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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의 재무장, 독배가 될 수 있는 이유
    유럽 최대 경제 강국인 독일의 재무장이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독일 총리가 독일의 재무장을 선언했으며, 독일의 국방비 지출이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를 달성할 수 있고, 향후 3.5% 정도까지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다른 유럽국들은 내심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독일이 재통일할 때, 러시아(그 당시에 구소련연방)는 독일의 육해공군을 합쳐서 37만 병력으로 제한하고, 핵무기의 보유 및 배치를 금지하는 것을 전제로 독일의 재통일을 승인했다. 당시에 동서독을 합치면 90만 병력이 있었는데, 이것은 러시아의 입장에서 분명히 제한할 필요가 있었다. 또 나치 정권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이를 금지할 필요도 분명히 있었다. 러시아의 이러한 조건은 한편으로 독일의 재무장을 금지함으로써, 러시아의 서쪽 지역에 대한 방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동유럽 지역을 완충지대로 활용하려는 것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거기에는 독일의 통일시 구동독지역에 미군의 배치로 인해 나토가 동진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나치 독일의 러시아 침공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았던 러시아는 확실한 안전장치가 요구되었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만 해도 독일의 재무장 금지선 준수는 독일이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긴밀하게 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그것은 독일이 전범국의 이미지를 벗어나서 유럽의 지도국으로서 위상을 높였음을 뜻한다. 독일은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북부지역, 크로아티아 북부지역, 폴란드 서부지역, 체코의 일부, 그리고 루마니아 일부 지역 등등에도 영향력이 있다. 이것은 독일이 언제든지 민족주의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유럽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의 재무장은 특히 러시아를 더욱 자극해서 동유럽에서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독일은 서로 분열되어 국력이 약해지면, 주변국들의 발호로 독일 영토가 전쟁터로 되어 버렸다. 이와 반대로, 독일이 통일되어 국력이 하나로 되었을 때, 주변국을 침략했지만, 결국 연합세력에 의해 스스로 붕괴했다. 독일의 이러한 모순은 사실 균형의 추를 잘 유지해야만 극복될 수 있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자면, 독일의 재무장은 이른바 세력균형을 깨뜨리는 것이다. 더 나아가 유럽 각국의 치열한 군비경쟁, 극우 민족주의의 득세, 동유럽에서 민족갈등의 재현 등등을 유발할 수 있다. 독일 총리가 재무장을 선언했지만, 실질적 재무장을 위해서는 현재 독일 연방군의 현대화를 위한 장비개선과 병력 충원 및 디지털 사이버 정보전의 취약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독일이 경제력으로 얼마든지 이것을 감당하기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독일 내부의 여론과 합의인데, 이것이 쉽지 않다. 독일이 유럽연합에 가장 많은 부담금을 내면서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독일의 재무장이라는 금기를 깨는 것에 대해 외부적 시각에서의 우려의 시선이 많다. 독일 총리에 관한 낮은 지지율도 독일의 실질적 재무장을 완료하기까지 이겨내야 할 난관이 많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독일의 재무장 카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리면서 정치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미국이 독일의 족쇄를 풀어주는 대가로 독일에게 유럽의 방위를 실질적으로 맡기고자 할 것이기 때문에, 독일은 미국에게 재무장을 받아내려고 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독일의 재무장이 어느 정도까지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독일의 재무장은 핵무기와 관련해서 자칫 러시아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은 북대서양 조약기구를 통해 전술핵을 핵무기 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그리고 튀르키예에 배치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 국가들에 미국이 핵무기를 배치해서 그 통제권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미국이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면, 이 프로그램을 지속시킬 것인지 아니면 폐기될 것인지가 논란이 될 것이다. 독일이 재무장을 할 경우에도 핵무장이 포함될 가능성은 아마도 낮을 것이다. 그 때문에 독일은 이 문제에 관한 한 프랑스에 협조를 구할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가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왜냐하면 프랑스가 독일의 재무장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일이 원하는 방식을 프랑스가 수용하기 위해서는 독일이 많은 양보를 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브렉시트 이후로 유럽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프랑스가 차후 이 문제에 관한 한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이슈가 될 것이다. 독일의 재무장은 이후에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러시아를 자극해서 오히려 유럽의 안보 전체가 위험하게 될 수 있다. 이것은 바로 역설이다. 독일이 러시아의 위협을 명분으로 재무장을 할 경우에, 물론 러시아의 위협에 맞설 국가가 독일 외에 없을 것이겠지만, 오히려 러시아와 협상을 하는 국가들도 출현하게 될 것이다. 특히 동유럽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유럽이 그동안에 보여주었던 평화를 유지하면서 전쟁의 위협을 줄이고, 국제분쟁에서 중재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이든 프랑스든 러시아를 적절하게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유럽은 현실적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스스로 걷어 차버리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의 재무장 문제는 단지 최근의 일만은 아니었다. 독일은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해 왔다. 거기에는 독일도 이제 전범국이라는 오명을 걷어내고, 유럽의 평화에 앞장설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더 나아가 독일이 충분히 피해국들에게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독일의 재무장은 미국이 유럽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국 포위망을 실행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이 유럽에서 일정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긴 하지만, 문제는 유럽이 스스로 복잡한 역학관계에 노출이 되어있는 유럽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여전히 존재한다. 지상군에 취약한 유럽이 미국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유럽을 이끌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사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단일대오로 나아가야 하겠지만, 서로의 경제적 편차가 너무 크고, 군비에서 방위분담금의 목표치를 얼마나 도달할 수 있는지도 문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독일의 재무장을 촉진하고, 더 나아가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군비경쟁을 강화하는 방식은 그 누구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은 유럽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으며, 이것은 유럽이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빠져들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그렇게 되면 유럽연합이 흔들리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너무나 뻔하다. 유럽은 이제라도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성격을 띠는 전쟁을 속히 종식 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독일의 재무장보다는 오히려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독일의 재무장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독일의 재무장이 러시아의 위협에 근거한 것이니까 이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실로 그럴듯한 명분일 수 있다. 이 속에는 다른 의도도 동시에 들어갈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거두어서는 안 된다. 또 현실적으로 그와 같은 합리적 의심은 무엇보다도 피해국의 입장에서 고려해 보아야 한다. 그것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독일의 재무장 선언은 정치적일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독일의 재무장 카드는 다른 한편으로 유럽 전체와의 관계설정에서도 고려되어야 한다. 거기에는 분명히 유럽이 독자적인 목소리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이것은 독일의 재무장이 승인되더라도 독일이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금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물론 세부적 사항은 이 경우에도 논의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위상도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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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va Topos
    202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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