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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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소련 시대,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3월 8일을 공식적인 공휴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2주 전인 2월 23일 '남성의 날'을 치른 러시아 여성들이 그에 상응하는 공휴일로 '여성의 날'을 지정한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리고 러시아의 옛 전통과 여성의 날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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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베라 무히나(Вера Мухина, 1889~1953)의 "노동자와 집단농장 여성일꾼의 기념물(Монумент «Рабочий и колхозница») 사진출처 : 필자의 직접 촬영

 

처음부터 여성의 날은 여성들의 권리를 상승시키는 여성 권리 향상 운동과 연관되어 있다. 물론 소련이 공산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행사로 제정되긴 했지만 매우 보수적인 러시아 정교회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여성의 날을 지지한 적이 없다. 여성의 날 제정은 여성들의 근무 여건 향상을 위해 투쟁하던 미국의 사회주의자들이 1909년 주창하면서 이것이 힘을 받아 오늘 날까지 이어왔다. 사실 여성 권리 향상, 남녀 평등제는 사회주의및 공산주의의 산물이나 마찬가지다. 


남성과의 동등한 권리를 요구했던 러시아 여성들은 그로부터 4년이 지난 1913년에서야 여성의 날을 기념할 수 있었다. 소련 최초의 국가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이 10월 혁명 이후 여성의 날을 소련의 공식 기념일로 지정했다. 이는 소련의 여성 조각가 베라 무히나(Вера Мухина, 1889~1953)가 만든 "노동자와 집단농장 여성일꾼의 기념물(Монумент «Рабочий и колхозница»)에 표현된 것처럼 여성들이 남자들과 나란히 낫과 망치를 들고 새로운 공산주의 사회 건설에 매진하도록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이 기념물은 국영 영화사 모스필름의 로고에 등장하는 동상이 되었다. 


또한 러시아 여성의 날이 여전히 페미니즘 운동의 모든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공산주의 소련이 붕괴되고 자본주의 러시아 연방 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여자가 사업을 하거나 관리직에 올랐을 때, 남성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평의 목소리가 만연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남자들과 사업 협상을 할 때면 동등한 사업 파트너가 아니라 그들보다 약한 여자로 대우받는 느낌이 종종 든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여성들이 꽤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아주 쎈 여성들이 해당된다.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꽃이나 다른 선물을 받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더러 있다. 


정교회 국가답게 하느님께서 자신의 이와 같은 여성의 모습을가지게 만들어 주셨는데, 왜 자신이 여자라는 이유로 선물을 받고서 자긍심을 가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이런 사람들이 밝하는 여성의 날은 경력에 목을 매는 이기적인 여자들이 만든 페미니즘 기념일로 여기고 있는 여성들도 있으며 보통 여성들을 집안의 안 주인, 사려깊은 어머니, 애정깊은 아내로 보는 러시아의 옛 전통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이런 주장을 하는 러시아 여성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사탕과 초콜릿을 먹거나 기념일이 끝나고 며칠이 지나면 시들어버린 꽃다발을 갖다 버리는 것이 별로 기쁘지 않다고 한다. 1년에 하루가 아니라 항상 그런 존경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에 그들은 여성에 대한 대우가 사실상 100년 전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1년에 하루, 파묻힐 정도로 많은 축하카드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해서 나머지 364일 그녀의 삶이 더 편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러시아 여성의 날은 여성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보여주고 싶어하는 남성들의 욕망에 편승하여 돈을 벌려는 꽃과 향수, 초콜릿 등을 판매하는 기업체의 배만 불려줄 뿐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말은 여러 구체적인 공식 수치로도 증명된다. 모스크바 시 상업서비스국은 여성의 날을 앞두고 꽃 도매가가 50-60% 상승했다고 한다. 컨설팅 회사인 마르 컨설트 사(MAR Consult Compalny)는 모스크바 남성들이 사랑하는 여성들을 위한 선물에 5억 달러를 소비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의 러시아 정교회는 여성의 날을 서구의 잔재로 여기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실의 서구의 잔재가 아닌, 러시아 여성의 날은 소비에트, 공산주의의 잔재다. 정교회는 발렌타인 데이나 할로윈 데이와 같이 여성의 날을 근절하려 하지는 않지만, 정교회 신자들에게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대신 정교회 축일을 기념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다가 2013년 정교회는 3월 8일을 '성 마트료나의 날'로 지정하고 케이크를 굽고 먹는 축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나 일부 정교회 신자들은 여전히 '성 마트료나의 날'을 5월 4일로 받아들여 성당에서 예배를 드리며 기념하고 있고 3월 8일은 그저 무감각하게 여성의 날로 그 또한 예수를 낳은 마리아의 날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여성 10명 중 7명은 여성의 날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 왜냐하면 여성의 날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아끼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들이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하는지 알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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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3월 8일 여성의 날을 공휴일로 정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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