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2(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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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1919년 3.1 운동 기록화, 사진출처 : 뉴욕 한국문화원,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특별전", 3.1만세운동, 서세옥(Suh Se-ok), 1986년, 한지에 수묵 채색. 776.6 x 127.2 inch.

 

필자는 역사학자로써 수많은 나라의 독립 기록들을 보고 연구한 사람이다. 그것이 고대가 되었던 중세가 되었던 근현대가 되었던 마찬가지다. 특히 구소련의 14개 국가와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속해 있는 독립국가연합의 동구권, 몽골 등의 국가들이 어떻게 독립했는지, 체첸이나, 쿠르드, 팔레스타인, 후티 같은 종족들이 왜 독립에 실패했고 혹은 미승인 국가로 남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인도권 국가들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독립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역사학자로써 그 분야의 연구는 현재 그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진단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나는 그 안에서 독립을 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과 헌신들이 독립의 근원이 되었음을 알고 민족 자결권에 의한 자유와 독립을 얼마나 열망했으며 그 독립을 자랑스러워함을 잘 알고 있다. 그로 인한 희생과 헌신은 매우 고귀한 것이며 남의 나라 국민들이지만 그 숭고한 기록들을 읽고 내심 그 민족들을 존경한 적도 있다. 

 

그만큼 한 나라에 정복되었다가 독립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 안에, 무력투쟁, 비폭력, 다른 강대국과의 외교적인 행위 등등 많은 노력들이 수록되어 있다. 나는 그 어떤 독립운동의 행위든 그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가 한창일 때, 나는 터키 동남부 지역을 답사하고 있었다. 특히 디야르바크르에서는 많은 수의 쿠르드족을 만났다. 

 

이들은 독립하고 싶어했지만 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 독립을 희망하는 지역은 다른 중동 국가들과의 이해까지 같이 걸려 있는 곳이었다. 즉, 석유 매장량이 중동에서 2위를 다투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쿠르드족을 독립에 대한 지원을 해주고 독립시켜주겠다고 약속까지 해놓고 여태까지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즉,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나, 현 시리아 정부, 러시아 등과 싸우는데 이용만 하고 이후에는 철저히 버렸기 때문에 이들은 여전히 독립을 못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서방은 쿠르드를 독립이라는 명제로 또 다시 이용하려 할 것이다. 


나는 사실 쿠르드족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애처롭다는 느낌이 있다. 독립을 위해 100여 년 넘게 싸워왔는데 결국 3대에 걸쳐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편에 서기도 했고 서방과 미국의 편에 서기도 했으며 온건하게 터키와 시리아에 다가서서 협상하기도 했다. 그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독립은커녕 생존권을 보장도 못 받고 있다. 국제 관계, 국제 정치는 그처럼 냉혹한 것이다.

 

 한국인처럼 선악구도로 침략받고 공격받는자가 불쌍하다며 눈물 흘려주는 나라는 없다. 자기 국가와 국민이 우선이라, 철저히 이해득실에 의한 계산들이 존재할 뿐이다. 지구상에서 힘 없는 나라는 힘 있는 국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연명해야 그나마 콩고물이라도 받아 먹을 수 있는 약육강식의 세계, 그것이 국제 관계와 정치, 지정학의 본질이다. 문제는 그걸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한국인들을 나와 비슷한 견해를 갖는 사람들, 그 소수를 제외하고 만나본 적이 없다. 국제 관계와 정치, 지정학적 판단과 결론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피부로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게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혹자는 대한민국의 독립이 외세에 의해서만 이루어졌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원폭 두 방으로 미국이나 소련에 의해 우리가 독립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것이 역사고 팩트다. 이 독립에 대해서 우리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그러나 숱한 국가들의 독립에 대한 과정을 지켜본 나는 우리의 독립운동이 의미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폭력 3.1운동이나 6.10 만세운동이든, 독립군들의 게릴라식 무장투쟁이든, 상해임시정부와 의열단 등의 활약은 훗날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든, 독립하려는 강한 의지의 표출이다. 

