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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에스키 이스탄불 카흐베하네(Eski İstanbul kahvehanesi) 사진출처 : Vikipedi (Wikipedia Turkish) 

커피는 주로 이슬람권에서 전파가 되었기 때문에 19세기까지만 해도 아라비카를 비롯하여 이슬람권의 커피가 유럽 커피의 주도권을 갖게 되었다. 현대 카페의 원형이자 커피 하우스는 카흐베하네(Kahvehane)로 이 카페는 중동을 중심으로 퍼졌는데, 유럽에선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수도인 이스탄불에 처음 생겼다고 한다. 

 

1554년 시리아계 아르메니아인인 하킴과 샴스가 개업하였다. 카흐베하네는 터키어로 커피를 뜻하는 단어인 카흐베(Kahve)와 페르시아어로 집을 뜻하는 하네(Hane)의 합성어로 나타난다. 참고로 현대 터키어에 의하면 "커피가게"라는 뜻의 카흐베치(Kahveci) 혹은 책 읽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크라앗하네(Kıraathane)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는데 카흐베치와 크라앗하네를 찾은 사람들은 커피보단 차를 더 자주 마신다는 점에 있다. 

 

터키어로 아침식사를 뜻하는 카흐발트(Kahvaltı)도 원래는 커피를 마시기 전에 가벼운 식사를 하는 것에서 유래된 단어이지만 지금은 여전히 아침식사를 카흐발트라 하면서도 커피 대신 차를 마시고 있는 것이 터키의 전통이다.

 

카흐베하네는 17세기 무렵부터 이스탄불에서 보편화되었는데, 늘어나는 카흐베하네에 대해 투르크 시민들의 불만이 생겨났다. 1611년에는 이집트의 총독이 카흐베하네에서 반 정부적인 언동이 많다고하여 커피 판매와 더불어 카흐베하네를 금지시켰다가 커피를 좋아하던 술탄 아흐메트 2세의 분노를 사서 총독에서 추방된 사건도 있었다. 
 
특히 17세기 오스만투르크 제국에서는 특권 계급인 예니체리와 황태후 등의 하렘 출신의 여인들이 무능한 술탄을 대신하여 정국을 주도했다. 이들과 결탁하여 사치와 부패를 이어가던 세력이 바로 커피의 확산을 주도한 이슬람 수피들이었다. 카흐베하네는 이러한 수피들의 거점이었다. 
 
동시에 예니체리의 군대 이외의 개인사업으로써 그들의 고(高) 수익원이었다. 당시 이스탄불의 카흐베하네는 대부분 예니체리들이 상권을 쥐고 있었고 그들의 수중에 있었다. 따라서 기강이 해이해지는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개혁을 요구하고 쇄신을 노리는 이슬람 원리주의 계통인 카디자델리(Kadizadeli)파가 출현했다. 


카디자델리파는 커피와 커피문화, 카흐베하네를 매우 혐오했다. 이들에게 있어 커피와 커피문화는 악마의 음료와 문화였고 카흐베하네는 악마들과 이교도들의 집합소로 여겼다. 그들은 술탄 무라트 4세가 등극했을 때 집권 세력이 되었다. 무라트 4세는 지독한 원리주의자였다. 

 

무라트 4세가 친정하며 실권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해 1633년에는 오스만투르크 제국 내에서 1차 커피 금지령을 내리며 카흐베하네에 대한 탄압을 시작했다. 그러나 무라트 4세 본인은 커피 자체는 매우 좋아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카흐베하네에서 벌어지는 지식인들이 세속적인 정치에 대한 담론과 비난은 매우 싫어했다. 

 

무라트 4세가 지독한 원리주의자였지만 그렇다고 카디자델리파와는 달리 커피는 악마의 음료로 여길 정도로 싫어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가혹한 금주령, 금연령으로 유명했던 무라트 4세는 커피에 대해서도 지식인들에 대한 탄압을 적용해 약 3만여 명이 처형되었다고도 한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인해 무라트 4세 사후에 즉위한 술탄 이브라힘은 예니체리에 의해 폐위되었다. 


뒤이어 옹립된 메흐메트 4세의 시대에는 1651년 태후 쾨셈이 암살되었고 카디자델리파를 후원하던 쾨프륄뤼 가문(Köprülü ailesi)의 섭정이 시작되며 카흐베하네에 대한 탄압이 재개되었다. 1656년에 지정된 제2차 커피 금지령을 통해 쾨프륄뤼 가문(Köprülü ailesi)은 정적들을 제거하며 무소불위의 권위를 누렸다. 

