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7(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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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태국 정부, 2022년 6월 초, 마리화나 합법화 선언 관련 사진, 사진출처 : Алексей Зён 페이스북

 

태국 정부는 2022년 6월 초 의료용 마리화나 재배와 소비를 합법화했다. 그리고 대마 관련 범죄로 적발될 때 장기간 징역형 또는 사형까지 선고했던 과거의 강경한 태도에서 완전히 돌변했다. 마리화나가 합법화 한 사건을 두고 몇 가지 해외 기자들의 취재 기사들을 읽은 바 있다. 

 

특히 조나단 헤드 BBC 동남아시아 특파원은 21년 전 태국 방콕 인근 방쾅교도소에 초대받았다고 한다. 마약 사범이었던 5명의 사형수들이 총살로 처형되는 집행 과정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였다. 당시 5명 중 4명이 마약 밀매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사형 당일 발에 채워진 쇠사슬을 끌고 사형이 집행될 건물로 걸어가는 죄수들을 취재했었다. 

 

이들 마약 사범들의 처형은 당시 탁신 친나왓 태국 총리가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의 일부였다. 이러한 "마약과의 전쟁"으로 인해 마약 사범 수백 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와 같은 탁신 총리의 마약에 관한 강경책은 대중들의 인기를 끌었다. 당시 메스 암페타민이라 불리는 필로폰과 같은 마약이 지역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서 태국 사회는 이들에 대한 폭력적인 진압 등 범죄자들의 인권 유린을 외면하고 이와 같은 강력한 법 집행을 환호했다. 
 
물론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태국의 이와 같은 강력한 마약 정책을 따라 마약 사범에 대해 강한 철퇴를 휘둘었다. 지난 2016년 집권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이 마약 사범에 대한 강력한 소탕전의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게다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이미 수십 년간 마약 밀매 등에 사형을 선고하는 등 엄정한 대처를 이어오고 있다. 
 
이와 같이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오랫동안 소량의 마리화나라도 소지하다 적발될 시에는 무거운 처벌을 받았었다. 이러한 배경을 가졌던 태국이었다. 이에 지난해 6월 태국 정부가 대마를 합법화했다는 보도를 접하며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제 태국 거리의 카페와 노점에서는 모든 종류의 마리화나 제품을 공개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 옆에서는 강력한 향기를 내뿜는 양귀비 꽃으로 가득 찬 병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법 개정을 이끌었던 아누틴 차른비라쿨 태국 공중보건부 장관은 직접 나서서 대마가 가미된 카레 요리를 직접 시식하기도 했다. 

 

차른비라쿨 장관에겐 이번에 합법화된 대마 재배로 인해 새로운 수입 창출을 꿈꾸는 농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제 대마에 관한 한 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국가가 될지도 모른다. 태국의 할머니들은 초록빛 마리화나 음료를 마셔보며 즐거워했다.

 

마리화나 재배를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무료로 나눠주는 양귀비 묘목 100만 그루를 받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이번에 새로 개정된 대마 관련 법을 계기로 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마리화나에 관대한 국가가 된 것처럼 보인다. 비록 마케팅 및 판매와 관련해 몇 가지 제한 사항이 있긴 하지만, 이제 마리화나를 원하는 만큼 재배하고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법 개정 촉진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말하길 이제 더 이상 태국에서는 대마초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이유로 투옥될 수는 있다. 일반 대중에게 해를 주는 불법 행위인 공중 장소에서의 마리화나 흡연이나 식품 의약 안전청이 승인하지 않은 마리화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행위 등은 여전히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이제 태국은 대마초를 재배하거나 사용한다고 해서 처벌하지 않는 전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미국에서 의료용 마리화나의 효과를 경험한 이후 태국의 마리화나 합법화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한 태국의 일부 청년들은 정부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사망하는 가운데 고통을 덜기 위해 마리화나 사용을 허가해 달라고 태국 정부에게 건의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게다가 당시 불법이었던 마리화나를 구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러한 이유로 의학적인 부분에 한해서 마리화나 사용이 자유화되었다는 것에서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전히 보수적인 군부가 이끄는 국가 태국에서 일어난 이 극적인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선 정치적인 부분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차른비라쿨 장관은 지난 2019년 선거에서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태국 젊은층들의 표를 확보하는 것에 주력했다. 

 

이 마리화나 합법화 공약은 당의 지지 기반인 태국의 빈곤층 및 북동부 농촌 지역 주민들,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당시 쌀과 설탕 재배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농민들이었기에 새로운 수입원이 필요하던 상황이었다. 또 젊은 청년들은 새로운 일탈을 꿈꾸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자유를 갈망했던 차였다. 

 

그리고 마침내 마리화나 합법화를 이루어 낸 차른비라쿨 장관은 6월 초 정치적 근거지인 태국 북동부 부리람 주(州)에서 새로운 마리화나 관련 법안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에게 환호하는 시민들 앞에서 약속을 지켰다고 선포한 것이다. 차른비라쿨 장관은 이번 합법화로 인해 의료적 혜택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값이 비싼 서구 의약품을 구입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태국 빈민층이 대마를 재배해 의료적 효과를 누리길 바란다는 것이다. 한편 또 다른 이유로 경제적인 요인을 들 수 있다. 태국은 첫 3년간 마리화나 관련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이 약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뿐만 아니라 특히 마리화나 추출물을 이용한 의료 관광산업을 통해서도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국 경제부는 대마초를 이용한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최초의 클리닉을 방콕에 개업했다. 이미 일부 태국 내 대기업은 마리화나로 거액을 벌어들일 방법을 모색 중에 있다. 

 

신속히 법을 고치고 완전한 자유화를 허용하면서 태국 정부는 혹시라도 이웃 국가들이 이후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더라도 이들보다 먼저 대마 시장을 선점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법안을 둘러싼 배경에는 3번째 요인이 있다. 이 요인은 군부 쿠데타 세력이 집권하면서 그들의 비호를 받았다는 것인데 쿠데타 세력이 집권한 7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마약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재고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허용된 이래 많은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마 과다 흡입으로 50대 한 명이 숨지고 치료를 받는 청소년까지 발생했다. 이제 태국 정부는 대마초 사용과 관련해 추가적인 규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태국 정부는 공식적으론 기호용이 아닌 의료용으로만 대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입장이지만, 어떻게 이 차이점을 구분해 법을 적용할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이제 어디서나 대마초를 만나볼 수 있다. 아이스크림에도, 태국의 전통 요리에도, 스무디에도 대마초가 있다. 심지어 마리화나를 먹여 키운 닭고기를 파는 상인도 등장했다. 그에 따라 허가된 판매상에게만 마리화나를 받아 판매해야 하며, 처방전이 있어야 판매할 수 있고, 18세 미만 청소년에겐 판매하지 않아야 한다. 

 

이번 마리화나의 합법화는 태국 정부의 평소답지 않은 과감한 행보이다.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태국 정부가 마리화나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통한 그 동안의 부작용을 고쳐나갈 것인지 등에 대해 동남아시아 이웃 국가들 또한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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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정부, 의료용 마리화나 재배 및 소비 합법화와 그에 따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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