죽어가는 사람이 많다. 의사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사 수를 늘리자." 그럴듯한 논리이다. 이것이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는 정부 입장인 것 같다. 대표적인 예를 들고 있는 것이 응급실에 의사가 부족해서 환자가 죽어간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소아과, 안과, 이비인후과 의사는 그렇게 많은데, 왜 응급의학과나 흉부외과 의사는 적을까? 힘만 들고 돈벌이가 안 되어서 그런 것이다. 의대 학생 수를 늘린다고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필수 의료분야에 지원하는 학생 수가 많아질까?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꼴일 것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1인당 국민 소득이 높으면 굶어 죽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매우 그럴듯한 논리이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1인당 국민 소득이 높다고 한들 부자들만 잘살 뿐,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가난하다.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다.

 

사회 시스템이 잘만 돌아간다면, 1인당 국민 소득이 낮아도 굶어 죽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는다. 숫자는 숫자일 따름이다. 1인당 의사 숫자가 적어도 우리나라 의료 접근성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그렇다고 의사들 수입이 적은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의사들이 돈이 되는 쪽에만 치우쳐 있을 뿐이다. 지금의 문제는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의료인력을 어떻게 분산시키느냐의 문제이지, 의사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 시스템의 정비가 없이 의대 증원만 실행에 옮긴다면, 미래 세대 젊은 의사들에게는 경쟁만 심화시킬 뿐이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은 의약분업이 실시되면서 도입한 행위별 수가 제도에 있다. 그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의대 교수에게 들었던 이야기이다.

 

의약분업 전에 돈 잘 벌고 있었던 메이저 과 의사들은 의약분업에 관심이 없었지. 결국 마이너 과 의사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많은 수가를 책정했던 거야.” 그 부작용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그 이후로부터 메이저 과에 지원하는 의사들이 점차 줄어든 것이다. 흉부외과 교수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외국에서는 흉부외과가 최고야. 그런데 한국에는 흉부외과에 지원하는 인턴들이 없어. 힘만 들고 돈이 안 된다는 거지.”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메이저 과에 대한 행위별 수가를 높이면 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기존의 마이너 과에 대한 수가를 줄일 수는 없다. 한정된 돈으로 어떻게 메이저 과에 대한 수가를 인상하겠는가? 그렇다고 기존의 마이너 과의 수가를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정부가 꺼내 든 것이 의대 증원이라는 정책이다. 미봉책에 불과한 정책이다.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지도 모른다. 왜 그럴까? 메이저 과에 대한 수가 변경이 없는 한 인턴들은 여전히 돈이 되는 마이너 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젊은 의사들의 입장은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심한 경쟁에 시달려 왔는데, 미래에는 더 큰 경쟁에 시달릴 것이 불 보듯 뻔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파업을 선택했을 것이다.

 

젊은 의사들의 파업으로 현재 대학병원의 수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고 한다. 한 시를 다투는 응급한 수술도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 파업에 가담한 젊은 의사들이 많을수록 나머지 의료인력의 업무는 가중된다.

 

이 모든 것이 무엇으로 비롯되었는가? 정부의 정책이 무조건 모두 옳을 수는 없다. 의대 증원이라는 정책은 대다수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의대 진학을 원하는 일부 소수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반길 것이다.

 

하지만 국민을 위한 의료 정책이라면,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손질해야 한다. 메이저 과 지원 육성 방안과 지방 의료 지원 방안을 세우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러한 육성 방안과 맞물려 의료인력이 필요하다면 점진적으로 증원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대화가 없는 곳에서 충돌만 발생한다. 독재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아무리 언론이 한쪽을 매도한다고 해도 진리는 변함이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젊은 의사들의 파업은 기득권의 유지로만 몰고 살 수 없다. 잘못된 정책에 저항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도 있다.

 

성급한 대증요법은 병을 더 키울 뿐이다. 사병들 월급만 잔뜩 올려놓고 군 내부의 혼란을 가중하게 만든 이 정부의 막무가내식 정책에 나라가 병들어 가고 있다. 의대 증원도 사병 월급 인상과 다를 바가 없다. 지혜로운 국민이라면 정부에 편향적인 언론에만 귀 기울이지 말고,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다. 강요만을 일삼는 대화는 독재로 가는 길일 뿐이다. 대화는 설득과 타협이다. 그 접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대화와 타협만이 우리가 살길이다. 지금, 이 순간에 죽어가는 사람부터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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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그것만이 해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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