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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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시리아 국경과 인접한 터키 남동부 가지안테프와 중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지역에서 현지시간으로 새벽 4시 17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24분 터키 카흐라만마라슈 북북동쪽 59㎞ 지점에서 규모 7.5의 여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0㎞다. 

 

이 날 지진으로 최소 2834개의 건물이 파괴됐고, 카흐라만마라슈 지방을 중심으로 120 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현재도 속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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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İtalyan Ulusal Jeofizik ve Volkanoloji Enstitüsü, deprem ile ilgili haritayı paylaştı.[/caption] 출처 : https://www.sozcu.com.tr/italyan-bilim-insani-turkiyede-depremi-degerlendirdi-yer-3-metre-hareket-etti-wp7581744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터키 가지안테프 지역은 아라비아판과 아나톨리아판, 그리고 아프리카판 등 3개의 지각판이 만나는 곳으로 터키의 서부 지역의 해안지대와 달리 그닥 지진 빈도가 많지 않은 지역이었다. 대개 터키의 지진은 에게 해 해안지역과 그리스 지역이 걸쳐 있는, 지중해판과 아나톨리아판, 발칸-유럽판이 서로 충돌하는 지질학적으로 지진의 핫스팟이나 마찬가지인 곳이었고 이 해안가에서 지진의 빈도수가 높았었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 2020년 10월 30일에 이즈미르에서 진도 7.0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11월 4일까지 1,713차례 이상 여진이 발생하여 아나톨리아판을 깨웠으며 점점 진앙지가 서쪽으로 향해오면서 가지안테프 지역에 대규모 충돌을 일으켰다는 것이 현지 지질학자의 견해이다. 

 

그러나 의심스러운 정황은 진앙지가 서쪽으로 향해 왔을 때 안탈리아 동부 지역 해안가에는 그다지 많은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고 특별한 지각 활동이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하튼 이번 지진의 원인을 더 조사해보면 알겠지만 정황상 여러 추측과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터키의 본토인 아나톨리아의 경우, 카프카스판과 아라비아판, 지중해판들 연결되어 있고 이 중에서 지중해판에서 상당한 충돌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아나톨리아판의 데미지도 상당해 예로부터 유독 지진 피해가 심한 지역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번 지진이 일어난 가지안테프 지역은 터키 영토를 구성하는 4개의 판 중 유라시아판을 제외하고 아나톨리아판, 아프리카판, 아라비아판 3개가 겹치는 곳이라 언제든지 지진이 발생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지만 최근의 지진은 서부 해안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이 지역에서의 지진은 서부 해안에 비해 많은 집중을 받지 못했었다. 

 

이와 같이 지질학적으로 여러 판의 중점이 되는 다른 지역으로 유명한 국가는 일본으로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태평양판, 북아메리카판이 만나고 특히 후지산은 이 중 태평양판을 제외한 3개 판의 중심에 있어 늘 위험신호가 감지되는 곳이다. 이와 같이 가지안테프 지역은 3개의 판이 충돌하는 중점에 위치한 삼합점(Triple Junction) 지역이라 볼 수 있다. 


사실 아나톨리아판 단층선으로 인해 가지안테프 시가 발전하게 된 것은 아주 오랜 옛날인 선사 시대부터 이루어질 수 있었다. 아나톨리아 단층선이 있는 곳은 가자안테프에서 샨리우르파로 넘어가는 오스마니예 지역이 대표적이고 해당 지역은 샨리우르파 지역의 대규모 단층 지역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곳들은 수많은 천연 광맥들이 존재하는데, 샨리우르파 지역에는 공작석 또한 다량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단층을 타고 수많은 고대 유적들이 탄생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괴베클리 테페이다. 더불어 고대 아나톨리아의 청동기 문명이 발전한 이유는 이 지역들에서 채굴되는 공작석을 녹여 구리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었고, 이곳과 인접해 있는 미노스 문명의 경우, 북아프리카 전역에 그 구리를 팔아서 이익을 챙기는 해상 무역으로 번영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판과 단층이 겹치는 곳에 위치한다는 것은 천연자원의 혜택과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위험에 매우 크게 노출되어 있는 악재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했다. 더불어 2023년 가지안테프 지진 역시 이러한 이유로 발생했던 것으로 현재까지는 보고 있다.


그러나 지진 전문가들도 이와 같이 강력하게 발생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다른 지진과는 달리 동시다발적으로 피해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동안 지진의 위험은 있었지만 이 정도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동부 아나톨리아 단층에서 처음 발생한 대형 지진이라는 것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동부 아나톨리아의 단층은 대표적인 주향이동단층(Strike-slip fault)이다. 주향이동단층은 단층의 상반과 하반이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단층으로 상하 역단층으로 전개되는 변환단층(Transform fault)과는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 같은 규모의 지진일지라도 단층이 수직으로 이동하는 역단층이나 정단층일 경우 피해가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영국의 행성 지구과학자 데이비드 로서리(David Losery)의 견해에 의하면 "지면의 흔들림은 같은 규모의 진앙이 더 깊은 지진보다 심했을 것"이라 로이터 통신에 밝히기도 했다. 이어 진원 깊이가 비교적 얕았다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호주 커틴대학교 지구 및 행성 과학 대학의 크리스 엘더스(Chris Elders) 교수가 밝힌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18㎞는 매우 깊게 들리겠지만, 지진에 의해 방출된 에너지는 지각 깊숙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강도로 표면에 아주 가깝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의 지질연구원 로저 머슨(Roger Musson)은 동부 아나톨리아 단층은 200년 이상 진도 7의 지진이 없었고 이는 사람들이 지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하였다. 머슨 박사는 이번 지진을 1822년 8월 13일에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4의 지진을 두고 시간차를 비교했다. 

 

당시 이 지진으로 약 2만 명이 사망했는데 마지막으로 발생한 대지진 이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양의 에너지가 축적됐을 수 있다고 했다. 여진이 계속되며 인명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우려도 있다. 머슨 박사는 해당 여진의 경우, 이웃 단층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지진이 한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1822년에 발생했던 지진 당시에도 여진은 1823년까지 계속되었으며 이와 같은 데이터를 근거로 예상했던 것이다. 

 

큰 단층선을 따라 약 100~200㎞ 떨어진 곳에서도 여진이 발생했기에 이번 지진의 여파는 이웃 국가인 이란과 지중해판과 발칸-유럽판이 만나는 에게 해 해안 지역도 충격파가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제는 앞으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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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터키 동남부 지역 지진, 아나톨리아판 단층선과 지진대와 관련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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