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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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래틀리 군도는 남중국해 남쪽 해역에 위치한 약 70여 개의 암초로 이루어진 섬이다. 이 수많은 암초들을 두고 중국과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이 각자 나누어 차지하고 있고, 브루나이까지 포함해 6개 정권이 더 많은 섬이 자신의 영토라고 다투고 있을 정도로 동남아시아 최대 영토 분쟁의 소산이다. 

 

가장 큰 뜨거운 감자는 중국과 베트남이 차지하고 있는 스프래틀리 섬인데 베트남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지역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암초는 동북아시아 국가들과 필리핀 루손 섬으로 향하는 남중국해의 핵심 항로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고 중국 입장에서는 일대일로의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해상일로를 확보하기 위해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다. 이곳이 막히면 중국의 해상일로 정책은 육상일대 정책으로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중국은 파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암초를 중국이 쥐고 놓지 않는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이 지역은 대륙붕 지형으로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면 막대한 돈이 되는 곳이 되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이 스프래틀리 암초는 지정학적 요충지와 막대한 자원을 획득할 중요한 곳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입장으로 볼 때 이곳의 천연자원은 부차적인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일대일로 중 해상일로의 항로 확보 및 이를 안정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 확보에 있다. 

 

그래서 중국은 이곳 암초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있다. 2013년 존슨 남 산호초(Johnson South Reef)에 인공 섬 구조물을 건설했으며 2014년에도 매립 작업이 이어지고 있어 이미 0.1㎢ 정도 매립한 상태다. 또한 피어리 크로스 암초에도 대규모로 매립하여 인공 섬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현재 중국이 이런 방식으로 매립한 섬의 면적은 약 13.5㎢나 되는데, 스프래틀리 군도의 자연 면적, 섬들을 다 합쳐도 2km2도 안 되는 지역의 약 7배에 달하는 수치다.


스프래틀리 섬은 베트남의 입장에서도 해상 최대 요충지이다. 원래 작은 암초에서 베트남이 Su-30 전투기가 착륙할 수 있는 작은 활주로를 건설한 이후, 중국의 끊임없는 견제에 대응하고자 2016년 대규모 매립을 거쳐 공군 레이더 기지, 해군 정박 기지도 완공했다. 이와 같은 매립으로 인해 전장 600m의 섬이 1,400m에 이르고 있으며 일부 지대의 해수면도 최대 5m로 높여서 이 군도에서 베트남이 점유하는 최대의 섬이 되었다.

 

가장 큰 섬은 대만이 현재 영유 중에 있는 이투 아바(Itu Aba) 섬인데, 면적이 46헥타르이고, 두 번째로 큰 섬은 필리핀이 영유 중인 티투(Thitu) 섬으로 37.2헥타르이다. 이 두 섬을 포함해 10헥타르 이상의 섬은 고작 5개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헥타르로 표기할 경우 0이 나오는 수준의 암초가 대부분으로 사람조차 서 있기 어려운 곳들이다. 스트래틀리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섬은 거의 없다. 이 군도는 육지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으며, 면적이 매우 좁아 농경이 어려운 상태이며, 태풍까지 자주 통과하여 사람의 영구 거주가 거의 불가능한 곳이다.


이 군도의 가장 높은 곳은 해발 4m로, 이 지역도 높은 파도가 몰아치면 휩쓸려 나갈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까지 나와 조업 중에 있던 어민들이 임시 어업기지 겸 정박지 정도로 쓰는 정도다. 최대 자연 지형물인 이투 아바마저도 섬이 아닌 밀물 시 수면 위에 떠 있는 암초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에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스프래틀리 군도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군도 전체를 암초로 규정했다.

 

그러나 스트래틀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정학적으로 남중국해의 핵심 항로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미국과 대만, 일본 등이 중국과 전쟁에 준하는 대립을 하거나 베트남이 중국과 최악의 대립을 벌일 경우, 중국이 자신들의 근해와 스프래틀리 군도 일대를 봉쇄해 버리면, 유럽 지역에서 한국이나 일본, 대만으로 향하는 선박은 기존의 항로가 아니라 인도네시아 외곽과 호주 외곽을 우회하여 통과해야 하는데, 이 경우 운송량의 30%는 영향을 받게 된다. 

 

호주 외곽이라도 우회한다면 운송시간이 15일은 더 늘어나며 동북아시아 최대의 해상 물류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프래틀리 제도를 두고 베트남과 중국의 영토분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는 볼 때 스프래틀리는 베트남과 가깝다. 거리로 따지고 보면 베트남보다 오히려 필리핀이 더 가깝지만 역사적으로 필리핀이 이곳에서 활동했다는 기록과 근거가 없다. 물론 정황적으로 볼 때, 루손 섬과 가깝기에 활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일 뿐이다. 기록상 베트남 남부 참파 왕국의 어부들이 이 주변 해역에서 어업 활동을 했다고 한다. 중국은 고대 진(秦)나라 시기 이 주변에서 어업 활동을 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이후 원(元)나라 시기에 원나라의 영토에 포함되었고 명(明)나라와 청(淸)나라 시기에도 영토에 포함되었으나 지도에만 나오고 관리된 적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후 유럽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19세기 후반으로 동남아시아의 중심 해역에 암초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당시의 함선 사정으로 볼 때 매우 심각한 문제였고, 이를 조사하던 스프래틀리 형제의 이름을 따서 스프래틀리 군도라는 명칭이 생겨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1933년 프랑스가 식민 지배하고 있던 인도차이나의 영토에 스프래틀리 군도를 포함시켰으며,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이 점령하여 일본령 대만의 일부로 편입시켰다. 


그러나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한 이후 1947년 중화민국 정부가 점령하였으나 국공내전으로 인해 방치되었다가 1950년대 중반부터 주변 각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수비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공내전을 이용하여 베트남이 대부분 석권하였다. 여기에 팔라완 섬을 기점으로 이들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필리핀과, 보르네오 섬 북안을 차지하고 있어서 군도의 남쪽 섬과 암초들을 쉽게 차지할 수 있었던 말레이시아도 각자의 영토를 확장했다. 

 

이후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중국이 다시 들어와 베트남 군을 몰아내고 이 군도들을 상당수 접수했다. 베트남은 종전 직후 이 지역에 군대를 파견하여 영유권을 강화했으며 이 과정으로 인해 스프래틀리 군도보다 북쪽에 있는 파라셀 군도에서 중국군과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지금도 주변국들이 군대를 파병하여 대치 중이며, 간혹 군사적 위기가 발생하곤 하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화약고 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제 이 스프래틀리 군도는 앞으로 더 중요한 지정학적 요충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이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물류가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이 군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태위태한 양안 문제, 이어 서방 및 동구권 국가들과 교역에 매진했던 러시아가 동방 진출 및 교역 강화를 선언하면서 중앙아시아와 동북아시아에 러시아의 본격적인 영향력 확대가 예상되면서 스프래틀리는 더욱 중요한 요충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한 러시아 선박이 동해와 대한해협을 통과해 동남아시아로 나가는데 있어 스프래틀리를 통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롄을 러시아가 공동 항구로 사용한다면 러시아 무역선들이 앞으로 자주 보일 것은 뻔한 일이다. 그 항로를 잡기 위해 러시아도 이 분쟁에 끼어들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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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의 뜨거운 감자, 베트남과 중국의 스프래틀리 군도 영유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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