 

쾨프륄뤼 가문(Köprülü ailesi)은 17세기 후반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명문가로 쾨프룰루나 쾨프뤼뤼 등으로도 불린다. 쾨프륄뤼 가문은 본래 알바니아계로 가문 이름은 이 가문의 본관인 알바니아 지방의 '퀴프릴리우(Qyprilliu)' 마을에서 유래되었다. 지금은 북마케도니아 중부에 위치해 있으며 '벨레스(Veles)'라고 불리고 있다. 

 

황권이 막강해 귀족 가문이 그다지 득세하지 못했던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기에 무려 6명의 대재상인 사드라잠(Sadrazam)을 배출했다. 제국 역사상 가장 두드러지는 가문이라 할 수 있다. 비록 1차 커피 금지령과는 달리 규제가 완화되긴 했지만 정치적인 이용은 극대화된 경우였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마르세유 등지에서 커피가 보급되는 동안 실로 위대한 세기를 맞이한 프랑스 왕실과 파리는 커피의 유행에서 약간 비켜져 있었다. 비록 스페인을 통해 1615년 코코아와 네덜란드를 통해 1636년에 홍차가 보급되어 파리에서 대유행을 탔지만 커피는 아직 유행하기 전이었다. 

 

그러던 1669년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계획하던 오스만투르크 술탄 메흐메트 4세는 측근인 뮈테페리카 쉴레이만 아아(Müteferrika Süleyman ağa)를 파리에 보내 루이 14세에게 술탄의 친서를 전달했다. 쉴레이만 아아는 파리에 집을 빌려 터키식으로 꾸미게 된다. 그리고 방문자들에게 커피를 아낌없이 대접했다. 

 

이는 엄청난 인기로 이어져 신분 차이을 막론하고 파리 시민들이 쉴레이만의 임시 거처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쉴레이만이 베르사유 궁전에서 접대를 받을 때에 루이 14세가 환영식의 소감을 묻자 터키 황궁이 훨씬 호화롭다 답했다. 이때 루이 14세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결국 쉴레이만이 전권대사가 아닌 일개 사절에 불과함을 파악한 루이 14세는 그에게 귀국을 명하고 오스트리아-투르크 전쟁 때는 중립을 지키게 된다. 


비록 쉴레이만 아아는 당초의 목적인 프랑스와의 동맹 강화에는 실패했지만 커피와 투르크리, 즉 터키 문화에 대한 강한 인상을 프랑스에 남겼다. 사실 루이 14세도 커피를 즐겼기 때문에 커피콩 선물 자체는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14년 후 오스트리아-투르크 전쟁에 나선 오스만투르크 제국은 오스트리아 동맹군의 한 축으로 합류한 폴란드-리투아니아의 정예 기병 부대인 윙드 후사르(Winged Hussar)의 활약으로 인해 대패했다. 

 

투르크 군의 대부분은 보급품을 놓고 황급히 후퇴했는데, 그 중에는 대량의 커피 포대도 있었다. 이 때 폴란드-리투아니아 군과, 신성로마제국의 군대, 오스트리아 군은 전리품인 커피콩을 두고 쟁탈전을 벌였다. 이에 대한 쟁탈전으로 인해 사망자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그만큼 커피 원두를 구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결국 커피콩은 공방전 도중 터키군으로 변장해 내부와 폴란드 원군 측에 소식을 전달한 폴란드 출신의 병사 콜시츠키에게 상당 부분 돌아가게 된다. 콜시츠키는 비엔나에 '파란 병 아래 집'이라는 카페를 열었다. 

 

이미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에는 1665년 비엔나에 당도한 오스만투르크 사절에 의해 커피가 전해졌다. 공방전이 벌어지기 4년 전인 1685년에 이미 아르메니아인 요하네스 디오다트가 비엔나에 카페를 열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최초로 초승달 모양의 빵이 만들어져 판매하게 되는데 이 빵이 바로 크로와상(Croissant)이다. 

 

크로와상에 대한 기원설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오스만투르크 제국을 상징하는 초승달 문양의 빵을 만들어 투르크에 승리하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먹었다는 설이 있다. 또 오스만투르크 제국, 터키에서 만든 빵이 역수입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2차 비엔나 공성전 당시 제빵사가 오스만투르크 제국 군이 땅굴을 파서 오는 걸 알아채고 서둘러 왕에게 보고했다는데 유래도 있다. 이를 막아내 제빵사가 자신의 업적을 이어가기 위해 빵에 오스만투르크의 문장인 초승달 모양을 담아 빵을 구웠다는 설 등이 존재했다. 

 

유럽인들은 이 때부터 오늘날까지도 크로와상을 먹으며 오스만투르크를 격파했던 당시의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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