 

미국에서는 이승만, 상해임정 등의 외교적 노력과 그 외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확고한 독립의 의지가 쌓이고 쌓여 미국이나 소련 측의 검토가 이루어지고 그러한 것들이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것이다. 가브릴로 프란치스의 총알 한 방이 세계대전을 불러왔지만 유고슬라비아의 독립과 통합, 티토 정부를 이끌어 낸 것, 그리고 프랑스 망명정부와 폴란드 망명정부의 나치 독일과의 게릴라적 투쟁, 호치민의 외교술과 디엔비엔푸의 승리 등이 각각의 독립을 이끌어 냈듯이 우리도 그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인 것이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원폭 두 발로 일본으로부터 독립시키주는 게 가능했을까? 독립을 하고자 하는 다양한 의지들이 쌓여 있었고 이를 검토한 것은 미국이다. 그리고 그 보증은 장개석의 중화민국이 서주기도 했다. 여러 노력들이 있었기에 광복과 더불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가능했던 것이다. 우선 항일투쟁이나 독립운동이라는 것에 있어 이를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그나마 우리는 그런 의지들이 반영이 되고 훌륭한 분들이 많았기에 대한민국 여권으로 189개국을 무비자로 돌아다니며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었지만 수많은 각고의 희생과 노력에도 국제사회에 인정을 못받아 지금도 미승인국, 혹은 독립을 못하고 디아스포라 민족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는가? 


많은 보수우파들이 독립운동에 대한 평가절하에 나서고 있지만 이승만 대통령 또한 독립운동가였고 일본을 지독히 싫어하신 분이었다. 오죽하면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예선에서 일본과 맞붙는 홈 & 어웨이 방식, 일본 축구단이 한국에 발도 못 붙이게 강력히 반발하셨을까? 독립운동을 평가절하한다면 이승만 대통령의 독립운동도 함께 평가절하 되는건데 건국절 주장하시며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로 추앙하는 자들은 이런 생각도 하면서 평가절하 하는 것일까? 


근현대사에 있어 수많은 나라들이 서구열강의 지배에 벗어나기 위해 독립투쟁을 했다. 그 사이에 한국처럼 이데올로기에 빠져 좌편향 독립투쟁으로 빠지는 자들도 있고 민족주의 우편향 독립투쟁을 하는 자들도 있었다. 결국 그런 상황에서 국가 간 내전을 벌이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의 경우, 무식하고 못 배운 사람들이 많았다. 한글과 한문 몇 자 겨우 깨친 홍범도 장군도 마찬가지고 제2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손에 꼽았다. 

 

이들에게 있어 사상이 무엇인인지, 공산주의나 민주주의가 뭔지 알았겠는가? 독립운동 하신 분들 중, 대학 나온 인물이 몇이나 될까? 그 극소수인 분들은 공산주의 패악을 알았지만 그 외의 분들은 공산주의라는 것 자체가 뭔지나 알았을까? 역사는 그 시대에 무엇이든 눈높이를 맞춰서 봐야한다. 인터넷이라곤 전무한 시절, 우파 분들이 학교 다닐 돈도 없는 가난한 상태, 그리고 조선 민씨 일가 같은 자들에게 수탈만 당하고 있던 상태에서 누군가가 내려와 공산주의가 뭔지 설득한다는 안 넘어갈 자신이 있을까? 절대로 그 부분은 속단할 수 없을 것이다. 모두 현재의 기준에서 판단한 결과론일 뿐이다. 


최근 페이스북 보면서 답답함이 밀려오는데 몸과 마음, 머릿 속이 고단해진다. 이러면서 또 남의 나라 독립 투쟁사, 독립 과정들을 또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 당시 그 때, 그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피땀 흘려가며 투쟁하여 역사를 만들었는지, 그 과정들을 보고 나면 아무리 우리가 스스로 독립하지 못했다고 해도 갖은 행위들로 독립하고자 노력했던 그분들을 차마 욕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역사학자로써 그건 비난하기 어려운 숙명이기 때문이다. 나는 우파들을 설득하지 않을 것이다. 각자 보는 위치에서 알아서 생각하는게 좋고 일일히 설득도 어렵다. 그래서 현 상황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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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에 대한 역사학자로써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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