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1(화)
  • 로그인
  • 회원가입
  • 지면보기
  • 전체기사보기
 
20240214215523_pvxkaeel.jpg
사진 : 아메리카 대륙 횡단철도의 개통식 그림, 사진출처 : ED VEBELL / GETTY IMAGES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뒷목 잡는 일이 상당히 많다. 정말 어이가 없고 이해도 안 되는 것은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과 환상이다. 미국하면 선진국이 뭐든지 최고라는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실제로 다니다보면 어떤 것은 한국, 일본보다 시스템이나 시설이 허접한 것도 많고 러시아만도 못한 것도 많다. 

 

특히 지하철이나 화장실은 한국, 일본보다 최고라고 생각할까? 미국 다녀오신 분들은 알겠지만 미국은 모든게 최상이나 최고는 아니다. 그걸 알면서도 추종하는 사람이 있지만 모르면서 추종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특히 미국의 대중교통은 세계 최고의 선진국 치고는 허접함으로 이름이 높다. 

 

이번에 오하이오 주 열차 탈선 사고를 관심 있게 보다가 그 시스템을 하나 하나 분해해 보았다. 현대 미국 철도는 화물 철도를 위주로 발달해 있고 여객 철도는 크게 쇠퇴해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 러시아처럼 철도 여행하기 쉽지 않은 이유이다. 여객 열차는 대부분의 노선에서 하루에 한 편도 보기 힘든 데 반해, 화물열차는 하루 수십 편 단위로 빈번하게 다니고, 한 편성에 화물을 100량씩 운송하는 마일 트레인 위주로 화물 철도를 운행하고 있다.

 

미국의 철도는 화물 운송 수단으로써 매우 중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긴 202,501km라는 총 연장 거리로 볼  때 미국 내수 운송의 40%를 차지할 정도이다. 또한 미국이 세계 초강대국이 될 수 있게 만들었던 원인은 물자 운송의 원동력인 철도가 그만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역사도, 철도의 발전과 이용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다. 이러한 미국 철도의 역사는 19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연히 증기 기관차가 주로 운행을 했다. 20세기 이전에는 기술의 한계로 시속 20km도 넘기는 열차를 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남북전쟁에서 북부가 촘촘한 철도망으로 보급을 수월히 하였기 때문에 남부에 서서히 우위를 점해 항복시킨 것은 유명하다. 전후에도 이 촘촘한 철도망으로 인해 미국 철도의 전성기가 시작된다. 서부 개척 시대도 철도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수운으로는 물자와 여객을 대량 수송하기에 장소의 제약이 많았다.
 
마차로는 그 많은 이민자나 화물을 수송하기 어렵고, 당시에는 자동차나 비행기는 없었기 때문에 그리하여 유일한 육상 교통 수단으로서 철도가 부설되기 시작했다. 이 때 중국인 이민자들이 공사 인부들로 많이 들어오면서 초창기 차이나타운이 만들어진 계기가 된다.


이 시기에 현재의 미국 철도 광역 간선망 노선은 거의 다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에 대한 일례로 1875년 매사추세츠 주에 위치한 약 7km가 넘는 길이의 장대 터널인 후삭(Hoosac) 터널을 뚫어 개통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철도는 미국이라는 통합성과 정체성을 만들었던 상징적인 의미였다. 

 

상용 항공 노선과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 시스템이 없었던 시대에 철도는 로키 산맥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뚫게 되면서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첫 교통로를 개척했다. 이처럼 대륙횡단철도는 주간 교류를 활성화 시키고 미국의 국력을 성장시키는 것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하지만 1920년대에 자동차가 발명되었고 중산층들을 대상으로 어느 정도 자동차들이 보급되면서 입지가 조금씩 줄어갔다. 그래도 장거리 수송에는 철도가 절대적이었지만, 1950년대에 전국적으로 고속도로가 뚫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요 도시 지역에 설치되어있던 노면 전차들이 대체 노선 없이 폐쇄되면서 철도는 점점 자동차에 밀리기 시작하였다. 

 

거기에다 1970년대부터는 항공운송의 발달로 인해 철도는 장거리 여객운송에서 쇠락한다. 철도가 여객 운송에서 우위를 점하는 거리는 500~600km 이하의 중단 거리 수송이었는데, 미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영토가 거대하다보니 그 만큼의 거리는 자동차에 밀리는 것 뿐 아니라 그 이상 거리는 비행기에 밀려 버리게 된 것이다. 


철도 외에도 다른 교통 수단이 없었던 업종 내 독점인 상황에서는 사설 철도들이 선순환을 일으켜 확장을 촉진했지만, 자동차와 항공기의 등장 이후에는 오히려 쇠퇴하는 상황이 되었다. 노선망의 규모로 볼 때 타국에 비해 압도적이지만 철도 회사들이 성능 향상을 위한 기술 투자나 고 규격 선로 건설을 꺼리게 되면서 인프라의 발전이 매우 부진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은 일본이나 영국처럼 간선 철도가 사설 철도인 곳이라면 늘 발견되는 현상이다. 그래서 인프라 정비만큼은 국가나 지방 정부에서 지원하거나 아예 이들이 직접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20세기 중반 이후로 연방 정부나 주 정부 등은 철도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거의 사라져 공동체 차원의 기반 투자가 매우 적은 편에 있다.

 

더불어 미국 철도는 전철화율이 매우 낮은편에 속한다. 여객 철도의 경우 북동 간선과 Keystone Corridor의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전철화된 간선이 없고, 화물 철도는 디젤 기관차 견인이 거의 대부분이라 화물 수송용 전기 기관차는 거의 없다고 한다. 전철화는 철길을 새로 놓는 것보다 더 큰 비용이 드는 대형 사업이다. 

 

민영 기업 입장에서 엄청난 크기의 미국 영토에 놓인 철도를 모두 전철화하려면 그 비용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전철화를 하지 못한 것이다. 여객 철도의 경우 사설 철도 회사 여객 영업을 연방 정부가 대신 맡아서 암트랙(Amtrak)으로 공사화 했다. 여객 노선을 국유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깔린 선로는 화물 철도를 운용하는 사철 소유로 계속 남겨 놓았다. 

 

그래서 잘 나가는 노선을 갑자기 폐쇄한다던가 폐선하는 경우가 많다. 이어 허리케인 등으로 인해 자연 재해 피해를 입었으나 복구된 이후에도 해당 구간은 계속 운휴가 된다던가 하는 등으로 인해 운영은 쉽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 운영되는 노선 또한 우선권 문제로 인해 여객 열차가 마일 트레인을 기다리느라 지연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미국에서의 철도 여행은 유라시아의 철도여행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있다. 이 때문에 폐선된 노선이 대단히 많다. 거기에다 개발이 별로 되지 않은 시골에서는 선로만 걷어낸 노반이 남아있는 것도 모자라 열차가 다니던 시절에 있던 역사가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한다.  

 

폐역 또한 매우 많은데, 폐선된 노선은 물론이고, 화물 열차만 다니게 된 노선을 보면 반드시 과거에 사용되었던 폐역을 발견할 수 있다. 그와 같이 열악하다보니 선로 관리가 제대로 될리 없고 매년 탈선 사고는 늘어만 간다. 

 

작년 미국 오하이오 주 탈선 사고는 우연히, 그리고 갑자기 생긴게 아니다. 열악한 현장에서 나타난 일종의 인재(人災)라고 볼 수 있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미국 철도에 관한 이야기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